금속노조는 항상 투쟁 중이다. 사업장별로 사안과 쟁점은 다양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사용자측의 위법행위가 있고 그 중 다수는 형사적으로도 처벌 해야 하는 사안들이라는 점이다. 정작 사용자들이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고 사용자들의 범죄행위를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자.

검찰의 편파성과 기업가 마인드

사용자가 잘 처벌받지 않는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의 편파성이다. 변호사로서 “검찰이 편파적이어서 처벌이 잘 안된다”라고 하면 왠지 고소한 사건이 무혐의 처분된 것에 대한 핑계를 대는 것 같아서 썩 내키지는 않지만 사실이다.

지역에 오래 있는 검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스스로 지역 유지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인 지역 사용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관계가 업무처리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 금속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이 4월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 등 노조파괴 범죄를 저지른 사업주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친밀관계가 없거나 친밀관계가 업무처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검사들 스스로가 이미 기업가 마인드에서 업무처리를 하는 경우가 다수여서 문제다. 파업투쟁을 하는 사업장을 관할하는 검사를 면담하다보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파업이 언제 끝나는가”이다. 파업의 원인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냥 파업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

검사의 기업가 마인드는 수사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7도482판결)에서 업무방해죄 성립 요건으로 “막대한 손해가 있을 것”을 제시하자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려는 검찰이 기업의 손실을 계산하는데 열중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검찰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수집해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하면 기소를 하지 말아야할 의무도 있다. 검찰에서는 사용자측에서 제출하는 손해액에 관한 자료를 거의 100% 수용해 그대로 기소를 하고야 만다. 지금까지 파업 형사 사건에서 검찰이 사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스스로 수정한 것을 본적이 없다. 기업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업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증거 수집의 어려움

한편 노동조합에서 고소하는 사건 중에는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사건도 다수 있다.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노동조합 조직은 대부분의 논의사항을 공개해야하므로 (만일 노동조합의 행위가 형사처벌이 대상이 되는 경우) 사용자는 노동조합 간부들의 고의를 입증하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파업을 한 경우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지만, 현재 한국의 법률 수준상 이러한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려우므로) 업무방해의 고의와 가담 범위 등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자료는 노동조합 사이트에서 대부분 얻을 수 있다. 실제 파업을 이유로 한 업무방해 사건에서 사용자들이 제출한 고소장과 증거들을 보면 참석자 현황과 발언 요지까지 친절하게 정리한 노동조합 회의록 등을 볼 수 있다.

반면 사용자의 행위가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은 주주 등이 별도로 요청하지 않는 한 공개하지 않는다. 이사회가 아니라 대표이사와 실무자가 결정한 내용은 기록 자체가 남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부당노동행위 사건인 경우 부당노동행위라는 범죄의 특성상 그에 대한 모의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증거 수집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다수다.

엄격한 증거법칙 적용

위와 같이 증거수집이 어려운 것을 더 부추기는 것은 유독 노동조합의 고소 사건에 대해서만 엄격한 증거법칙을 적용하려는 검찰의 태도다. 특히 전문법칙(직접 경험한 자가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는 증거 외의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는 의미)이 문제다. 증거법칙이 형사절차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법칙임은 맞지만, 주로 피고인측의 대응 여하에 따라 증거법칙이 적용되는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기소 이후 법원의 공판절차에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사건이 아닌 경우 검찰이 증거법칙을 미리 꼼꼼히 적용해서 무죄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기소를 안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노동조합이 고소한 사건에서는 유독 이 증거법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피고인측이 증거를 모두 부동의할 경우에는 자신들이 이를 넘기 어렵다”는 식으로 어려움을 너무 미리 예상해 아예 기소를 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우 편파적인 적용이다.

검찰이 이러한 상황이라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통제하는 제도인 재정신청 제도라도 원활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재정신청 결정 인용율은 대구고법이 0.59%, 부산고법 0.80%, 서울고법 0.96%, 대전고법 0.98%, 광주고법 1.83%로 극히 낮고 지역별로도 차이가 크다. 쉽게 말해서 어떤 일관된 처리 기준 없이 담당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 제도 바꿔야 한다

앞서 본바와 같이 검찰 조직 자체가 너무 관료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는 검찰에 권한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되어있는데서 비롯하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지방검사장은 선거를 통해서 선출하는데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남발과 법원의 재정신청 인용율이 극히 저조한 것에는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와 판사들이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얕은 경우도 많아서 노동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동 검찰 제도 및 노동 법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 법원 제도는 노동 형사사건 뿐 아니라 노동 사건 해결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 실제 법안 발의도 돼 있으나 추진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현재 검찰의 업무가 소위 수사 비밀의 보호라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재정신청 제도도 수사의 성격도 겸유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재정신청 결정 이전에는 재판 기록의 복사도 불가능하다) 절차의 불투명성 문제도 매우 크다.

수사의 성격상 어느 정도의 비밀이 필요하고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한 권리인 점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범죄행위 은닉을 도와주는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수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증거에 대해서는 고소인 열람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고소인이 추가로 필요한 증거자료 등을 확보해 제출할 수도 있고, 핵심 증거를 피의자가 터무니없이 부정하는 것에 반대 증거를 제출할 수도 있게 된다.

간접 증거를 활용하자

범죄행위를 직접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를 최대한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간접증거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의 범죄행위 그 자체를 직접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범죄행위가 있었음을 입증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른 사실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사용자 기소 비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사용자가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을 강요해서 탈퇴서를 작성하게 한 일이 있었다. 사용자와 어용노조가 역할 분담을 치밀하게 못하다보니 동일한 사람에게 중복해 탈퇴서 제출을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 즉, 사용자에게 제출한 탈퇴서가 어용노조를 통해서 금속노조에 전달됐는데, 이를 전달한 어용노조가 그러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또 다시 탈퇴서를 징구받은 것이다. 만일 어용노조만이 탈퇴서를 징구했다면 한 사람이 두 장의 탈퇴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두 장의 탈퇴서가 존재하는 사실 자체가 어용노조 뿐 아니라 사용자도 노조 탈퇴서를 징구했다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조직형태 변경 총회를 통해 기업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 사용자가 개입했다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서도 총회 이후 회사가 총회에 관해 보인 태도가 소송 당사자인 발레오전장 노조와 동일한 점, 조조모 세력들이 독자적으로 위와 같은 총회를 준비할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집권자 지명 요청 등 총회 절차가 형식적으로 필요한 서류들을 신속히 구비하며 이루어진 점(이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평가된다) 등은 간접 증거가 됐다.

앞서 본바와 같이 검찰, 법원의 제도적인 문제점, 그리고 이들의 기업가적 마인드로 인해 형사처벌에 있어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적인 개선이 장기적으로 필요하고 직접 증거도 계속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당장 위와 같은 간접 증거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김태욱/ 노조 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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