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노래만큼 좋은 세상> 첫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문화노동자입니다’라는 글이었습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 준비위원회(아래 준비위)가 출범했고 1년 안에 정식 출범할 거라는 자랑이었습니다. ‘밥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예술은 쥐뿔’, ‘배부른 것들이 저 좋아서 하는 예술에 무슨 권리주장?’ 이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금속노동자 여러분과 같은 노동자인 예술인들의 뒤늦은 외침에 귀 기울여주시고 응원해달라는 당부였습니다.

2013년에 출범하겠다는 약속을 호기롭게 했으나 2년여 간 준비위 꼬리를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활동은 여느 노조 못지않게 활발하게 했다고 자부합니다.

2013년에는 예술인 문제의 공유와 정책 검토를 위한 <108 토론회>, 만화‧웹툰․그래픽디자인 분야 예술가들의 간담회 <그림쟁이들, 할 말 많다>, 예술인복지법 관련 정책포럼 <예술인복지법, 어떻게 달라지나?>와 <예술노동의 관점에서 본 예술인복지법과 예술인복지재단>, 등을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민영화제’ 사태를 알리고 해결하는 과정에 함께 했고, 축제와 전시현장의 예술인 노동권 침해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미디어스에 기획 연재했습니다. <예술인복지정책의 평가 및 개선방안 국회토론회>를 공동주최했고, 예술강사제도와 근로조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정책토론회에 참여해 예술강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사용자 명확화(문화예술교육진흥원)와 처우개선(강사료 현실화), 실제 노동의 인정을 통한 직업 안정화(12개월 계약 전환, 2년 계약 후 무기계약직 전환) 보장, 근로 형태의 다변화(근무시간과 계약 기간 선택제)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워크숍 <공연예술계 노동실태: 우리에게도 테이블이 필요하다>를 통해 공연예술을 직능별로 구분하고 각 공연예술계의 집단적 특성 고찰을 통해 공연예술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예술인 노동환경 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공동주최하고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활동만 살펴본다면 준비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활발히 움직였다고 자부합니다. 그럼에도 꼬리표를 떼는 데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당사자 조직화 문제였습니다.

1980년대, 전교조가 태동할 때 사람들은 ‘귀하고 귀한 스승의 자리에서 왜 노동자의 자리로 내려오려 하는가?’라고 힐난했습니다. 예술인의 노동자 선언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이 많았습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을 소개하고 권할 때마다 예술 행위를 임금노동으로 단순 환원하거나, 예술노동의 문제가 정규직 임금노동화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우려가 따라왔습니다. 무언가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롭게 창작하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습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예술 행위를 임금노동으로 단순 환원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예술노동의 문제가 정규직 임금노동화로 해결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그 어떤 집단보다도 예술의 특수성과 보편성,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노동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온 자본주의의 근대성과 자본주의적 산업화와 임금노동체계 등에 주목하며, 이 과정에서 예술을 과도하게 심미화하고 예술에 내재한 노동의 요소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고 생각합니다.

▲ 드디어 지난 5월1일 메이데이에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인소셜유니온’이 정식 출범했습니다. 생활고와 지병으로 월세방에서 사망한 고(故) 최고은 작가의 1주기를 기리며 2011년 12월 개최한 집담회 ‘밥먹고 예술하자’가 계기가 돼 2012년 예술인노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고 2012년 겨울에 출범을 준비하는 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을 통해 드디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닻을 올렸습니다. 준비위 시절보다 더 할 일이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현대 사회의 예술노동에 주목함으로써 예술과 노동의 사회적 가치, 관계 등을 재구성하고, 이런 관점에서 예술노동을 둘러싼 현실적 모순과 문제점을 새롭게 문제설정 하려 합니다. 예술가를 노동자로 호명하는 것은 예술노동의 사회적 특성, 문제, 대안 등을 좀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개입하고자 함입니다.

드디어 지난 5월1일 메이데이에 광화문 광장에서 ‘예술인소셜유니온’이 정식 출범했습니다. 생활고와 지병으로 월세방에서 사망한 고(故) 최고은 작가의 1주기를 기리며 2011년 12월 개최한 집담회 ‘밥먹고 예술하자’가 계기가 돼 2012년 예술인노조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하고 2012년 겨울에 출범을 준비하는 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을 통해 드디어 예술인소셜유니온의 닻을 올렸습니다. 준비위 시절보다 더 할 일이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예술(노동)과 관련된 ‘개방형’, ‘사회적’ 조합입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단위 사업장, 업종별 조합원 중심의 제한적, 배타적(협의적), 조합주의적 노동조합 운영에 비판적이며, 오히려 예술(노동)의 사회적 가치, 예술인의 사회적 확대와 연대 등을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조합이고자 합니다. 조합 구성에서부터 운영, 구체적인 사업에 이르기까지 조합원들의 배타적 권리가 아닌 예술(노동)에 대한 사회적 의제설정과 권리 확대를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 조합이 되고자 합니다.

최고은씨 사망 이후 정부에서 내놓은 예술인복지법은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내용을 삭제한 무늬만 예술인복지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 한차례 개정했으나 여전히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예술인복지법 개정 당시 예술인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만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정부는 ‘예술인을 노동자로 인정하면 다른 특수고용업종에서도 노동자성을 요구할 것이므로 한국산업구조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유입니다. 특수고용 형태의 등장과 노동자성 인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도 여타의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에 앞장 서야 할 것이라 짐작합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의 활동 방향은 조합원들의 고민과 결정을 통해 지속적해서 제시하고 기획할 것입니다. 사회미학, 사회적 노동 등에 동의하는 예술인들의 자율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확장하고, 예술을 둘러싼 노동문제에 대해 능동적인 대응을 하고, 문화권력과 문화자본의 사회적 폭력, 문화예술 생태계(공공성과 다양성) 파괴에 저항하며, 예술을 둘러싼 사회 정책과 모순에 대해 비판적으로 개입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입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의 교섭 대상은 정부와 국회, 나아가 이 사회 전체가 될 것입니다. 예술을 누리는 이 사회, 여러분 모두가 예술인의 사용자(고전적 의미의 사용자가 아닐지언정)일 테니 말입니다. 예술 노동자들은 오랜 세월 사회 안전망의 바깥에 방치됐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영혼을 구제한다던 예술과 예술인은 구제의 대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이제야 자신의 권리 획득을 위해 ‘예술인도 노동자다’라고 노동자 선언을 시작한 예술인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합니다. 장미만을 들고 있던 예술인들이 이제 빵도 필요하다고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걸음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빵과 장미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같이 만들고 싶습니다.

민정연 / <희망의 노래 꽃다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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