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되어 주시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오.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 볼 것이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양우권 열사가 자결하면서 EG그룹 박지만 회장에게 남긴 유서다.

EG그룹 EG테크와 포스코는 노조와 교섭을 온갖 핑계를 대며 회피하고 있다. 지난 13일 교섭에 나온 EG테크 간부는 대표이사와 회사 간부들의 조문을 특별교섭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열사 유족들은 이미 EG테크가 열사 죽음에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조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대표이사가 교섭 상견례에 참석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유족을 설득하겠다고 했으나 EG테크는 또 다시 교섭을 거부했다.

▲ 5월18일 서울 강남 EG그룹 앞에서 노조가 진행한 ‘양우권 열사 문제해결 촉구와 금속노조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열사의 유족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묵념하고 있다. 신동준

EG테크는 5월16일 “조합에서 당사의 사회적인 이미지 실추를 목적으로 수많은 조합원을 서울로 올려보내 당사 경영진을 폄하하고 부도덕한 기업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등의 비도덕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있다”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EG테크가 선 상경투쟁 중단, 후 교섭이라는 EG그룹 경영진의 결정을 전한 것.

원청인 포스코 역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장 중재로 노조와 만난 포스코 관리자는 “외주사 문제이고 책임없다”고 말하며 다시 만나자는 노조의 요청을 거부했다.

노조는 5월18일 오전 서울 EG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지만 회장이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하고 열사의 죽음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조건없이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하며 회사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6월 초 수위 높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 5월18일 서울 강남 EG그룹 앞에서 노조가 ‘양우권 열사 문제해결 촉구와 금속노조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신동준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은 “박지만 회사는 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6년 동안 파렴치한 탄압을 했다”라며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열사의 유언을 받들어 죄 지은 자들이 사과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열사의 아들 양효성씨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아들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열사 아들은 “도대체 아버지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헌법이 보장한 노조 활동이 죽을만큼 잘못한 일이냐”며 “당신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헌법을 무시하느냐. 아버지에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악랄하게 괴롭히고 짓밟은 당신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맞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열사의 아들은 “열흘이 다 되도록 아버지를 죽인 자들은 사죄하지 않았다. 아버지 동료들이 어렵게 싸우고 있다. 나도 이제 장례식장에만 있지 않겠다. 아버지 동료들과 끝까지 싸워서 죄값을 치르게 하겠다”며 “포스코와 박지만 회장이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책임을 인정하고 무릎꿇고 사죄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5월18일 서울 강남 EG그룹 앞에서 노조가 진행한 ‘양우권 열사 문제해결 촉구와 금속노조 투쟁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양동운 포스코사내하청지회장이 EG테크가 저지른 열사 대한 탄압을 고발하고 있다. 신동준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가 교섭을 회피하고 열사 관련 요구를 거부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투쟁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6월3일 전국의 노조 간부, 조합원을 모아 포스코와 EG그룹, 청와대 타격 투쟁을 벌인다. 전면파업을 하고 15일부터 상경투쟁에 나선 지회 조합원들도 박지만 집 앞과 EG본사, 청와대 등에서 집중 농성과 투쟁을 이어간다. 양우권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2차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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