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5월15일 상경해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은 추가 자금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수주잔량 75척, 4조8천억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해 2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일감이 넘쳐나는 상황인데 자금난을 겪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대부분 선박대금을 선박을 인도할 때 절반 이상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받고 있다. 배를 만들기 위한 자금이 선순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5월15일 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추가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민규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5월8일 성동조선해양에 3천억원을 단독지원하고 향후 손실분은 채권은행들이 채권분담 비율만큼 분담하자는 지원안을 상정했다. 우리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이 지원안을 거부하며 성동조선이 자금부족을 해결하지 못할 상황으로 몰렸다.

▲ 5월15일 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대표자들이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현재 상황에서 더이상의 추가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성민규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앞뒀다는 이유로, 무역보험공사는 운영자금조절을 이유로 추가부담을 늘릴 수 없다고 의사를 밝혔다. 개별 금융사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조선산업의 장기적 전망을 고려하는 정부의 지원과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동일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채권단의 행태가 조선산업과 지역경제를 망치려 하고 있다. 자금지원이 안 된 상황에서 어음이 돌아오면 협력업체 줄도산과 노동자들의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다”며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지연해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막대한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2만 4천명의 노동자와 성동조선의 미래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정부기관인 무역보험공사가 정부에 호소해 성동조선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5월15일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무역보험공사 본사 앞 결의대회를 마치고 우리은행 본점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성민규

지회 조합원들은 무역보험공사 앞에서 결의대회와 관계자 면담을 마친 뒤 서울 도심을 행진해 우리은행 본점으로 이동했다.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본부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동조선은 부실기업이고 자금지원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더이상의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5월15일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우리은행 앞에서 성동조선해양을 부실기업으로 호도한 신진기 본부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조속한 자금지원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민규

홍지욱 노조 부위원장은 “조선산업이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전세계 모든 조선회사가 다 어렵지만 각국 정부는 물적,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유독 한국 정부만 시장에 조선업체들을 내던져 적자생존의 원칙을 지키라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홍 부위원장은 “정부와 우리은행이 당장 자금지원을 하면 72척의 배를 지어서 4조원의 돈을 갚을 수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우리은행은 성동조선에 자금지원을 해야할 이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지부, 지회 대표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신진기 우리은행 기업개선본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 5월15일 성동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우리은행 책임자의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성민규

이김춘택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면담결과를 밝히며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의 결론이 똑같다. 성동조선이 계속 손실을 보기 때문에 더이상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과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며 “이번 면담은 조선산업에 대한 채권단의 인식수준이 드러난 면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동일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신 본부장이 면담자리에서 언론보도와 관련해 자신은 성동조선이 부실기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변명했다. 언론보도는 확실한 증거다”며 “만약 성동조선해양이 우리은행 때문에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우리은행과 전면전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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