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회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기적이다.” 임금만이 아니다. 노조를 포기하지 않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일상이 차별과 왕따, 괴롭힘이다.

조합원은 진급 대상에서 늘 제외다. 김정기 지회 미비부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조합원은 30년 일하고 퇴직할 때도 평사원이다”라며 “아무리 일 잘하고 실력이 뛰어나도 진급한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한다.

하청업체 정년은 55세다. 회사는 비조합원을 정년퇴직 이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한다. 조합원은 고용하지 않는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정년 1년 정도 남으면 지회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형님들이 있다. 55세에 퇴직하고 나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한창 자식들 돈 많이 들어가는 때인데. 몇 년이라도 일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노조 탈퇴하고 촉탁직으로 일해야겠다고 말하고 탈퇴한다”며 “의지가 있어도 버티지 못한다. 노조 탈퇴하면서 스스로 비참함에 괴로워한다”고 조합원들의 현실을 토로한다.

▲ 5월12일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광양=강정주

조합원이 사소한 실수를 하면 회사는 대대적으로 문제 삼는다. 우기준 덕산분회장은 “다른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조합원이 했을 때 다르다. ‘근무태만으로 사고냈다’고 문제 삼고 경위서를 쓰라고 한다”며 “부서가 달라도 내가 실수를 하거나 사고를 내면 제철소 전직원이 알 정도”라고 설명한다. 한 번 따지고 끝내지 않는다. 작은 실수를 핑계로 몇날 며칠씩 끌면서 괴롭힌다. 안지훈 지회 교육부장은 “가끔 당사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실수를 찾아낸다. 항상 감시하면서 작은 일을 찾아내 괴롭힌다”고 덧붙인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라

포스코는 현장 동료, 조합원의 지인까지 탄압에 동원한다.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노조를 탈퇴한 주동자들은 현장에서 노조 탄압에 앞장선다. 회사는 노노갈등을 만들며 조합원과 비조합원들 관계에 거리를 만든다. 조합원에 대한 차별도 여기에 한 몫 한다.

우기준 분회장은 “탄압을 견디다가 어쩔 수 없이 탈퇴하고 미안해하는 비조합원이 있다. 일부는 탈퇴한 뒤 노조를 비방하고 다른 조합원들을 선동해 탈퇴를 유도한다. 상경투쟁을 가면 회사 관리자가 막기 전에 비조합원이 우리를 막는다. 회사가 하는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탈퇴 주동자들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맡는다.

회사는 지회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임금 교섭을 타결하지 않았다. 노사협의회에서 지회를 배제하고 일방 임금 인상에 합의한다. 타결금도 근로자위원과 50만원에 합의하고 지회에 20만원을 제시했다. 성광기업은 지난달 20일 제2노조를 만들었다. 안지훈 지회 교육부장은 “지회와 형식으로 해오던 교섭마저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5월12일 양우권 열사 정신계승 투쟁승리 결의대회에 모인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양=강정주

회사는 양우권 열사가 죽는 순간까지 왕따했다. 공개적으로 ‘양우권과 대화하지 마라. 회식도 하지 마라’고 말하며 인권을 유린했다. 우기준 덕산분회장은 “다른 조합원들도 우권 형님과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왕따는 기본이다”라고 현실을 설명한다. 덕산분회는 노동자 160명 중 4명이 조합원이다. 비조합원이 조합원과 만나 술이라도 먹으면 누군가 회사에 바로 보고한다. 조합원을 만난 비조합원은 다음날 회사 면담에 불려간다. 우기준 분회장은 “몰래 만나는 것도 한두 번이다. 회사가 자꾸 괴롭히니까 친구사이인데도 조합원을 만나기 꺼린다”고 말한다.

왕따는 기본, 툭하면 징계

교대근무를 하는 제철소 업무 특성상 교대조가 다르면 얼굴을 보거나 뭔가 함께 하기 쉽지 않다. 안지훈 교육부장은 “인간관계는 대부분 같은 교대조 사람들과 쌓는다. 회사는 조합원을 어느날 갑자기 다른 근무조로 바꾼다. 잘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덜렁 혼자 보내서 고립시킨다”며 회사의 행태를 고발했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하청업체에 입사하려면 지인 소개가 있어야 한다. 자격증이 많고 경력이 있어도 들어오기 힘들다”며 “노조 탈퇴 회유할 때 회사는 지인들에게까지 손을 뻗친다”고 말한다. 업체 사장이 선물을 사들고 시골 고향집 부모님을 찾아가기도 한다. 열사의 부인과 아들도 몇 번씩 업체 사장과 관리자들이 찾아와 노조를 탈퇴시키라는 협박을 일삼았다고 고발했다.

“친구를 통해 조합원을 불러낸다. 친구 만나러 나갔다가 감금당해 노조 탈퇴하라는 협박을 당한 조합원도 있다. 폭력배 동원해 폭행하고 납치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 우기준 분회장의 설명이다.

지회에 소수인원이 남으면서 회사의 불법 행위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 회사의 차별과 탄압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위원회는 번번이 ‘인사권일 뿐이다’라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하니 회사는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 눈치도 보지 않는다. 노동부도 불법을 바로잡지 않으니 조합원들이 탄압과 고통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 싹을 자르겠다는 포스코

우기준 분회장은 “포스코 자본은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사람, 뭔가를 요구하고 제기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 포스코는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다. 정당한 요구를 하는 노동자들의 싹을 자르겠다며 무차별 탄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지훈 교육부장은 “노조를 탈퇴하고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탈퇴하라고 회유하는 사람이 ‘금속노조는 투사가 되려고 하지 현실을 모른다’고 하더라. 우리는 투사여서 탄압을 견디는 것이 아니다. 열사도 남아있는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옳다고 생각한 것을 주장할 뿐이다. 최소한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 대우받고 정당한 대가 지불하라는 요구가 부당한가. 괴롭힌다고 옳은 얘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조합원들 모두 노조에 남아있다”며 조합원들의 민주노조 사수 의지를 강조한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