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해도 너무한다.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EG테크분회장이었던 양우권 열사도 10년 가까이 치졸하고 악랄한 노조탄압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더는 못하겠다”는 얘기를 남긴 채 5월10일 자결했다.

지회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그렇게 큰 죄냐. 포스코에서 노조활동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열사의 죽음으로 덕산과 성광기업 두 업체에 금속노조 조합원이 남았다. 열사가 일했던 EG테크의 50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모두 탈퇴했다. 이레코도 부당해고와 탄압으로 조합원들을 탈퇴시키고 노조를 무력화했다.

▲ 5월1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본부 앞에서 열린 양우권 열사 정신계승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지회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광양=강정주

포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길게는 15년, 짧게는 10년 전 노조에 가입했다. 처음 450여 명에 달하던 조합원들이 하나둘 노조를 떠났고 이제 40여 명이 남았다. 노조를 탈퇴하는 동료들은 “조합원으로 남아있기가 너무 힘들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하청업체는 노조를 포기하는 순간까지 끈질기고 악랄하게 조합원들을 괴롭혔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포스코에서 노조 가입은 죄

우기준 덕산분회장은 “우리는 너무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고 원하청의 차별을 없애려고 노조를 선택했다. 처음에 덕산 노동자 중 90% 이상이 노조에 가입했다. 그만큼 억눌려있었고 달라져야 한다는 열망이 컸다”고 말한다. 하청노동자들 사이에서 “회사가 하청업체지 사람이 하청업체는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 유행어처럼 돌았다.

“포스코에서 시민들 제철소 견학을 시킬 때가 있다. 견학 코스에서 작업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회사에서 가족들 데리고 와서 견학하라고 해도 아무도 데려오지 않는다. 집에 가면 아버지, 가장인데 회사에서 개처럼 취급받는 걸 누가 보여주고 싶겠냐.” 우기준 분회장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과 그에 따른 모멸감이 심각했다고 말한다.

포스코는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지회는 2011년 한 하청업체에서 노조 대응 방안 문건을 발견했다. 문건은 ‘집행부 회유 또는 어용노조로 전환 실패한 경우 ①민주노조 세력 축소(60→30%) ②비조합원 중심 노사협의회 구성 ③제2노조 설립 ④민주노조 무력화(제2노조 교섭권 획득 및 대표권 부여)’ 등으로 노조 파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업체의 노조탄압 중심에 포스코가 있다. 김정기 지회 미비부장은 “포스코에 외주관리팀이 있다. 하청업체 관리가 주업무라고 하지만 금속노조 조합원이 있는 업체만 주되게 관리하는 팀이다”라며 “광양제철소의 중심 업무를 하는 소본부에서 하청 관리자와 원청이 노조 대응 회의도 한다”고 설명했다. 안지훈 지회 교육부장은 “EG테크분회 설립하고 교섭할 때 포스코 노무팀이 붙어서 조직형태 변경, 조합원 탈퇴 공작을 같이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원있는 하청업체는 늘 불이익

포스코는 하청업체의 노조를 관리하는데 ‘핵심성과지표(KPI)’를 활용한다. 안지훈 교육부장은 “‘조직안정’이라는 평가 항목이 전체 100점 중 20점을 차지한다. 하청업체들이 다른 부분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20점은 평가 결과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노조가 있는 한 조직안정 항목 점수는 늘 최하위다. 노조가 있는 업체는 무조건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라고 설명한다.

▲ 5월12일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에서 양우권 열사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출근선전전을 하고 있다. 광양=강정주

평가 결과는 포스코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계약비 인상률에 영향을 미친다. 김정기 미비부장은 “업체 계약비가 노동자들 인건비다. 다른 업체 계약비는 10%, 15%씩 인상하는데 노조가 있는 업체 계약비는 5%만 인상한다”며 “업체는 현장에서 ‘쟤네(지회 조합원) 때문에 너희만 임금 적게 받는다. 쟤네들 없애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다니며 지회를 압박한다”고 상황을 전한다.

노조파괴 대응 방안의 첫 단계인 민주노조 세력 축소를 위해 회사는 조합원들의 임금을 깍는다. 안지훈 교육부장은 “조합원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이 돈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시주간조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가깝다. 교대근무 수당, 잔업 수당 등을 받지 않으면 생활을 꾸려가기 어렵다. 회사는 교대근무를 하던 조합원을 상시주간조로 발령한다. 안지훈 교육부장은 “회사는 필요에 의한 인사이동일 뿐이라고 한다. 조합원 대부분이 40세가 넘었다. 사십대 가장이 상시주간조 임금으로 가정 생활을 할 수 없다”고 꼬집는다.

“먹고 살 수 없도록 괴롭힌다”

안 교육부장은 “조합원들은 감봉, 정직 등 징계는 차라리 언제 끝날지 알 수 있으니 더 낫다는 얘기를 한다”며 “근무조 변경은 언제까지 견뎌야 할지 기약도 없이 괴롭히는 방식이다. 두 손 들고 노조 포기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조합원들이 겪는 고통을 말한다. 회사는 노조를 탈퇴하면 즉시 본인이 일하던 교대근무조로 돌려보낸다. 이런데도 회사는 ‘일상적인 인사발령’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회사는 우기준 분회장을 비롯한 덕산분회 조합원들을 호봉승급에서도 제외했다. 우 분회장은 “호봉은 자동으로 승급되는 것이다. 나는 다섯 호봉이나 승급에서 누락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더니 회사는 근무평가 점수가 60점 미만이라 누락했다는데 근무평가 내용을 상세지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가 주도해서 하청업체와 ‘노사산업평화선언식’을 했다. 지회는 해고자 복직 요구와 임금 교섭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 선언을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우기준 분회장은 “선언식 이후 포스코가 돈을 풀었다. 비조합원들 모두 1백만원씩 받았다. 평화 선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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