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오토텍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했던 군경 출신 ‘노조파괴 용병’들의 폭력 난동을 계기로 노조파괴 작업 전모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갑을오토텍지회(지회장 이대희, 아래 지회)가 파악한 ‘신종 노조파괴’ 수법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의 치밀한 사전계획아래 사설경비원 동원과 복수기업노조 설립으로 이어지는 기존 노조파괴 시나리오와 사뭇 다르다.

▲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이 5월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갑을오토텍 폭력사태 규탄과 노조파괴공작 가담자 철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형석

'신종 노조파괴' 수법-용병 정직원 채용

무엇보다 갑을오토텍에는 이른바 ‘용역깡패’ 투입이 없다. 대신 회사는 전직 경찰과 특전사 출신들을 대거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각 부서에 골고루 배치했다. 이들은 형식적으로나마 경비업법 규제를 받는 용역경비와는 달리 팀장, 조장, 조원 등 3명이 한 팀을 이뤄 현장 곳곳에서 노골적인 ‘노조파괴 용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파괴 대가로 직급별 수당을 별도로 받고 있다는 것이 지회 설명이다.

유성기업과 SJM에서 벌어진 용역경비들의 폭력만행을 계기로 지난해 6월부터 규제를 강화한 개정 경비업법이 시행되자 용역경비로 서야 할 인물들을 이력사항을 허위 기재하는 등 과거 경력을 숨긴 채 아예 정직원으로 채용한 것. 이들은 갑을오토텍 출근 전인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모처에서 사전교육을 받았으며 출근 후에도 천안의 한 연수원에 모여 교육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이 같은 ‘노조파괴 용병’ 총책으로 김OO을 지목하고 두 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김OO은 지난해 노조 경주지부가 동국실업지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갑을상사그룹 본사 부장이라며 노사교섭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실은 회사가 모집한 신입사원 중 20명이 육군 특전사, 13명이 경찰 출신이라며 회사가 특전사 출신을 ‘A’로, 경찰 출신을 ‘P’로 약칭하며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용병 중 20명이 팀장이며 전직 경찰이 팀장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 출신 ‘노조파괴 용병’들이 작전을 수립하고 지시를 내리면 특전사 출신들이 돌격대 역할을 하는 식이다. 

노조파괴 용병들은 작년말 첫 출근 하면서 한동안 자숙하며 지냈지만 부서 회식에서 술에 취한 몇몇이 자랑삼아 과거 경력을 얘기하면서 조합원 의심을 사게 됐다.

일단 본색이 드러나자 이들은 노조파괴 의도를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현장에서 조합원과 시비가 걸려 몸싸움이 일어나자 한 경찰 출신 용병은 “어차피 나중에 한 판 붙을 텐데 초장부터 기운 빼지 말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정문을 봉쇄하는 과정에서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둘렀다. 이날 폭행사태로 머리에 큰 부상을 입은 지회 간부 한 명은 뇌출혈과 구토가 멈추지 않아 지난 5일에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현재 노조 조합원 7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입원해 있다.

지회 한 조합원은 “애초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사원이고 나이도 많고 해서 회식도 해주며 잘 지내려 했다”며 “입사 4개월 만에 코앞에서 노조를 깨겠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배신당한 분을 못이길 지경”이라고 밝혔다.

▲ 4월30일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용병'들이 벌인 정문 봉쇄와 폭력사태로 지회 조합원 한 명이 중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지회 제공

'신종 노조파괴' 수법-노동부 관료 출신 노무사 컨설팅

갑을오토텍 회사(대표이사 박효상)의 노조파괴 시도는 이 같은 행동대원 투입으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지난달 6일 노동부 전직 관료가 대표 노무사로 있는 노무법인 로앤비즈와 자문계약을 맺었다. 로앤비즈 대표 노무사인 조OO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개선지도과장 출신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압수수색이 한창인 지난 달 23일 갑을오토텍 현장에 나타난 조OO을 이상하게 생각한 조합원들이 신원을 추적 끝에 밝혀냈다.

지회는 지난달 29일 조OO을 피고소인에 포함시켜 고소장을 제출했고 수사 공정성을 문제삼아 검찰이 조성관을 직접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OO은 갑을오토텍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 자문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회는 지난 1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지청장 김주원)에 4.30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 박효상을 포함한 1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업무방해, 노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한 용병 모집책과 교육책에 대한 추가 고소장도 발송할 예정이다.

이에 지난달 24일로 특별근로감독을 마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지청장 안경진, 아래 천안지청)은 기존 수사 인력을 두 배로 늘려 신입사원 전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천안지청은 1일 갑을오토텍 회사로 근로감독관을 보내 이력서 허위기재 신입사원들을 회사에서 퇴거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는 ‘노조파괴 용병’ 채용에 대한 첫 번째 조치로 이후 고용노동부 대응이 주목된다.

눈치 살피는 고용노동부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실시 이후 호흡을 고르며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나아가 천안지청은 지난 1일 지회로 공문을 보내 노노간 폭력행위 재발방지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천안지청은 “물리적 충돌가능성을 설명하면서 예방과 협조를 수차례 당부”했다며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기업노조와의 접촉이나 현장순회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조파괴 용병’들이 정문을 무단으로 봉쇄하면서 발생한 폭력사태 책임을 지회에 묻는 셈이다.

더구나 천안지청은 현장순회나 출근 선전전 등 정당한 조합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까지 주문해 지회 반발을 사고 있다. 지회는 천안지청 공문에 대한 답신으로 “(폭력사태는) 금속지회와 조합원들의 정당한 조합 활동이나 기업노조와의 불필요한 접촉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며 “노조파괴 주동자들에 대한 신속한 구속수사와 단협 위반에 따른 채용취소 명령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 고용노동부 조사관과 경찰이 4월23일 충남 갑을오토텍 기숙사에서 노조파괴를 위한 위장취업으로 의심받던 신입사원 숙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지회 제공

"조합원, 한 판 투쟁 주문" 자신감 보여

한편 노조와 새정치민주연합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함께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노조파괴 관련 모든 의혹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불법 가담자 엄벌 ▲갑을상사 그룹의 불법적인 노조파괴 행위 즉시 중단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은수미 의원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시는 이와 같은 초헌법적인 불법행위가 우리사회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사용주 구속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아 8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제출키로 했다.

갑을오토텍지회는 조직력 유지와 투쟁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이대희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위축되기는커녕 분을 못 참고 한 판 투쟁으로 직접 용병을 몰아내자 하고 있다”며 “지회 간부들이 조합원들에게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기 바쁘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다.

생산직 한 명이 지난 3월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용병 3명과 기업노조를 설립했지만 지회 조합원은 단 한 사람 이탈도 없이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오히려 SNS를 통해 서로 결의를 다짐하며 조직력을 키우고 있다.

이재헌 지회 조직선전부장은 “매일 아침마다 벌이는 출근투쟁에서 지회 간부들은 보조역할만 할 뿐”이라며 “조합원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서 시작한 출근 투쟁은 이제 가족들까지 참가하는 투쟁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재헌 지회 조직선전부장은 “조합원들이 매일 아침마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서 출근선전전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투쟁에서 지회 간부들은 보조역할만 할 뿐”이라고 소개했다. 이 부장은 “조합원들이 시작한 출근 선전전은 이제 가족들까지 함께 참가하는 투쟁의 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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