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동안 군산공장에서 일했습니다. 월차도 한두 번 밖에 안 썼죠. 이정도면 정말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요?”

4월22일 노조 전북지부 군산지역금속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는 13년 만에 해고 위기를 맞았다. 이날 만난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짧게 4년, 길게 13년 동안 군산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었다. 누구 하나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회사는 이들에게 공장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 4월15일 전북지부 한국지엠 군산비정규직지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있다. 지회 제공

“죽도록 일만 했는데 한국지엠은 헌신짝처럼 버리려 한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월15일 금속노조에 가입, 지회를 설립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올해 4월부터 한 개조 근무를 한다. 사업 축소와 물량 부족이 이유다. 1교대제 시행과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이 닥쳤다. 진제환 지회장은 “1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650~700 여 명이다. 이 중 150여 명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4월30일 이후 희망퇴직, 해고당하거나 휴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5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4월말로 일자리를 잃는 것.

▲ 4월22일 진제환 전북지부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장이 “1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만 650~7백 여 명이다. 이 중 150여 명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4월30일 이후 희망퇴직, 해고 당하거나 휴직을 해야 한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군산=강정주

회사는 3개월 유급, 6개월 무급휴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9개월 이후 현장에 복귀하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 진제환 지회장은 “내가 속한 업체가 맡았던 공정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예 없어졌다. 업체가 폐업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5백 명 비정규직 일터 잃는다

한 조합원은 “지금 받는 월급으로 먹고 살기 벅차다. 비정규직이 6개월 동안 무급으로 어떻게 버티겠냐”고 토로한다. 조합원은 “10년 넘게 일한 형님 한 명은 공장 그만두라는 얘기를 듣고 억울해서 이불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했다. 죽어라 일만 시켜놓고 1천만 원 줄테니 희망퇴직하고 나가라는데 내가 지금껏 왜 그렇게 일했는지 후회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교명 지회 조직부장은 “휴직하는 동료들은 9개월 뒤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다”며 “업체 소장과 관리자들은 사직서를 쓰라고 종용한다. 오늘도 관리자 설득을 못 이긴 동료 두 명이 사직서를 썼다”고 현장 노동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지회 설립 다음날 부터 공장 안 중식 선전전을 하고 있다. 지회 제공

비정규직 대규모 해고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5월 물량을 축소하며 360명이 공장을 떠났다. 이종철 사무장은 “희망퇴직이 아니었다. 3백만원도 안 되는 돈을 위로금이라고 내놓고 근속 몇 년 이상자는 무조건 나가라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 노동자들은 늘 고용불안을 겪는다. 물량이 많으면 단기로 뽑았다가 물량 줄면 바로 해고한다. 한 업체에 입사와 퇴사를 다섯 번 반복한 노동자도 있다. 정훈 선전부장은 “비정규직은 늘 해고 1순위다. 회사가 사업을 축소하고 물량이 줄면 비정규직들은 또 해고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철 사무장은 “해고 대상자가 아닌 조합원도 있다.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은 언제든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한다. 공장을 떠난 동료들은 반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군산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 4월22일 김교명 지회 조직부장이 “휴직을 하는 동료들은 9개월 뒤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다. 업체 소장과 관리자들은 사직서를 쓰라고 종용한다. 오늘도 관리자 설득을 못 이긴 동료 두 명이 사직서를 썼다”고 현장 상황을 말하고 있다. 군산=강정주

지회 조합원들의 가장 큰 요구는 고용보장이다. 이종철 사무장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일하고 모두 퇴사처리 한다는 공정이 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십 수 년 일하던 곳을 떠나야 한다”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강조한다.

언제든지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한다. 김교명 조직부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 첫째 요구다. 더 문제는 작업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교대제 전환으로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에 배치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힘든 곳에서 일했냐’고 한다”며 실상을 전한다.

정훈 선전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업체 사무실 청소, 쓰레기통 비웠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보낸다. 회사 못 다니게 하겠다’는 공공연한 업체 관리자 압력에 시달린다”며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때문에 겪는 일이다.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다”고 말한다.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가입 소식을 듣고 즉각 탄압에 나섰다. 한 업체 소장은 개인 면담을 한다며 일곱 시간이 넘도록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 ‘노조 가입한 사람들 때문에 업체 재계약이 안 된다’는 소문도 퍼뜨린다. 조합원이 탈퇴하지 않자 부인에게 전화한 업체도 있다. 심지어 조합원의 아버지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소장도 있다.

▲ 4월22일 지회 조합원들이 전북지부 군산지역금속지회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군산=강정주

김교명 조직부장은 “동료들은 군산공장에 다니고 싶어 한다.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되고 업체가 폐업할까봐 두려워 한다”고 말한다. 김 조직부장은 “노조에 가입하고 노동법 배우니 우리가 뭉치면 살 길 있다는 것 알았다”며 “동료들과 더 단단하게 뭉쳐서 당당한 정규직으로 일터를 지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지회는 설립 다음날부터 공장 안 중식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1차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인단을 모아 2차 소송도 접수할 계획이다. 진제환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회로 모이도록 알리고 조직하겠다. 우리의 힘으로 일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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