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정문에서 아침 출근 선전전을 시작했다. 지회에서 결정한 투쟁이 아니다. 조합원들은 지회 간부들에게 다른 일을 하라며 선전전 결합을 만류한다.

지난 3월 기업노조가 생기고 회사가 노조파괴를 위해 계획적으로 전직 경찰 출신 등을 신규 채용했다는 제보가 잇따른 뒤였다. 처음 두 세 명의 대의원과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정문에 나왔다. 4월20일,어느새 150명이 넘는 조합원이 선전전에 참여하고 있다.

▲ 4월10일 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간부들이 퇴근 선전전을 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김우태 대의원은 “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선전전에 결합한다”고 말했다. 선전전에 나오지 않더라도 출근길 정문을 지나는 조합원들은 자동차 비상등을 깜빡이거나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함께 참여한다. 김우태 대의원은 “회사는 기업노조를 만들고 노조파괴범을 현장을 들여보내서 우리를 흔들려고 한다. 선전전은 우리 조합원들이하나라는 것, 조합원들이 서로 같은 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60명을 신규채용했다. 누구보다 신규채용을 기다린 것은 조합원들이었다. 윤석호 대의원은 “4년 전에 입사했다. 18년 만에 들어온 신입 조합원이었다. 또래 조합원들이 많이 들어오면 취미 생활도 같이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지회는 지난해부터 신규 조합원 중심으로 실천단을 구성해 활동했다. 실천단 활동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시작한 선전전

신규채용자의 평균 나이 47세. 조합원들의 기대와 다른 상황이었다. 김우태 대의원은 “신규채용하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리라 생각한다. 당시 회사가 복지 비용을 줄이려고 고령자를 뽑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당황하긴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신규채용자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 4월10일 선전전에서 이대희 갑을오토텍지회장이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을 분쇄하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아산=강정주

지회는 최근 신규채용자들이 노조파괴를 위해 회사와 공모해 들어온 이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직 경찰 출신이라는 자가 주도해 신규채용자들 대부분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김우태 대의원은 “알고보니 노조파괴범이었다. 우리 등에 칼을 꼽기 위해 계획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조를 파괴하려고 노조파괴범을 채용한 갑을 자본에 대한 분노가 크다”고 현장의 정서를 전했다.

지난 3월11일 기존 지회 조합원 네 명이 기업노조를 설립했다. 기업노조를 만든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신규채용자들 이외 기업노조에 가입한 금속노조 조합원은 없다. 대의원들은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을 계기로 조합원들이 더 똘똘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는 실천단을 확대하고 분임 토론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부 부서에서 부서 조합원 전체가 실천단을 결의했다.

유영재 지회 문화체육부장은 “조합원들이 예전보다 자주 모인다. 부서별로 단합대회를 하고 노조파괴 관련 기사가 나오면 간부들보다 조합원이 먼저 소식을 알려준다.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김우태 대의원은 “금속노조가 깨지면 내 삶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조합원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 4월10일 노조 노동안전활동가 양성학교 참가자들이 갑을오토텍지회에서 1박2일 교육을 하며 지회 투쟁에 힘을 실었다. 퇴근 선전전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산=강정주

지회는 조합원들에게 여러 차례 다른 지회에서 벌어진 노조파괴와 복수노조 설립,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탄압받은 사례를 교육했다. 지회 간부들은 조합원들이 지역의 복수노조 사업장, 만도기계 시절 같은 사업장이었던 만도, 발레오만도 등을 보면서 복수노조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노조 가면 노예로 산다”

지회 한 조합원은 “기업노조 생기고 조합원들 살기 좋아진 현장으 못 봤다. 기업노조 힘이 세지면 우리는 노예처럼 살 수밖에 없다. 노동자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다. 이 사실을 조합원들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사업장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뭉쳐있다”고 말했다. 김우태 대의원은 “기업노조에 가입하면 회사가 잘해줄 것처럼 말한다. 알고보면 혜택은 핵심 주동자 몇 명만 받는다. 조합원들은 핍박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출근 선전전을 하고 금속노조를 더 신뢰하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호 대의원은 “기자회견 하면서 노조파괴 증거가 드러나고 실체가 밝혀지니 조합원들은 더 우리가 맞았다는 확신을 한다”며 “투쟁 초기부터 충남지부 동지들, 금속노조가 함께 한다는 사실도 힘이 된다”고 말햇다. 최근 노조가 1박2일로 지회에서 노동안전활동가 양성학교를 진행했다.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노조 각 사업장 간부들이 함께 선전전을 벌여 조합원들이 큰 힘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김우태 대의원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다. 갑을오토텍지회가 무너지면 내 생활, 조합원들의 삶이 무너진다. 내 집에 들어온 도둑에게 눈 뜨고 당할 수는 없다”며 이번 싸움을 반드시 이길 거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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