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대법원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받고 현장으로 돌아간 노조 부산양산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지회장 문영섭)가 복귀 두 달 만인 4월6일부터 다시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하루씩 번갈아가며 서울 충정로 풍산 본사와 풍산 회장이 부회장인 전경련 회관 앞에서 종일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회 조합원 한 명은 스카니아코리아지회 농성장에서 함께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지회 해고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 돌아갔지만 생각지도 못한 불운이 닥쳤다. 지난 2월26일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반도체 리드프레임 도금작업을 진행하는 도금공장에서 불이나 건물과 설비가 대부분 타버렸다. 복귀한 조합원들은 다시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 4월8일 부산양산지부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이 서울 충정로 풍산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성민규

회사는 건물과 설비가 탔지만 공장을 재건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대책에 대해 아무것도 지회에 말해주지 않았다. 풍산 본사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조합원들은 회사가 공장을 재건할 의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경투쟁에 나선 지회 정재철 대의원은 “회사가 공장재건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이 회사 경영설명회에서 강대규 사장에게 공장재건에 대해 물었다. 사장은 2~3개월 동안 추이를 지켜보자면서 확답을 하지 않았다”며 “아무래도 회사가 시간을 끌면서 조합원 복직도 늦추고 추진하던 반여동 공장부지 개발을 속개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3년 넘게 싸워 복귀, 공장 화재 불운

조합원들은 풍산이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한 이후 반여동 공장의 건물과 토지는 풍산의 것이고 설비는 풍산마이크로텍 것이기에 화재사고 보험금의 대부분은 풍산으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풍산마이크로텍이 위치한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부지는 개발문제가 얽혀있다. 반여동 공장부지는 그린벨트 지역이지만 산 하나를 두고 해운대 센텀시티에 인접해 있다.

풍산은 끊임없이 반여동 공장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개발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풍산의 류진 회장이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전경련이 반여동 공장부지를 돔구장으로 개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반여동 공장부지의 개발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이 계획은 특혜시비로 부산시가 추진하지 못하다 2014년 9월 개발허가를 위한 신청시기가 지나면서 엎어졌다.

▲ 4월8일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이 서울 충정로 풍산 본사 앞에서 공장부지 매각 문제에서 비롯한 풍산마이크로텍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성민규

화재가 난 이후 회사는 개발을 해야 할 땅이기에 공장재건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속셈을 드러낸 것. 특혜시비와 개발허가를 위한 신청시기를 놓치며 개발시도가 좌초됐지만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다.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초까지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같은 해 말까지 개발계획을 확정한 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장부지 개발을 위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회 조합원들은 공장 화재사건이라는 악재를 이용해 회사가 다른 방식으로 공장부지 개발과 구조조정을 함께 진행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공장이 불에 타서 휴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회사는 어떻게라도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휴업수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재철 대의원은 “고용안정센터의 휴업기금은 유급휴업 시 회사가 임금의 70% 이상 휴업급여를 지급해야 지원한다”며 “회사는 임금의 40%만 지급하겠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받는 절대 금액이 줄어드는데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오히려 더 많아지는 이상한 상황이다”라며 답답하다고 했다. 결국 정리해고 무효 판결 전 불거졌던 공장부지 개발과 관련한 문제가 조합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회사는 화재 이후 타지 않은 설비와 주문 물량을 하청업체로 넘기며 외주화를 강행하고 있다.

풍산이 결자해지해야

조합원들은 결국 풍산이 풍산마이크로텍을 재인수해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합원들은 땅과 건물의 주인은 풍산이지만 회사만 다른 이름을 달고 있는 기묘한 매각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공장 매각 전 풍산은 끝까지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그룹 부회장과 사장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풍산은 약속과 달리 조합원들이 휴가 간 틈에 매각해 버렸다.

▲ 4월7일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풍산의 회사 비밀매각과 공장부지 개발 시도를 비판하며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풍산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이다. 지회제공

정재철 대의원은 “풍산이 화재 보험금과 부지 개발이익을 거의 다 가져간다. 풍산이 상황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말 부지를 개발해야 한다면 회사가 공장을 이전해 재건하고 고용안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결국 이 문제는 진짜 주인인 풍산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양달표 대의원은 바쁘게 돌아가는 상경투쟁 일정을 설명하며 각오를 밝혔다. “일자리는 노동자의 생명줄이다. 생존권 지키려면 물러설 데가 없다. 이번에도 이길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라며 “3년 넘게 투쟁하며 노조와 지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함께 싸워서 함께 이기는 길이 우리 모두 사는 길이라고 배웠다”라고 크게 웃었다.

풍산마이크로텍지회는 올해 2월12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3년 넘게 끌어온 정리해고 싸움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지회는 회사가 2011년 10월 58명의 조합원을 정리해고 한 이후 부산 시내 동시 거점집회, 상경투쟁, 부산부터 서울까지 행진하는 등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온갖 투쟁을 벌였다.

지회 조합원 42명은 지난해 9월24일 고법에서 승소한 뒤 11월24일 회사의 통보를 받고 11월27일부터 현장에서 일할 준비를 했다. 회사는 조합원들을 기만하며 11월26일자로 상고했다. 회사는 12월2일자로 희망퇴직을 신청하라고 날벼락을 날렸다. 결국 지회는 다시 투쟁에 나섰다. 복직 이후 출근선전전과 퇴근 후 부산 반여동 피에스엠씨 공장 앞과 복직훈련장인 부산인력개발원, 부산지검 앞에서 ‘대법원 상고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회사에 상고 철회와 희망퇴직 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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