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010년 하반기부터 금속노조 단체협약 중 해고자 조합원 자격규정에 대해 시정명령을 남발했다. 4년 전 일이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회사는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를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조합원이 아닌 자로 해석해서는 아니 되며, 회사 내 출입과 활동을 제한할 수 없다”는 금속노조 단체협약 규정을 문제 삼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에서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기간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는 노조 단체협약 조항들이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 자격을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확대하거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여부를 명시하지 않거나, ▲막연히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로 규정해 사실상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확장했으므로 근로자의 자격 유지기간과 요건을 규정한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을 위반한다고 했다.

▲ 해고자가 노조법상 노동자의 지위에 있고 초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의 조합원의 지위에 있더라도 위 판결을 적용하면 노동조합이 해고 조합원들의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을 체결할 수 없고 해고 조합원들이 노조법상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등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난해 6월10일 유성기업 아산지회 현장순회에 나선 노조 임원, 충남지부 간부, 지회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동준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 규정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들만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노조를 설립하라고 강제하기 위한 단서가 아니다. 이 단서규정은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을 전제로 둔 규정이다.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노동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해고된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규정이다. 금속노조와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에 적용하는 규정이 아니다.

산업별노조 조합원자격은 소송 종료까지

금속노조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대전고등법원, 대구고등법원 등은 모두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근로자로 인정한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단서 규정은 ▲기업별 노동조합에만 적용되고 원고와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두8731 판결 참조), ▲원고와 같은 산업별 노동조합은 그 특성상 조합원이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와 종속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점,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도 있고 그와 상관없이 곧바로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므로, 소송을 통해 해고의 불법성을 다투고 있는 자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합원 자격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산업별 노동조합인 경우 사용자로부터 해고되어 소송을 통해 해고의 불법성을 다투고 있는 자도 조합원 자격을 가진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해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조합원의 지위 여부 문제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관련해 나타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조합원수를 산정할 때 해고자가 제외된다고 봤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기 위해 조합원 수를 산정할 때 해고 근로자가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인가,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인가에 따라 조합원 인정 여부 및 전체 조합원 수를 달리하는 것은 기업별 노동조합에 대한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기 위한 조합원 수 산정에서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도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과 마찬가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때까지만 조합원에 포함되고 그때까지 원직 복직 구제명령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더는 조합원에 포함될 수 없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는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12누17393 판결). 다시 말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은 인정되나 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조합원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노동3권의 통일적인 해석원칙에 반한다. 해고 노동자들의 조합활동 사항과 잠재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협약 대상성을 간과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 결정을 위한 조합원을 취업상태 노동자로 한정하고 초기업별 노조의 비취업상태 노동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조합원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시정해야 한다.

창구단일화시 산업별노조 해고조합원 차별

해고자가 노조법상 노동자의 지위에 있고 초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의 조합원의 지위에 있더라도 위 판결을 적용하면 노동조합이 해고 조합원들의 사항에 대해 단체교섭을 체결할 수 없고 해고 조합원들이 노조법상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등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단결권은 있되 단체교섭권과 행동권이 없다는 것으로서 노동 3권의 통일적인 해석원칙에 위반된다.

해고자가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도 단체교섭과 협약의 적용이 예정된다고 볼 수 있다. 노조법상 창구단일화제도를 포함해 단체교섭의 각종규정, 쟁의행위 관련 규정은 ‘노무공급자들 사이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줄 필요성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제정한 것이다.

해고 조합원에 대해 조합원으로서 사업장 내에서 조합활동권과 시설사용권 등 각종 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단체교섭과 협약체결과정을 통해 보호해야 함이 마땅하다. 나아가 해고의 효력이 무효가 됐을 때 적용하는 잠재적인 근로조건 예컨대, 해당 근로자가 나중에 판결 결과 복직했을 때 현실화 하는 해고기간 중 임금상당액, 복직 이후 임금, 근로시간, 근로계약기간 등의 유지․개선과 기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에 참여하고 단체협약으로 보호받을 권리와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별 노동조합 해고자가 조합원에 포함되지 않으니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이 있는 해고자도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조합원 수에 포함할 수 없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은 산업별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고 합리적 이유 없는 하향평준화다. 산별노조의 질서와 운영에 걸맞은 법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송영섭 / 금속노조 법률원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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