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6일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아래 발레오)의 ‘금속노조 탈퇴 조직형태 변경 총회 무효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열린다.

앞서 1, 2심 법원 모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지회 단위의 조직형태변경이 불가능하다’며 탈퇴 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 판결 이후 3년 가까이 시간을 끌어온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을 다루겠다고 통보했다. 발레오 본사 프랑스인 회장은 “금속노조가 대법원에서 승리한다면 공장을 청산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는 3월2일 대법원 앞 1인시위를 시작했다. 대법원장에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6년째 당하고 있는 부당한 차별과 탄압을 바로잡으라고 호소하고 있다. 노조는 탈퇴총회가 무효임을 명백히 확인해 줄 것을 촉구하는 ‘10만 금속노조 조합원 탄원서’를 받고 있다. 지회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해 노조를 파괴하고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발레오 자본에 맞서 15만 금속노조의 목소리를 법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 3월5일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이 대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강정주

발레오는 2012년 2월 용역을 동원해 직장폐쇄를 자행했다.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시작한 것. 회사는 일부 세력을 앞세워 총회를 소집,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세우도록 했다. 회사는 이 기업노조를 이용해 단체협약을 후퇴시키고 차등상여금제 등을 도입했다. 금속노조를 파괴하고 현장 조합원들의 삶을 초토화 시키는 출발점이었다.

“금속노조 탄압 끝나지 않았다”

3월5일 대법원 앞에서 만난 발레오만도지회 조합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영철 지회 대의원은 “현장에서 일하는 금속노조 조합원은 보직도 주지 않고 TFT로 보낸다. 회사가 시키는대로 하루는 페인트칠, 하루는 화장실 청소, 잡초 뽑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TFT팀장은 ‘회사 말 잘 들으면 라인에 넣어주겠다’고 조합원들을 회유한다.

이상수 조합원은 “성과상여금제도를 도입해 A에서 D등급으로 분류해 상여금을 준다. 금속노조 조합원은 무조건 D등급이라 한 푼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한 차별임을 인정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잔업을 시키지 않고 상여금도 지급하지 않으니 조합원들의 임금은 반토막이 났다. 이영철 대의원은 “돈으로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든다”고 분노했다.

▲ 3월5일 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이영철 대의원은 “대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전국 모든 사업주들이 발레오만도와 같은 불법 행위를 시도할 것”이라고 법원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정주

회사는 ‘금속노조’를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고 혈안이다. 노조사무실 주변에 컨테이너를 쌓고, 그 위에 철판까지 세웠다. 지회 해고자들이 현장 근처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금속노조에 가입한 사실을 공개하면 더 힘들어진다. 이영철 대의원은 “관리자들이 하루종일 쫓아다니면서 탈퇴서를 쓰라고 한다. 집까지 가서 부인과 아이를 앞에 두고 탈퇴 압박을 한다. 집으로 가정통신문도 보낸다”며 “조합원들이 결국 힘들어서 못살겠다며 탈퇴하기도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 대의원은 “명백한 지배개입과 노조탄압이다. 이런 행위 조차 처벌하지 않는다면 사업주의 불법 행위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20개가 넘던 현장 모임, 동아리는 모두 없어졌다. 회식 때 맘 편히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6년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철 대의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발레오만도지회만이 아니라 금속노조를 지키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의 중요함 강조했다. 이 대의원은 “노조와 회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회사가 어용노조 앞세워 파괴했다. 조합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임금을 삭감하며 탄압했다”고 비판했다.

이 대의원은 “회사는 노동조합 법을 지켜야 한다. 노사가 교섭을 하고 맺은 단협도 함부로 위반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노조를 무시해도 좋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의원은 “지회를 설립하고 20년 동안 피터지게 싸우며 만들고 지킨 단체협약이다. 이것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겠다는 회사의 행태를 이번 판결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파괴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 보여줘야”

이상수 조합원은 “6년을 투쟁해보니 이 사회는 법보다 주먹, 권력이 가깝더라. 노동자만 구속한다. 감옥에서 나오면 손해배상 가압류가 또 한 번 죽인다. 사업주는 법원 판결을 안 지켜도, 노동부 지시를 어겨도 이제 벌금 조차 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 3월5일 발레오만도지회 이상수 조합원은 “6년을 투쟁해보니 이 사회는 법보다 주먹, 권력이 가깝더라. 사업주는 법원 판결을 안 지켜도, 노동부 지시를 어겨도 이제 벌금 조차 내지 않는다. 법원은 반드시 노동자들의 정당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정주

이 조합원은 “법원은 반드시 노동자들의 정당한 호소를 외면하지 않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합원은 “대법원은 건물 정면에 ‘자유, 평등, 정의’라고 적었다. 이대로 판결한다면 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철 대의원은 “대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전국 모든 사업주들이 발레오만도와 같은 불법 행위를 시도할 것”이라며 “창조컨설팅과 같은 노조파괴 업체가 판을 칠 것이다. 노조 하나만 없애면 몇 십 억원을 주는데 안 할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 불법으로 노조를 파괴해도 처벌을 안 받으니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이 투쟁에 전국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상수 조합원은 “노조를 만든 이유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금속노조를 설립하고 전국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공동투쟁을 하며 지켜온 깃발이다”라며 “불법 노조파괴에 맞선 발레오만도지회의 힘겨운 6년 싸움, 금속노조를 부정하는 사업주를 상대로 한 싸움에 15만 조합원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지회는 공개변론 전까지 10만 금속노조 조합원 탄원서를 모을 계획이다.

이영철 대의원은 2010년 처음 농성을 위해 짐을 싸서 집을 나서던 때를 떠올렸다. “가족들에게 이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6개월 안에 끝내고 돌아온다고 했다.” 6개월을 예상했던 싸움이 어느새 6년째다. 아빠의 등에 적힌 ‘투쟁’이란 단어를 보며 무슨 뜻이냐고 묻던 초등학생 딸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영철 대의원은 “6년 싸움 반드시 승리하고 회사가 금속노조 인정하게 만들어서 당당히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