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면 죽는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고도화된 기업의 운영시스템을 『감시와 처벌』에 나오는 원형감옥에 비유해 직장이 어떻게 인간성을 갉아먹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써 놓은 책인데 읽을 만 했다. 회사가 감옥 같고, 나날이 수형 같은 생활. 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느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상담소를 찾은 A씨가 다닌 회사는 단지 감옥 같은 회사가 아니라 감옥 그 자체였다. 아직도 이런 사업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 부산시내버스들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의 버스사업장에서 운전사로 일하는 A씨는 회사에 대한 불평불만을 자주표출하다 보니 관리자들에게 제대로 찍힌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종종 트러블이 발생하고, 시말서를 자주 제출하고 징계도 자주 받는 편이었다. 최근 들어 관리자들은 A씨를 노골적으로 괴롭히기 일쑤였다. A씨를 해고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A씨가 딱히 큰 잘못은 한 것이 없어 해고할만한 빌미가 없으니 죽도록 괴롭혀서 A씨를 쫒아내려 한 것이다.

2009년 1월 A씨는 버스 바퀴에 에어가 빠져 있어 정비팀장을 맡은 관리자에게 정비를 요청했지만 정비팀장은 이를 모른 체 했다. 그는 평소 대표적으로 A씨를 괴롭히던 관리자였다. A씨는 정비팀장에게 격하게 항의했다가 되려 정비팀장과 또 다른 관리자에게 멱살을 잡히고 옷을 찢기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당장 고소장을 작성하려 했지만 우선 참았다.

A씨는 계속되는 괴롭힘과 회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빠져 하루는 버스 내부의 감시카메라 장치에 손을 댄 적이 있다. 2009년 7월 회사는 이를 이유로 A씨를 징계했다. 대기발령. A씨는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되고 대기발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대기발령이 벌써 9개월째로 A씨는 아직도 대기발령인 상황이다. 회사는 대기발령 장소로 버스기사 휴게실을 정하고는 A씨에게 출근 후 퇴근까지 휴게실을 벗어나지 말라고 요구했다. A씨는 무려 9개월동안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기사대기실에서 업무도 없이 출근부터 퇴근시간까지 앉아 있었다. 네모난 컨테이너 박스는 A씨가 유배된 감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던 2010년 3월, 회사의 과장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A씨에게 와서는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A씨가 휴게실 벤치에서 누워있는 장면이었다. 과장은 “근무시간에 누워 잤으니 시말서를 쓰라”는 것이다. 9개월째 대기발령 생활을 하며 온갖 괴롭힘에 분노가 극에 달한 A씨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 평상시 자신을 늘 괴롭히던 정비팀장이란 이야길 듣고 정비팀장에게 항의했다. 정비팀장은 되려 A씨를 또 폭행했다. 급기야 휴게실 컨테이너박스 밖에서 A씨의 바지를 벗기고 팬티를 찢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버스기사 휴게실 밖에는 동료기사들이 있었고, 버스를 타러온 시민들도 쳐다보고 있었다. A씨는 부인과 성인이 된 자녀를 둔 집안의 가장이다.

A씨는 검찰에 이를 고소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 8조는 사용자의 폭력행위에 대해 5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가토록 되어있으며, 직무와 관련한 관리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해 사용자의 행위로 간주하고 양벌처벌토록 되어있다. 문제는 경찰과 검찰이 늘 이러한 사건을 당사자 쌍방의 단순한 싸움으로 보고 가벼이 넘어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2010년 현재에도 직장에서 상사에게 매맞고 사는 직장인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정권의 노조탄압이 노골적으로 나타나면서 사용자와 관리자들의 폭력행위들이 소소히 증가하는 경향도 보인다.

관리자들에 의한 이러한 행위에 대해 검찰이 직장 내의 폭력행위로 보고 엄정히 다스릴 것인가. 결과를 지켜봐야 할 문제다.

양성민 / 민주노총 부산본부 법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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