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광고 몇 개를 접할까? 아침에 눈뜨고 펼친 신문에 당연히 광고가 인쇄돼 있고 텔레비전 아침뉴스 앞뒤로도 나온다. 옷을 차려 입고 나선 엘리베이터 안에도,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정류장 안에도 광고가 있다. 지하철 역사 한 곳에만 50개의 스크린도어 형식의 광고가 50가지 넘는 광고메시지를 전달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이 24시간 동안 접하는 광고 메시지는 3,0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인식하지도 못하지만. 실제 제작비가 몇 억 원씩 들어가는 텔레비전 광고는 2014년 한 해 동안 하루에 10편씩, 연간 4,000편 넘게 나왔다. 광고 대부분이 나왔는지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소멸해갔지만. 그래서 2014년 남다른 의미로 획을 그은 광고캠페인 세 편을 소개한다.

비락식혜 의리캠페인

독자 대부분이 지난 5월 김보성이 모델로 등장해 주구장창 “아메으리카노. 회오으리. 으리”를 외쳐대던 비락식혜 의리캠페인을 기억할 것이다. 사실 김보성은 한물간 시대의 상징이었다. 한 싸움하는 연기자로 나타나 구닥다리 구레나룻 스타일을 유지하고 야리야리 꽃미남 시대와 맞지 않는 각진 얼굴과 화법은 도대체 이 시대와 더불어 살려고 하는 연예인인지 아니면 속세와 연을 끊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2014년은 이렇게 세상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특공대’ 인생들의 진정성에 박수를 보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들 권력, 돈, 명예를 좇을 때 어떤 가치보다 사람들 사이의 ‘의리’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김보성의 진심에 모든 사람들이 감동한 것이다.

특히 비락식혜 캠페인은 유튜브로 300만명이 보는 성과를 거두었다. 텔레비전과 신문 같은 전통 매체를 활용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매체를 활용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확산하게 했던 구전 마케팅의 성공작이다. 콘텐츠만 좋다면 얼마든지 게릴라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캠페인이다.

배달의 민족,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2014년 혜성처럼 등장한 스마트폰 배달 어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 몇 년 전까지 소비자와 중국집, 소비자와 치킨집 사이에서 ‘배달을 중계해주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면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냉장고에 붙어 있는 중국집, 치킨집 번호로 전화하면 되는 그 간단한 일이 사업이 된다?’ 그런 불필요한 사업이 이제는 1조원의 규모를 바라보는 시장으로 컸다. 불과 1년 만에.

 

불과 1년 만에 소비자들은 전단지를 버리고 스마트폰에 있는 배달어플로 치킨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어플 속 치킨집 리뷰를 보고 치킨 배달 포인트로 탕수육을 시키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것. 몇 년 전 소상공인들은 신용카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는데 이제 배달어플 수수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ICT(정보통신기술)가 우리의 사회를 얼마나 빨리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어떤 정당, 조합, 시민단체도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배달어플 수수료 문제에 대해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진보진영이 시대에 뒤쳐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클래시 오브 클랜

한국에 상륙한 슈퍼셀(Supercell)의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 CoC)’ 이 100억원 이상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 기존 한국 게임업계를 ‘멘붕’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6월 들어 지상파 텔레비전 광고 등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시내 지하철의 스크린도어, 버스와 택시 정류장,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관, 옥외광고 등에 빠짐없이 광고했다.

 

‘클래시 오브 클랜’ 이전까지 국내 게임업계의 마케팅 비용은 고작 5억~10억원 정도. 산업 규모에 비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쓰지 않았던 이유는 굳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그만그만한 중소규모의 게임사들끼리 시장을 나눠먹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게임업계도 ‘이대로 가면 작은 회사는 시장에서 살아나기 힘들겠다’는 분위기이다. 정부와 자본은 열정, 젊음, 꿈이라는 거창한 껍데기를 들이대며 IT업계 노동자들을 창조경제의 선구자라고 치켜세우면서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 하고 있다. 한국은 IT의 강국이라는 환상과 게임과 인터넷 산업이 향후 경제 성장을 이끌 거라는 환상이 ‘클래쉬 오브 클랜’의 한국 상륙으로 산산조각 났다.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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