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한 줄의 사실 보도도 없을 줄이야. 지난 11월27일 대법원은 6년 전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 YTN 기자들의 동기가 ‘정치적 중립이나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공적 이익’ 차원의 것이었음을 인정하고도 이들의 행위가 “사용자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권리인 경영진 구성권과 경영주의 대표권을 직접 침해한 것”이라며 사측의 해고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 판단 다음날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 사안에 대해 일제히 침묵했다.

돌이켜보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방송의 공정성과 정치 중립을 주장하다 해고․징계 대상이 된 언론인들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YTN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 보도조차 하지 않은 이들 신문의 모습을 통상적이라 평가하긴 어렵다.

▲ 11월27일 6년의 법정투쟁을 마친 YTN 해직기자들이 조합원들 앞에서 해고통보서를 찢고 있다. <뉴스타파> 제공

일단 YTN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다른 언론들의 모습과 큰 차이가 있다. 11월 28일자 <한겨레>를 보자. <한겨레>는 사설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공정보도야말로 언론기관의 존재이유이며 경영행위도 바로 이 존재이유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그런 점에서 보면 보도의 자유와 공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저항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하며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저널리즘의 원칙 수호보다 경영권 행사 보호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극히 우려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대통령 선거를 도운 인사의 보도전문채널 사장 취임이 보도 공정성 훼손을 위협할 것임은 불문가지”라며 “정부가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면 맞서 싸우는 게 언론인의 당연한 책무”라고 짚었다. 또한 <경향신문>은 “따라서 법원은 언론 자유와 독립성 확보를 위한 행동의 동기를 경영권 못지않게 적극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대법원 판결이 언론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도 좋다는 신호로 간주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신문만이 아니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한국일보>도 ‘언론의 공적 이익에 소극적인 대법 YTN 판결’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이 1심에서 지적했듯이 언론의 존재이유인 공익의 가치를 등한시한 채 내세운 ‘사회통념’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중략)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법원 구성부터 시급히 다양화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

그 외 <세계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 중도 보수의 신문들 역시 YTN 대법원 판결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신문의 성향을 떠나 일제히 보도가 이뤄지고 일부는 사설을 통해 강한 어조로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보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대통령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에 맞서 언론의 본질적인 가치, 즉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언론인들의 불가피했던 선택을 대법원이 경영권이라는 통상의 기업 논리로 재단한 사실을 최소한 기록해야 한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침묵을 선택했다. 남들과는 다른 침묵인 탓에 그 의미를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언론 자유를 강조했던 때가 언제인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가깝게는 올해 초, 여야가 합의해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이하 종편)․보도전문 채널 등의 제작 자율성 보호를 위한 장치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를 두는 방향으로 방송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는 ‘제작 자율성 침해’라며 집중포화에 나섰고, 결국 법 개정은 없었던 일이 됐다.

그러나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는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제작진과 실무진이 함께 방송의 공정성을 합의를 통해 담보하자는 취지의 기구로, 현행 방송법 제4조에 명시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구체화한 내용이라는 게 현업 방송인들은 물론 다수 언론학자들의 평가다.

그리하여 대법원의 YTN 판결과 올해 초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방송법 개정에 대한 조선․중앙․동아의 상반된 모습에서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들에 중요한 가치는 언론의 자유인가, 아니면 언론사 경영진의 자유인가. 이미 답은 나온 듯 보이지만 말이다.

김세옥 / <PD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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