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부터 18일까지 키 리졸브 독수리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올해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은 작년보다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나 미군 1만 8천여 명과 한국군 2만 여명 등 총 3만 8천여 명이 동원된다. 또 키 리졸브 훈련과 연계된 FTX(야외기동훈련) 독수리훈련까지 합치면 훈련은 무려 44일간이나 진행된다.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전면전쟁 시나리오인 한미연합사-유엔사 작전계획 5027에 따라 첨단 정밀무기로 무장한 오키나와, 괌, 미국 주둔 미군이 한반도로 이동하여 남한 전역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로 진행되는 대북전쟁훈련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연합군을 직접 지휘하면서 북한 점령을 목표로 전개되는 전쟁준비태세를 점검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작전계획 5027의 목적은 북한군 격멸, 북 정권 제거, 통일여건 조성이다. 이는 2005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한미 간 전략기획지침’을 폭로하면서 밝혀진 사실이다. 또한 한미연합사 전쟁시나리오에 따르면 북핵과 미사일, 지휘거점 등 북한지역의 700개의 표적을 타격하는 타겟 리스트가 작성되어 있다.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에는 북한 내부 불안사태에 개입하여 한미연합군의 선제 군사작전을 펼치는 작전계획 5029의 내용도 반영된다. 또한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훈련, WMD(대량살상무기)제거 작전, MD(미사일방어)작전, 북한 지형 숙달을 위한 산악전과 시가전을 상정한 한미연합 해병대 훈련, 북한 지역에서의 민군작전 등 하나같이 북한 체제 붕괴와 점령통치를 상정한 훈련들이 포함되어 있어 한반도 전쟁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북 전쟁연습은 평화통일정책을 추구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 우리 헌법을 위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위적 방어전쟁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이다.

헌법도 위배 국제법마저 위반

1994년~2007년까지 남북한 군사비 누계는 각각 1,978억 달러와 215억 달러로 북은 남한의 10%에 불과하다. 또 2008년 남한의 GNI(국민총소득)는 북한의 약 38배에 달한다.(남 1,030조 6,000억 원, 북 27조 3,000억 원) 잠재적 전쟁 수행능력의 남북 비교는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있다. 주한미군을 제외한 남한 군대만으로도 대북 방어능력을 갖춘 지 이미 오래되었다. 사실상 미국의 증원전력은 북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점령통치를 목적으로 한 전력에 다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방어훈련이라는 한미연합사의 주장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격’이다.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한반도는 몸살을 앓는다. 최첨단 장비와 대규모 병력이 동원되는 군사훈련이 벌어질 때마다 북이 느끼는 위협은 전시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 북은 한미연합훈련이 벌어질 때마다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훈련중단을 요구해왔으며 올해 역시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키 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선제공격하기 위한 선행 작전, 핵전쟁 연습”이라며 키 리졸브 훈련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한 전역이 미국의 전쟁 훈련장, 미군이 새로 개발한 교리와 무기의 실험장이 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무상으로 기지를 내주고 심지어 군사훈련 비용의 일부까지 대주는 현실을 노동자 민중들은 직시해야 한다.

성남 청계산 지하에 있는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TANGO)는 용산 미군기지의 서울 탱고와 대구 캠프 워커에 있는 탱고 오스카와 연계해 대북 전쟁훈련 상황을 총괄하는 지휘소다. 오산 K-55 공군기지에 있는 미7공군사령부 예하 51전투비행단은 수원, 광주, 대구, 청주, 김해공항을 지휘하며 오키나와, 괌 등지에서 날아오는 미 공군 전력의 작전을 준비시킨다.


대구와 군산, 인천은 미 증원전력이 남한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한반도로 들어오는 통로가 되었다. 이들은 왜관 캠프 캐롤에 저장되어 있는 미 육군사전배치물자(APS)와 결합해 전방으로 투입된다. 포항에 있는 캠프 무적은 미 해병원정대의 전투기지로 자리 잡았다. 경기도 포천의 영평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는 미 해병대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서 익힌 시가전을 한국군에게 전수하며 북한에서의 시가전을 대비한 연합훈련을 벌인다. 부산은 일본 요코스카가 모항인 미7함대 소속 핵 항모가 수시로 드나들고, 진해는 미 핵잠수함이 은밀히 기동하는 곳이다.

미군 군사훈련 비용까지 대주는 현실

미국의 군사평론가 코언의 ‘암호명’이란 책자에 보면 남한에서의 한미연합훈련 등 미군이 주도하는 훈련 종류가 무려 50여 개에 이르고 1년 중 10개월 동안이나 전개된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연습이 연중무휴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로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정부 예산 중 국방예산이 15%에 이른다. 또한 ‘국방비 등 질서유지관련 지출비중’은 GDP 대비 4.3%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개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위인 반면에 ‘복지 관련 지출비중’은 꼴찌이다.(OECD Fact Book 2008)

미국의 군사 패권을 위해 평택의 농민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고 첨단 미군기지 건설비용의 대부분을 우리가 부담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한반도가 언제까지 미군의 전쟁 훈련장, 신무기 성능 실험장으로 몸살을 앓아야 하겠는가.

현재 6자 관련국 간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조율이 한창이다. 곧 관련국 사이의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 기회에 한미연합 전쟁훈련의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철수와 미군기지와 훈련장 확장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방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한반도에는 6.25 전쟁 당시 보다 100배가 넘는 파괴력을 가진 과다한 병력과 무기가 존재한다. 또한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전쟁 1주일 만에 남북 양쪽을 합해 5백만 명의 사상자와 주요 시설의 90%가 파괴될 것이라는 한미연합사 워 게임 예상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제 노동자 민중의 ‘선택과 결단’이 남았다. 전쟁이냐 평화냐, 분단이냐 통일이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아야 하는가.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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