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에게 혹한의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2009년 정리해고된 뒤 병마와 싸우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 조합원 박아무개(47)씨가 지난 13일 숨졌다. 정리해고 이후 26번째 사망자다.

14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에 따르면 고인은 1996년 쌍용차 창원공장에 입사해 일하던 중 허리를 다쳐 중앙측정실 부서에서 일했다. 2009년 정리해고된 뒤에는 허리디스크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관련 소송을 벌이느라 퇴직금을 소진하고, 주유소와 자동차 부품업체를 떠돌며 하청노동자로 살았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그에게 올해 9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건강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로부터 석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지부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고인에게 남은 건 허리디스크와 해고통지서였다”며 “생계는 부인이 책임져야 했고, 남한테 의지하기 싫어하고 강직했던 고인은 외롭게 병마와 싸우다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의 빈소는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고인은 부인과 중·고등학생 딸 둘을 뒀다.

한편 고인이 세상을 떠나던 날 새벽 김정욱 지부 사무국장과 이창근 지부 정책기획실장이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안 7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지부는 “대법원 판결 등으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공장 안으로 진입하는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달 13일 대법원은 2009년 단행된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유효하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에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당시 회사가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특히 서울고법의 2심 판결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쌍용차의 회계조작 논란과 관련해 철저하게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쌍용차가 정리해고 전년인 2008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과장하는 방법으로 경영위기를 부풀렸다는 해고자들의 주장은 모두 배척했다.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사법부도 정치권도 모두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에 등을 돌렸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현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어 달라고 부탁하고자 고공농성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구은회 기자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