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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면 이긴다는 자신감 있다”[복수노조 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 6]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
강정주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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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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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4일, 대구 달성공단 AVO카본코리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노동조합은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3년이 지나 이 곳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대구지부 AVO카본코리아지회로 노조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노조 설립 다음해부터 AVO카본코리아 노동자들은 12월4일이면 노조 창립 휴일로 쉬었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고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부터 이 날 쉬지 않는 이들이 있다. 2011년 7월 회사 직반장 중심으로 기업노조를 설립했다.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노조 창립일이 아닌 기업노조 설립일을 창립 휴일로 정했다.

한국노총에서 금속노조로, 다시 복수노조 사업장의 소수노조가 된 AVO카본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을 12월4일 공장 안 지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 12월4일 대구 AVO카본코리아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최중식 지회장은 “사업장 안에서 조직화를 계속하고 투쟁하면서 민주노조를 지킨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복수노조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노조 차원의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대구=강정주

2010년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총회를 하던 당시 92%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단체협약을 개악하려는 회사의 움직임이 이어지던 때였다. “노동자의 연대를 만들고 노조를 지키자. 민주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들은 금속노조를 선택했다. 1년 여 만에 기업노조가 생겼고 넉 달 만에 기업노조가 다수노조가 됐다.

한국노총에서 금속노조로

관리자가 나서서 만든 노조인 만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업노조를 선택한 조합원들도 있다. 한편으로 금속노조에 대한 확신이 없던 조합원들도 등을 돌렸다. 최중식 AVO카본코리아지회장은 “민주노조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조직형태를 변경했고 당시 조합원들의 열망도 컸다”면서 “하지만 금속노조, 민주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회사는 금속노조 가입 이후 ‘파업하면 회사 문 닫는다’는 말을 퍼뜨리며 직, 반장을 먼저 끌어들여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최중식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지 않았다. 회사 말대로 금속노조는 파업하고 회사를 망하게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창구단일화를 거쳤고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다. 두 해에 걸쳐 진행한 교섭 결과를 보면 기업노조가 어용노조임을 확할 수 있다. 지난해 교섭에서 단체협약에 명시했던 노조활동을 대폭 축소했다. 조합원들의 복리후생도 후퇴했다. 최 지회장은 “올해는 교섭에서 통상임금을 회사에 반납했다”고 비판했다.

지회가 올해 교섭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기업노조는 지회를 배제한 채 교섭 합의안 찬반투표를 했다. 조합원 교육이라고 공지해 조합원들을 모으고 불시에 투표를 진행했다. 최 지회장은 “금속노조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투표 결과는 부결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영수 지회 조직부장은 “지회 간부, 대의원들이 수시로 조합원들을 만난다. 지칠때도 있지만 모여서 얘기하고 고충을 나누다보면 다시 의지를 찾는다”고 지회 활동을 소개했다. 대구=강정주

복수노조 3년, 소수노조 지회는 어떤 활동도 쉽지 않다. 회사가 노조 전임 활동을 인정하지 않아 최 지회장도 현장에 복귀했다. 회의 등 공장 밖 일정이 있으면 조퇴를 하거나 개인 휴가를 사용한다. 교섭권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는 지회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 최중식 지회장은 “회사가 복수노조를 만든 목적은 민주노조 활동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조 활동 통제가 복수노조 설립 목적”

교섭권을 뺏겼고 일상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전체 가입 대상자 중 40% 조합원이 지회에 남았다. 지회를 이탈하는 조합원은 없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기업노조에서 다시 지회에 가입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조직력을 유지하는 지회의 전략은 현장 투쟁이다.

회사가 지회의 손발을 묶으려고 했지만 조합원들은 위축하지 않고 적극 투쟁에 나섰다. 회사나 기업노조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조합원들이 먼저 집회를 하자고 제기한다. ‘싸울 수 있다. 싸워야 한다’는 자신감이 있다. 단협 개악, 통상임금 개악 합의 뒤 조합원들은 회사 대표이사 집 앞에서 선전전과 집회를 벌였다.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집회를 두 차례 진행했다.

지난해 교섭 당시 공장 안에서 천막농성을 했다. 대구지부가 지회와 같이 ‘재교섭 실시, 지부집단교섭 참여’ 등을 요구하며 천막을 설치했다. 조합원들은 점심 시간, 쉬는 시간에 천막으로 모였다. 지회는 80일의 농성 기간 동안 매일 저녁 천막에서 조합원들에게 영상 교육을 했다.

최중식 지회장은 “이미 기업노조가 개악안에 합의했고 뒤집기는 어려웠다. 농성하면서 조합원들이 ‘우리가 졌다. 힘이 없어졌다’고 좌절하고 허망해하지 않았다. 단결하고 조직력을 키우는 계기로 만들었다”고 당시 투쟁의 결과를 강조했다.

지회 간부들의 역할이 크다. 김정열 대의원은 기업노조가 생긴 뒤 처음으로 대의원을 맡았다. 김정열 대의원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라 생각했다. 현장에 민주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힘들지만 같이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고 심경을 말했다. 김 대의원은 AVO카본코리아에 오기 전 노조가 없는 공장에서 일했다. “노조가 없으면 사업주가 시키는대로 노예처럼 살아야 한다. 그리 살지 않으려면 민주노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다”는 것이 김 대의원의 설명이다.

단협 개악 맞선 농성과 투쟁

박영수 조직부장은 “지회 간부, 대의원들이 수시로 조합원들을 만난다. 지칠때도 있지만 모여서 얘기하고 고충을 나누다보면 다시 의지가 솟는다”며 “지회 조합원들은 싸움에 마음이라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떠나지 않고 뭉쳐서 가야 하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기업노조 조합원들도 현실에 안주말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열 대의원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노조가 없으면 사업주가 시키는대로 노예처럼 살아야 한다. 노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들지만 같이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정열 대의원은 복수노조가 생긴 뒤 처음으로 대의원을 맡았다. 대구=강정주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 묻자 최 지회장은 “현장의 갈등”이라고 말한다. 10년, 15년을 같이 일한 동료들이 서로를 배신자라고 하면서 등을 돌렸다. 서로를 ‘적’이라고 부른다. 지회 조합원들은 기업노조 조합원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최 지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현장 노동자들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지회장은 “창구단일화 절차가 문제지만 복수노조 자체가 큰 문제다. 현장이 갈라지고 노노갈등만 깊어진다. 어느 쪽이 다수를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복수노조 문제를 해결에 노조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최중식 지회장은 “사업장 안에서 조직화를 계속하고 투쟁하면서 민주노조를 지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복수노조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노조 차원의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최 지회장은 “복수노조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은 복수노조를 만들면 자신이 손대지 않고 너희들끼리 싸우라고 갈등을 부추긴다. 결국 노조는 약해지고 현장이 무너진다”며 “노조 전체를 봐도 복수노조가 늘고 있다. 노조가 큰 틀에서 제도를 바꾸고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중식 지회장은 “노조가 어떤 사업을 벌이고 정책을 만드는지 현장에서 잘 모른다.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하루 중 적게 8시간, 많게 12시간을 공장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조 차원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 자료, 영상 자료를 제작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회는 현장 투쟁과 조직 확대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 지회장은 “단협 개악 저지 투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싸움을 꾸준히 벌일 것이다”라며 “기업노조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교섭권도 되찾아야 한다.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은 끝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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