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부는 금속노조에서 큰형님과 같은 존재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규모와 역할로도 그렇다. 40여 개 지회, 1만2천여 조합원에 이르는 경남지부 규모는 평균 10여 개 지회, 3천여 조합원인 여타 지역지부를 압도하며 금속노조 대표 지역지부로서 든든한 토대 역할을 하고 있다.

마산 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노동자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있던 바로 그 해 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마창노련)을 창립했다. 마창노련은 전노협과 민주노총 건설 주역이 됐고 이후 금속연맹을 거쳐 현재 금속노조에 이르기까지 ‘한다면 한다’는 금속노조 정신을 대표하는 지역지부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대표 지역지부인 경남지부 조직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18일 지부 문상환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을 만났다.

“지부는 지역 노동자 울. 생기와 활력이 필요하다”

문상환 부장은 “창원지역 안에 1만 조합원이 있다. 이 1만 명은 한 사업장에 태반이 모여 있는 울산 3만 명과는 또 다른 무게를 가진다”고 단언한다. 유사시 창원공단 곳곳에 산재한 사업장에서 모이는 3천 조합원 동력이 공장을 넘어 지역차원 힘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문 부장은 이를 “지부는 지역 노동자 울(울타리)”이라고 표현한다. 금속 경남지부로는 타업종 노동자도 상담을 문의한다. 체불임금과 같은 간단한(?) 건은 지역 고용노동부 담당자에게 전화로 “내가 갈까, 네가 갈래?”라고만 물어봐도 대개 해결된다.

▲ 경남지부 문상환 부장은 “창원지역 안에 1만 조합원이 있다. 이 1만 명은 한 사업장에 태반이 모여 있는 울산 3만 명과는 또 다른 무게를 가진다”며 “지부는 지역 노동자 울(울타리)”이라고 표현했다. 김형석

하지만 분출하는 활화산도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쇠라도 씹어 먹을 듯 하던 젊은 노동자 머리엔 서리가 앉았고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조직력과 투쟁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한 결과 조합원 평균연령이 15개 지역지부 중 가장 높다.

문상환 부장은 “87년 투쟁을 경험한 현재 조합원이 4~5년 이내에 은퇴를 하고 나면 지부 주력 사업장 지형이 바뀌게 된다”며 “지금은 사활을 걸고 조직 확대와 강화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지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주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남지부는 이런 주체마련과 내부동력 강화에 실패한 몇몇 사업장이 복수노조나 노조파괴 공격으로 무너져 내린 경험을 이미 한 바 있다.

문 부장은 “조합원 수가 1천 명을 넘어가는 사업장도 둔해지는 조직력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부는 조직강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부는 올해 ‘생기와 활력’을 표어로 삼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실태진단 사업을 벌였고 내년에는 조직운영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사업장과 지부 조직력을 강화해 내부를 지키는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공세적 조직사업

경남지부로서는 내부 조직력 강화만큼 중요한 문제가 있다. 조직확대가 정체됐다는 점이다. 경남지부 40여 개 지회 중 10개 지회를 제외하면 모두 설립한지 10년이 넘었다. 창원공단 안에는 노조 없는 400~500명 규모 사업장이 없다. 지역의 웬만한 사업장 조합원은 이미 금속노조에 가입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상환 부장은 “젊은 활동가가 많았던 과거에는 필요한 현장에 투입해 조직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젊은 활동가를 찾을 수 없다”며 “이대로 머물면 경남지부 1만3천 대오는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 부장은 “공세적 조직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문상환 부장은 “이대로 머무르면 경남지부 1만3천 대오는 곧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며 “공세적 조직사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문상환 부장이 소개하는 기본적인 경남지부 조직확대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창원공단을 대상으로는 꾸준히 상담 사업을 벌여 신규지회를 조직한다. 최근에는 공장이 들어서고 있는 사천공단까지 범위를 넓혔다. 부산양산지부와 함께 녹산공단에서 공단조직사업도 벌인다.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지부 조선업종 조직사업 전담자가 근거지를 확보하고 조선 노동자 대상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거제도 인근 지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한국노총 소속이던, 무노조 사업장이던 상관없이 지부 전담자에게 연락이 온다. 금속노조가 지역에서 웬만큼 인지도가 생겼다는 뜻이다. 조선업종 중장기 조직사업을 펼치는 지부로서는 희소식이다.

경남지부가 야심차게 착수한 또 다른 사업이 있다. 바로 '정년퇴직자 조직사업'이다. 지부는 기초조사로 연령대별 구성비, 퇴직자 현황, 단체협약 적정인원 유지조항 유무 등 사업장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합원수가 감소했으면 지회 문제인지, 신기술 도입이나 하도급 문제인지 원인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개별설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 고민을 직접 들어보자는 취지다.

문상환 부장은 “이 같은 조사를 통해 은퇴자 요구를 수렴해 넓게 조직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며 “대공장 회사와 같은 지원이 없는 이상 지역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는 사업이지만 은퇴한 조합원이 개별화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 공간을 노조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시도다.

쓰러지지 않도록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작업

문상환 부장은 “지부 사업비중을 점차 미조직 조직사업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앞서 살핀 지부 조직진단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담당자라서 가지는 고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지부 표어가 ‘생기와 활력’인 이유이기도 하다.

▲ 문상환 부장은 “노조 중앙은 사례와 고민을 모아 사업방향을 잡고 조직화 모델을 전파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에 조직사업 담당자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부장이 지부 사무실에서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김형석

노조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문 부장은 “노조 중앙은 사례와 고민을 모아 사업방향을 잡고 조직화 모델을 전파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에 조직사업 담당자를 좀 더 보강해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동력을 마련하고 조직력을 강화하지 않는 노조는 달리기를 멈춘 자전거처럼 쓰러지거나 자본이라는 받침대에 기대야 한다. 87년 경험을 사업장 젊을 조합원에게 전달하는 일, 신규 사업장과 공단을 조직하는 일, 퇴직자를 조직해 지역활동 공간과 역할을 제공하는 일 모두 페달을 힘차게 돌리는 작업인 셈이다. 조만간 넓고 긴 창원대로를 다시 한 번 꽉 채운 채 새로 배운 금속노조가를 힘차게 부르는 마창노련 후예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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