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복수노조 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
“저들이 강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약했다”
“세 개 노조 하나로 뭉치는 날, 곧 온다”
[복수노조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 4] 경주지부 코레스지회
강정주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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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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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외동공단 코레스에 세 개 노동조합이 있다. 이 곳 노동자들이 2013년 1월8일 금속노조 경주지부 코레스지회를 설립한 이후 1년10개월 동안 기업노조,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뒤이어 생겼다.

11월5일 만난 코레스지회 조합원들은 하루아침에 현장 노동자들이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눠지고 나쁜 일만 늘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조다운 노조, 하나의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우리에게는 열두 명의 조합원이 있습니다." 조합원 열두 명 모두가 같이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러나 "이 연재 마칠때 다시 인터뷰하겠다"는 정원진 지회장의 말처럼 노조 세 개를 하나로 합친 코레스지회를 만나고 싶다. 경주=이정원

올해 3월 첫 복수노조를 설립하는데 앞장선 사람은 당시 8기 지회 사무장이었다. 지회 설립 초기 여성부장을 맡기도 했던 사람이다. 정원진 코레스지회장은 “기업노조를 만드는데 회사가 개입했다. 8기 선거에 회사 개입 정황이 있었다”며 “회사는 지회장을 비롯한 지회 간부부터 시작해 현장 조반장들을 포섭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노조를 만든 사람 중에 정원진 지회장과 같이 지회 설립 멤버였던 이도 있었다.

정원진 지회장은 “회사가 언제든 치고 들어올 틈이 있었다”고 당시 지회 상황을 진단했다. 정 지회장은 지회를 만든 첫 해 사무장을 맡았다. 설립 넉 달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단협은 취업규칙 수준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지회 간부들 내부에 갈등이 생겼다. 정 지회장은 “금속노조 깃발만 세운다고 민주노조는 아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무장을 사퇴했다”고 말했다.

자본이 공격할 틈 줬다

‘힘 없는 노조.’ 정 지회장은 당시 지회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간부들은 직책을 맡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지부 운영위원회 회의, 지역 연대 집회를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다. 기업노조가 생긴 뒤에야 처음으로 지회 이름 현수막을 내걸었다. 회사가 공격을 해도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정 지회장은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끝이 아닌데 신규 사업장이 제대로 자리잡게 하는 지회와 지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때였다”고 말했다.

   
▲ 점심시간이 되자 조합원들 하나둘씩 지회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지회 사무실은 조합원들에게 휴식 공간이자 자존심이다. 경주=이정원

정 지회장은 “단협 교섭을 하던 당시 회사에서 직장폐쇄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더 싸우지 못했다”며 “단협 체결 이후 조합원들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더 많은 것을 쟁취하려면 우리가 싸울 태세가 돼야 한다. 조직력도, 용기도 부족했다”고 당시 지회 상황을 평가했다.

이런 상황은 회사에게 공격 길을 열어준 셈이었다. 현장에 금속노조에 대한 비방이 나돌았다. ‘금속노조는 결의금만 걷고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사업장에 관심 없다. 파업만 좋아한다’는 얘기가 일부 지회 간부들을 통해 현장에 퍼졌다. 기업노조 설립 이후 다수 조합원이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 지회장은 “지회 설립 초기 조합원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조합원들 요구를 제대로 채워주지 못한 지회 간부와 활동으로 실망감이 컸다. 그 틈에 회사 작업이 제대로 먹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70여 명 조합원이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지회에 열 두명의 조합원이 남았다.

   
▲ "우리가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복수노조가 생겼을때 정말 힘들었다." 지회에서 최고참 조합원이 복수노조로 처음 나뉘어졌을때 작업장 안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경주=이정원

코레스지회 조합원들이 소수노조로 살아야 했던 일곱 달은 어땠을까. 지금이야 당시를 돌아보며 ‘잘 견뎠다’고 말을 아끼지만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금속노조를 떠난 사람은 기업노조 조합원들이지만 지회에 남은 조합원들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요즘 다른 노조 조합원들과 일상 대화는 해요”라는 한 조합원의 말처럼 복수노조 초기에 아예 대화 조차 할 수 없었다.

지회 조합원과 대화를 한 기업노조 조합원은 회사에 불려가 면담을 했다. 지속적으로 진행한 교육 때문에 ‘우리 회사에 금속노조가 왜 들어오냐’는 항의를 하는 기업노조 조합원이 늘었다. 지회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한마디로 왕따가 됐다. 조합원 중 여성은 한 명 뿐이다. 이 조합원은 일하는 라인에서 유일한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정 지회장은 “여성조합원이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2명에게 찍힌 배신자라는 낙인

지회장이 현장순회를 하면서 조합원들을 만나면 회사는 업무방해라며 가로막았다. 회사 관리자만이 아니었다. 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나서서 현장 바닥에 누워 자신을 밟고 가라며 현장순회를 방해했다.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하면 그 앞에서 욕을 하거나 침을 뱉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지회 조합원들이 떠올리는 가장 힘든 순간이다.

   
▲ "다시 하나로 만들어야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복수노조로 갈리고 첫 회합에서 정원진 지회장은 지회를 다시 하나로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경주=이정원

회사 탄압은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행해진 수순 그대로였다. 조합원들을 잔업, 특근에서 배제했다. 사소한 일에도 징계를 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올해 지회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7차 교섭까지 교섭요구안을 철회하라며 교섭을 지연했다. 어려운 상황에도 지회는 천막농성까지 벌였고 경주지부 연대투쟁도 힘을 보탰다, 노동부 중재 등을 거쳐 지난 9월 교섭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현장에 또 변화가 생겼다. 지난 달 기업노조 전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설립했다. 40여 명이 가입했고 이 노조가 다수노조가 됐다. 정 지회장은 “기업노조 위원장 독단, 지나치게 회사 말대로만 하는 모습에 조합원들이 등을 돌렸다. 회사가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상여금을 주겠다는 등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회사에 속았다는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세 번째 노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회사는 한국노총 소속 노조 조합원들도 탄압했다. 잔업, 특근을 빼고 근무시간에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게 했다. 지회 조합원들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당하고 있는 것. 지회장이 순회를 하다 관리자와 마찰이 붙으면 예전과 달리 현장에서 지회장에게 더 하라는 응원이 쏟아지는 이유다. “기업노조를 경험하고 직접 탄압을 당하면서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단일노조로 교섭을 했던 때 보다 지회 필요성을 절감한다”는 것이 정 지회장의 설명이다.

일곱 달 새 배운 뼈아픈 교훈 ‘단결’

지회는 금속노조 밖 조합원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지회장은 “복수노조는 회사가 만든 노조다. 우리가 결코 인정하면 안 된다. 한 사업장에 노조는 두 개도 세 개도 안된다. 하나의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금속노조를 깃발을 지키며 코레스지회 조합원들이 깨달은 교훈이다. 지회는 이를 위해 조직화 사업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내년 1월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친다. 늦기 전에 하나의 노조로 다시 뭉쳐야 한다.

   
▲ 코레스지회 사무실 한 켠에 작년 민주노총 경북본부 경주지부 대동한마당에서 받은 종합우승 트로피가 놓여있다. 정 지회장은 다시 하나가 되는 날 이 트로피에 술을 가득 채워 같이 마시고 싶다고 했다. 경주=이정원

정 지회장은 다시 조직화 사업에 나설 수 있는 동력은 어려운 시기 지회를 지킨 조합원들 힘이었다고 말한다. 장진호 노동안전부장은 “기업노조 설립 당시 회사가 작업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이대로 금속노조가 없어지면 현장은 더 심하게 탄압받는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지회에 남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기업노조, 한국노총 모두 노조가 아니다. 노조다운 노조는 금속노조 밖에 없다. 우리가 달리 선택해 갈 곳이 없다”며 웃는다.

일곱 달을 견뎠고 열두 명은 똘똘 뭉쳤다. 조합원들은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회사 탄압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정 지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평소에 듣기 싫은 소리도 자주 한다. 열두 명밖에 되지 않으니 힘들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 노동자들이 코레스지회의 핵심이 될 것이다.”

복수노조 설립은 민주노조에 대한 회사 공격이었다. 지회는 그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했던 내부 분열에 주목한다. “복수노조로 하는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정 지회장이 밝히는 포부다. 정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노조에 실망하고 떠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포기하지 않고 하나로 뭉칠 것이다. 그 힘으로 자본과 제대로 싸우고 싶다. 자본이 우습게 볼 틈을 주지 않겠다”고 지난 시기 얻은 뼈아픈 다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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