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

갑작스럽게 들려 온 동지의 소식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처음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웃으면서 ‘잘 치료받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우리 곁을 나섰는데, 그 걸음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동지의 안부가 궁금해 병원에 찾아갔을 때만 해도 말은 없었지만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안심도 하고, 아직도 지부에 남아있는 동지의 자리를 정리하며 돌아 올 날만을 기다렸는데, 이 자리의 주인이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소식을 듣고 동지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자 동지의 메모를 들춰 보았습니다. 노동해방을 꿈꾸며 현장동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적어 놓은 동지의 메모,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다시한번 꿈꾸며 민중권력 쟁취를 위해 활동하겠다는 동지의 메모가 살아남은 이의 부족함을 들춰내는 것 같아 심장이 아려옵니다. 

▲ 고 임성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현대로템지회) 동지 생전 모습. 경남지부 제공

동지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 동지가 치열하게 살아왔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동지의 고민과 투쟁으로 함께 노동해방의 세상을 열어가야 하는데, 왜 이리도 빨리 동지는 우리 곁을 떠나야 했단 말인가요. 

동지의 지난날을 기억하니, 동지의 삶이 크게 와 닿습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했던 동지의 삶. 스스로를 낮추어 겸손할 줄 알았던 동지의 삶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쟁을 이어가며 때론 든든한 버팀목도 되어 주었던 동지의 삶도 기억합니다. 

우리는 아직 동지의 삶에서 배울 게 많은데, 아직 우리에게 하지 못 한 말도 많을 것인데. 그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이토록 가버려 이 슬픔을 어디에다 이야기하고, 이 안타까움을 무엇으로 풀어야 한다 말입니까. 

함께사는 세상을 꿈꿨던 임성호 동지여. 

하지만 우리는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동지가 꿈꿨던 노동해방, 동지가 살아왔던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진해야만 합니다.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지만 우리에게는 동지가 원했던 세상을 만들어야만 하는 노동자의 숙명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지의 육신은 비록 우리와 함께 할 수 없지만 동지가 살아온 역사의 흔적과 고민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동지가 생전에 이야기 했듯이 단전호흡을 하듯 슬픔과 안타까움을 걷어내고 차츰차츰 투쟁의 기운을 아래에서부터 되살려 동지가 그토록 일으키고 싶었던 현장동력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일어서야만 합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우리 가슴과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으소서.

2014년 10월18일

 

고 임성호 동지 약력

금속연맹 현대정공노동조합 대의원 3회
금속연맹 현대정공노동조합 8, 9대 산업안전부장
금속연맹 현대정공노동조합 11대 부위원장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2기 편집부장(산별추진위원)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4기 부서현장조직위원장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5기 수석부지회장
금속노조 경남지부 5기 운영위원
금속노조 경남지부 7, 8기 부지부장(교육위원장)

 

고 임성호 동지 경남노동자장 일정

일시 : 10월18일 토요일
08시00분 발인(창원 파티마병원, 장례미사) 
08시30분 노제(현대로템 정문)
09시00분 영결식(창원 노동회관 4층)
12시00분 하관식(양산 솥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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