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벌목을 시작했다.

지름 1m가 넘는 남한 최고 수령으로 짐작되는 신갈나무,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분비나무,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는 주목, 흉고 직경(자라는 나무의 뿌리부터 보통 사람의 가슴 높이인 1.3미터 되는 부분의 나무줄기의 지름) 45cm이상의 노거수 247그루도 예외는 아니다. 강원도가 산정한 58,516그루, 환경단체의 조사결과 120,000그루 이상이 베어 사라진다.

이 중 손가락 굵기 정도의 나무 181그루만 ‘복원’을 위해 이식한다. 이 나무들이 사라진 자리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이 만든다. 단 사흘 동안 열릴 스키경기를 위해 오백년 숲의 역사가 송두리째 사라지고 있다.

▲ 환경부에서 가리왕산을 녹지9등급 지역으로, 개발행위를 금지한 지역으로 정했다. 이 모든 것이 ‘동계올림픽특별법’ 아래서 휴직 조각이 됐다. 복원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몇 차례 반려됐던 환경영향평가서는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 발표가 있자마자 바뀐 내용 없이 통과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에 수령 삼천, 사천년을 넘는 나무들이 있다. 숱한 전쟁을 겪고 가난한 백성의 삶터인 한반도의 숲에서 반만년 역사를 말할 수 있는 숲을 찾기 어렵다. 조선시대 왕들이 궁궐용 목재나 진상품을 위해 백성들의 벌채를 금지한 곳들 중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피해간 곳 정도가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림이다.

가리왕산이 바로 이곳이다. 공물로 바치는 산삼을 채취하던 곳이라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시킨 ‘삼산봉표비’가 있는 곳. 1970년대부터 산림청은 이곳의 주목에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 보호했고 2008년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병초, 땃드릅, 분비, 신갈, 거제수, 들메나무 등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숲의 종자은행 같은 곳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이곳엔 돌무지들이 산비탈을 이루고 있는 너덜지대 밑으로 시원한 냉기가 나오는 기후변화시대에 동식물의 피난처라고 하는 ‘풍혈지대’가 다수 분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가리왕산을 녹지9등급 지역으로, 개발행위를 금지한 지역으로 정했다. 이 모든 것이 ‘동계올림픽특별법’ 아래서 휴직 조각이 됐다. 복원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몇 차례 반려됐던 환경영향평가서는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 발표가 있자마자 바뀐 내용 없이 통과했다.

아무리 가리왕산의 가치를 이야기해도 가리왕산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어떤 흑막이 있었는지 갑자기 사표를 내며 사라진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 때문인가? 가리왕산의 나무는 겨우 수 십 년 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때문인가? 각종 보호법을 개발의 걸림돌로 취급하며 ‘법 무시’를 공공연하게 말하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인가? 아니면 이 모두와 연결된 토건족과 투기꾼들 때문인가?

▲ 숲과 나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생태주의자들의 감상이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가 자신들이 내세운 대회 목표인 환경, 경제올림픽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 올림픽 치른 뒤 재정파산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러시아 소치나, 지금 열리고 있는 졸속 국제경기의 대명사가 될 ‘인천아시안게임’의 후속판이 되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말하는 것이다.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벌목을 멈추고, ‘다른’ 방법을 찾자.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활강경기장은 표고 차 800미터이상으로 지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국제스키연맹의 국제스키규칙에서 표고차가 미치지 못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2RUN 규정(경기를 2회로 나눠 합산)과 예외조항 표고 차 750미터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이 규정을 적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없는 규칙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규칙을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라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설득할 명분이 충분하다.

가리왕산이라는 절대보전지역을 지키기 위해 ‘예외조항’을 적용해 750미터의 활강경기장을 건설하겠다는 것 역시 충분히 협상할 만한 내용이다. 두 경우 모두 강원도에 이미 존재하는 스키장들을 활용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건설에만 1,600억 원이 넘게 들고 대회 뒤 복원비용까지 산정하면 수천억 원으로 늘어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숲과 나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는 생태주의자들의 감상이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가 자신들이 내세운 대회 목표인 환경, 경제올림픽으로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 올림픽 치른 뒤 재정파산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한 러시아 소치나, 지금 열리고 있는 졸속 국제경기의 대명사가 될 ‘인천아시안게임’의 후속판이 되지 않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말하는 것이다.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벌목을 멈추고, ‘다른’ 방법을 찾자. 가리왕산을 죽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말고 산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발 들어라.

정명희 / <녹색연합> 활동가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