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나 연기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선고가 법원이 예고한 대로 18일과 19일에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선고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법파견 판결시 현대차 부담 커져

이진환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비롯한 3명의 지회 조합원은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1심 선고를 요구하면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달 20일과 21일로 예정됐던 선고는 각각 이달 18일 오후(민사 41부)와 19일 오전(민사 42부)으로 연기됐다.

▲ 9월11일 서울 서초동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차에 면죄부 주는 서울중앙지법 강력규탄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자,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법원은 약속한 날짜에 판결하라고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지난 18일 현대차 노사와 전주비정규직지회·아산사내하청지회는 내년 말까지 이미 신규채용된 2천38명을 포함해 4천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를 특별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민형사상 소송과 행정소송 상호취하를 전제로 특별고용시 사내하청 근속과 경력을 일부 인정하기로 했다. 사내하청 근무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먼저 신규채용된 노동자들의 소송취하가 잇따랐다. 그런 가운데 법원은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현대차 사측이 소송취하에 동의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고를 연기했다.

법원이 1심 선고를 내릴 경우 현대차 사내하청 직접생산공정의 상당 부분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노사가 사내하청 문제와 관련해 특별고용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불법파견 판결이 나오면 현대차로서는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2010년 7월과 2012년 2월 대법원 판결에 이어 다시 한 번 불법파견 사실이 확인되면 사회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나 검찰의 기소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구 회장 등 현대차 경영진이 불법파견 혐의로 고소·고발을 당한 것은 세 건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될 수도 있다.

▲ 9월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김응효, 이진환, 박현제 현대자동차비정규직(울산)지회 조합원들이(사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노동자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의 조속한 판결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 “선고 연기, 법적근거 부족”

법원이 18일과 19일에 1심 선고를 내릴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지난달 노사 합의 직후 90여명의 현대차 신규채용 노동자들이 소송을 취하했는데, 지금은 그 수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선고를 앞두고 현대차를 대리하는 김앤장은 법원에 제출한 선고연기 요청서에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신규채용자 177명이) 2014년 8월 말까지는 대부분 (소송취하) 접수가 가능할 것이고, 9월 전에는 전원이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사내하청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특별고용 응시를 원할 경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소송취하서와 위임장을 제출해야 한다. 이날 현재까지 전주공장과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00여명이 지부에 소송취하서를 냈다.

그런데 현대차측은 아직도 소송취하 동의절차를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과 19일 선고를 연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송을 법률대리인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관련 계획을 알려 줄 수 없고, 대리인측도 소송 중인 사안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 9월11일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변호사가 “해고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같은 민사재판은 피해자 권리구제 기능이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 사실상 권리구제 효과가 사라진다. 비정규노동자에게 생존의 문제다. 세 번이나 연기한 재판을 또 연기하면 어떠한 이유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제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 법률원은 11일 서울중앙지법에 의견서를 보내 “현대차 사측이 지난달 제출한 선고연기 요청서에서 소송취하에 동의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반드시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원은 “소송취하 동의를 피고에게 확인하는 것은 피고의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인데, 노동자들이 소송을 취하하더라도 현대차 사측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므로 굳이 동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차 계열사인 기아차도 최근 사내하청 임금·단체교섭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150명을 2016년 말까지 경력 일부를 인정해 특별고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노사의 합의처럼 특별고용의 전제조건은 각종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다.

김학태 기자 /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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