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역사 - ‘ 3.8 세계 여성의 날’

3월 6일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세계 여성의 날 전국 여성대회'가 대학로에서 열렸다. 이 집회 참여한 7백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은 ‘저임금 불안정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유연근무제 반대’, ‘낙태단속강화 반대! 출산 강요 반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쟁취!’ 등을 외쳤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은 ‘MB 정부 공공부문 유연근무제 도입 반대 선언문’을 통해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우리들의 모든 권리는 정권과 자본의 이익에 우선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이 집회에 일부 남성 노동자들도 참여하였다.

‘세계여성의 날’이 만들어진 이유

이렇게 해마다 열리는 ‘세계여성의 날’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금으로부터 102년 전인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싸우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녀들은 외쳤다.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 노동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자본의 착취와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며, 계급, 성, 인종,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여, 모든 인간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3월6일 열린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대회. <노동과 세계>제공

여성노동자들의 주장에서도 보이듯 이 투쟁은 경제공황으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빵 대신 먼지를 마시며 쉬지 않고 일을 하여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그녀들은 인간이자, 노동자로서의 그 어떤 권리도 누릴 수 없었기에 일어난 것이다. 여성들의 투쟁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물가가 오르자 ‘주부들의 투쟁’은 오스트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로 퍼졌다. 여성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시장의 상품 진열대를 부수거나 사악한 상인들을 위협하는 것으로 생계비용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들은 정부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여성의 참정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여성노동자들의 저항을 기억하고 나아가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1910년 덴마크에서 열린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을 정하였다. 이어 1911년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여성의 날’이 열렸다. 수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작은 도시 곳곳에서 회의가 열렸고, 마을의 강당을 가득 채운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을 요구했다. 거리 곳곳에서 시위가 열렸고, 대규모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들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노동자들의 국제연대를 강화하는데도 기여했다. 이후 여성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싸움에서 ‘여성의 날’은 그 상징성을 확보하였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에 처음 ‘3․8 여성의 날’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그 맥이 끊겼다가, 1985년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여성의 날’이 자리를 잡게 됐다. 1985년의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대회’에서는 여성운동의 과제로 ‘민족․민주․민중’이라는 ‘삼민이념’을 여성해방의 이념으로 정립하는 ‘85 여성운동선언’이 이루어졌다. 1970, 80년대 민주노조운동을 주도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정신과 1985년 구로동맹파업으로 대표되는 연대 정신이 그 밑바탕이 되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과 진보적 여성단체운동이 결합하여 ‘여성의 날’이 그 본래적 의미를 되찾아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뒤 1987년 이후 해마다 민주노조운동이 참여하거나 주최하여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왔다.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여성의 날’은 여러 현장에서 투쟁하고 활동을 하던 여성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모아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날이다. 올해 여성노동자들은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고, 24% 이상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것을 밝히면서 여성노동자들은 “우리에게는 이미 정부가 없다”, “소수 부자들을 위해 노동자ㆍ서민과 전쟁을 치르는 정부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의 날’은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가로막는 자본과 정권에 대항할 것을 같이 결의하는 날이기도 하다.

여기에 빠진 문제가 하나 있다. 곧 민주노조운동 또는 노동운동 내부에서 성차별 문제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이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민주노조운동 내부에서도 남성노동자들에 의한 성폭력, 일상적 성희롱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남성노동자들은 여성노동자들을 그들의 ‘보조자’로 인식하며 행동하고 있다고 본다. 곧 노동운동과 노동조합 내부의 ‘남성 중심’의 가치와 태도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여성을 대상화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 이유는 남성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남성 중심’의 가치를 주입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하고, 또 그러한 사회문화 속에서 활동하면서, 남성(노동자)들의 의식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노동자들은 성별 차이를 차별로 구조화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차별철폐를 주장하며 싸우고 있으며,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민주노조 내부의 ‘남성중심성’ 과도 싸워나가고 있다.

노동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자본의 착취와 정치적 억압에 저항하며, 계급, 성, 인종,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여, 모든 인간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노동자들도 이 사회의 절반인 여성노동자들이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현실이 어떠한 것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노동해방과 동시에 남녀평등을 위한 사회 건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유경순 / 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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