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업체 관리자가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구희수, 아래 지회)의 대의원을 각종 향응으로 매수해 노조 활동 관련 정보를 캐다 발각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회는 지난 8일 오전 순천공장 앞에서 정규직지회와 지역의 각계 단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실을 폭로했다. 지회는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원청인 현대제철에 촉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지회와 협력업체 집단교섭 간사 역할을 맏고 있는 한 사내하청업체 관리자 A씨가 지난 2월부터 지회 대의원 B씨에게 접근해 밥과 반주 정도를 사주다 차차 술과 노래방 등 향응을 제공하면서 B를 회유, 매수했다. A는 B씨에게 계속 향응을 제공하면서 지회 회의자료 제공과 동향 보고를 요구했다. 결국 B씨는 A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A가 시키는 대로 정보를 제공했다.

이 같은 사실은 B씨의 최근 행동에 수상함을 느낀 지회 동료들이 지난 7월 말 B씨를 추궁하자 B씨가 이를 실토하면서 드러났다. B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진해서 사측 관리자 A를 만나 프락치 활동 관련 대화를 녹음해 지회에 제공했다.

▲ 8월8일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순천 현대제철공장 사내하청 업체 관리자의 지회 간부 매수와 정보캐기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회 제공

지회는 8일 기자회견에서 B씨와 사측 관리자 A의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A가 “정보는 다른 회사에서도 다 들어온다”며 “자료 준 적 없다 그러고, (사측 관리자가) 아는 상황에서 이야기 하니까 그건 맞다, 아니다, 그 말만 했다 그래”라고 지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사측의 프락치 공작이 한 업체에 국한한 것이 아님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 정규직과 동일한 교대근무 실시,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 등을 주요 요구로 내세우며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회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지난 4월 상여금이 통상임금을 확인해 주는 판결을 내렸지만 회사는 현재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회 조합원 수는 최근 계속 증가세를 보여 온 상황. 구희수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분출하고 지회가 조직력을 강화함에 따라 궁지에 몰린 업체들이 노조 간부를 매수해 프락치 행위를 시키는 반인륜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사태와 관련 원청 현대제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회는 8월5일 프락치공작에 대해 현대제철 순천공장 업체에게 책임자를 엄벌에 처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오늘까지도 우리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현대제철이 원청으로서 하청업체의 불법행위에 가담한 자들을 엄벌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지회장은 “현대제철이 이 사건을 방관하거나 방치한다면 공범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며 “지역사회의 대응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회는 프락치 공작을 벌인 A씨를 '부당노동행위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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