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기지부 복수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지부는 7월25일 강원도 횡성에서 지역 복수노조 사업장 공동수련회를 열었다. 경기금속지역지회 대한솔루션분회, 삼성지회,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 간부들이 수련회에 참석했다.

경기지부는 열 개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다. 한 곳을 제외한 사업장 모두 소수노조다. 지부는 복수노조 공동대응을 위해 ‘경기지부 복수노조 대책회의’를 구성했다. 매 달 한 차례 회의를 하고, 각 사업장에 필요한 선전, 교육 지원을 하고 있다.

▲ 7월25일 강원도 횡성에서 경기지부가 복수노조사업장 공동수련회를 열었다. 수련회 참가자들이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횡성=강정주

7월부터 사업장별로 역할극을 하며 현장 상황을 진단하고 각 상황에 따라 어떤 계획을 세울지 지회(분회) 간부들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두 개 사업장이 역할극을 진행했고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엄미야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예전 신규노조를 설립하면 용역 등을 동원해서 탄압했다. 현재 복수노조 설립이 회사의 대응이다. 설립 직후가 아니더라도 임단협 체결 뒤 복수노조를 설립해 노조를 무력화한다”고 설명했다.

▲ 7월25일 수련회에서 경기지부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조합원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수련회에는 경기지부 소속 경기금속지역지회 대한솔루션분회, 삼성지회,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횡성=강정주

엄 부지부장은 “규모가 큰 사업장도 예외 아니다. 복수노조 탄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며 지부 차원의 대응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엄 부지부장은 “우리 안에서부터 복수노조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지역의 복수노조 사업장을 하나로 묶고 공동 방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동수련회에 각 사업장 대표자들과 간부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박원우 삼성지회장은 “복수노조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 사업장의 상황을 세밀하게 알 기회는 없었다”며 “같은 고민을 하는 동지들이 모여 공유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수련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수련회 참가 조합원들은 ‘나는 왜 금속노조에 있는가, 나는 현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주제로 토론했다. 인지컨트롤스안산지회 한 조합원은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있는 이유를 ‘당당하게 자유롭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소수노조지만 금속노조에 가입한 후에 현장 조합원이나 간부 모두 부당한 일에 대응한다. 현장 투쟁을 잘한다. 회사는 예전처럼 현장 통제를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 엄미야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복수노조 탄압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먼저 지역의 복수노조 사업장을 하나로 묶고 공동 방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고 이날 수련회를 기획한 취지를 설명했다. 횡성=강정주

현대위아비정규평택지회 한 조합원은 “비정규직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곳은 금속노조”라고 설명했다. 서광수 지회장은 “이런 믿음이 없으면 소수노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겠느냐”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현장 재조직화를 위한 동아리 활성화, 기업노조 조합원과 소통 강화’ 등을 현장 과제로 꼽았다.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지난해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한 인지컨트롤스 박희규 조합원은 “현장에서 기업노조 조합원과 금속노조 조합원이 잘 소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즐거운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하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텐데 갈라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복수노조, 특히 소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김영훈 인지컨트롤스지회장은 “현장에서 쟁의권을 갖고 회사를 압박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크다”며 “현장을 조직하고 사업을 하기 위해서 시간, 예산, 사람이 필요한데 이 조건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 7월25일 박동진 경기지부 조직부장이 조합원들이 적은 내용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횡성=강정주

수련회 참가 조합원들은 일상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김영훈 지회장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현장 상황을 면밀히 진단하기가 어렵다. 각 사업장마다 조합원, 현장 상황이 다른다. 하나의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각 현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체계적인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황 대한솔루션분회장은 “4년 동안 복수노조다. 소식지 한 번 발행하려면 간부들이 퇴근 후 며칠을 밤새가며 만든다”며 “어렵지만 월 1회 소식지를 꾸준히 냈다. 금속노조든 어용노조 조합원이든 이제 어용노조는 노조가 아니라는 것 안다. 예전에 현장에 버리고 갔던 소식지를 이제 집에 챙겨가서 읽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정 분회장은 “우리는 원칙을 지키면서 민주노조가 무엇인지를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강조한다.

▲ 7월25일 경기지부 복수노조사업장 공동수련회에 참석한 조합원이 '나는 왜 금속노조에 있는가, 나는 현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에 의견을 적어 벽에 붙이고 있다. 횡성=강정주

노조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한 조합원은 “소수노조로 어려움을 겪어도 조합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상사업을 할 수 있도록 노조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제일 힘들고 아픈 동지들을 돌아봐야 한다. 이 노동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황 분회장은 “노조 위원장, 임원이 소수노조 사업장 현장을 방문하면 조합원들은 힘을 많이 받는다. ‘우리가 소수가 아니구나, 지원하고 같이하는 금속노조가 있구나’ 생각한다”며 “이것이 금속노조의 강점이고 우리가 산별노조인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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