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우리가 직접 나서겠습니다.’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평택을 지역 후보로 출마한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의 출마 선언문 글귀다.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로 생명을 잃고 수백의 생명을 세월호 침몰로 잃었지만 그 책임과 원인을 밝히거나 사태의 재발을 막을 제도개선이 가로막히고 있는 상황이 출마이유와 닿아있다.

평택시청 앞 김득중 후보 선거사무실에 후보의 뜻에 함께하는 지지자와 자원봉사자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일을 하는 김득중 후보의 옛 공장 동료들도 격려차 찾아와 덕담을 나눈다.

▲ 7월24일 김득중 후보는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이 중심에 서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득중이 국회의원 될 수 있도록 평택에 사시는 연고자나 조합원 조직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평택=김형석

7월24일 만난 김득중 후보는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과 사업장 순회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김 후보가 금속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결의와 고민을 들었다. 김득중 후보는 단순히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알리는 것을 넘어 노동이 중심에 서는 정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6.4 지방선거가 아니라 7.30 재보선에 출마했는지 궁금하다.

민주노총 정치위원회에서 6.4 지방선거에 SKYMJ (쌍용, 강정, 용산, 밀양, 장애인의 영문 머리글자) 투쟁을 알릴 전략후보를 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SKYMJ는 우리 사회 모순을 모아놓은 곳들이다. 대한문에서 농성을 함께 하고 순회투쟁도 함께하는 등 2년 동안 연대투쟁을 해왔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직접 선거에 나서보자는 논의가 있었다. 지방선거에 적합한 후보가 없었고 선거대응도 여의치 않아 포기했다. 이러한 고민이 이어져 7.30 평택 보궐선거에 쌍용차 사태 당사자인 노동자를 직접 출마시키자는 얘기가 나왔다.

-당선하면 국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싶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비정규직문제와 노조탄압에 문제의식을 키워왔다. 노동 의제로 국회에서 활동하고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7월24일 김득중 후보 선거본부 사무실로 찾아온 쌍용자동차 공장 동료들. 김 후보가 지부 대의원을 하던 시절 소속 조합원이던 이들은 김 후보를 격려하며 선거후원금을 맡겼다. 평택=김형석

 
-한 사람의 무소속 당선자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노동자 후보가 평택에서 당선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기존 정당 후보들과 완전히 차별화한 공약과 의제로 당선되는 것이다. 평택 주민들과 국민 정서가 비정한 사회시스템을 바꿔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알게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쌍용차 사태같이 국민들이 고통 받는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여당과 야당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기력함이 정부와 여당에 계속 기회를 주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키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선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어제 쌍용차 현장순회를 했다. 반응이 어떤가?

아무래도 현직 지부장이다 보니 복직문제만 얘기하려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김규한 기업노조 위원장과 만나 “경영진은 언젠가 떠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우리 노동자들은 남지 않는다. 발전전망을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나눴다.

선거를 통해 해고자 이야기만 하려 한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는 평택의 중요한 기업인만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공장에 들어와서 같이 일하자는 덕담을 많이 들었다. 나 또한 공장이 그립다.

-출마 뒤 들은 불편한 의견들이 있었나?

진보정당 분열 후 정치에 대한 현장의 외면이 심하다. ‘이제 하다하다 너희들이 정치까지 하는 구나’ 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치라는 것이 특권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회의 허리인 노동자가 정치에서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 한다.

▲ 김득중 후보는 다른 평택을 후보에 비해 개발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워 줄 개발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발 딛고 초점을 맞춰야 하고 그들이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택=김형석

-기억에 남는 지지자가 있는지.

나는 9남매의 막내다. 형제간 터울이 크다. 예전에 형들과 정치 문제로 의견 충돌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 출마에 다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다. 선거운동에 동참해주고 있다. 출마자에게 가족이 가장 큰 지원군이 이다. 선거운동 다니다보니 “정치판 싸움박질에 신물 났는데 이번엔 찍을 수 있는 후보가 나와 반갑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역개발 공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다른 후보들은 성장과 개발의 추상적인 청사진만 보여주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남경필 도지사와 공재광 평택시장은 장밋빛 개발 전망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당선됐다. 지역 성장과 개발은 도지사와 시장의 역할이 크다. 국회의원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법을 만들고 집행권력을 감시하며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시행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역할분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 7월24일 김득중 평택을 국회의원 후보 선거본부 사무실. 사무실은 쌍용차지부 조합원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스스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로 활기가 넘쳤다. 평택=김형석

7월30일에 뽑는 사람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지 평택개발공사 사장이 아니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두 후보 모두 서민들의 삶과 일자리의 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채워 줄 개발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발 딛고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후보로서 각오 한 마디 부탁한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열성당원이었지만 분당 이후 탈당했다. 분당에 대한 찬반문제 때문에 탈당한 것은 아니다. 진보정당 문제로 현장이 갈라지는 것을 봤고 이것이 안타까웠다. 이번 평택을 보궐선거운동을 통해 그동안 함께 하지 못했던 진보정치세력, 노동자, 시민이 반목과 갈등을 털고 함께 힘을 모아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5년간 투쟁했다. 여야 정당에 기대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지금이 정치에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이 중심에 서는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김득중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기 위해 평택에 사는 연고자나 조합원에게 전화 한 통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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