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기지부(지부장 정규전, 아래 지부)는 드러난 조건으로 보면 조직 확대 사업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안산지역에 시화공단과 반월공단 등 큰 규모의 국가산업단지가 있다. 안산 아래 화성지역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과 소규모 산업단지 중소업체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화성 남쪽에서 평택까지는 포승공단이다. 완성차 대공장과 중견기업, 이들의 배후에 산재한 중소영세기업이 광활한 경기 남부, 서부지역에 공단을 형성하고 있다.

안성 두원정공, 안산 에스제이엠과 대원산업, 군포 케피코 등 중견 사업장들이 오랜 기간 지부의 든든한 기둥역할을 해 왔다. 수도권에 인접한 지부 특성상 비교적 많은 수의 활동가들이 지역사업과 노조사업에 결합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 못 할 강점이다. 단순비교를 하자면 14개 지역지부 중 지부 개별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45명이다. 그만큼 활동가 층이 두텁다는 얘기다.

조직사업에 필요한 인력과 재정, 조직적 뒷받침이 가능한 지부다. 엄미야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경남지부를 제외하면 조합원 규모와 조직적 투쟁 역량을 갖고 활발한 사업을 벌일 수 있는 노조의 몇 안 되는 지부”라고 자부한다.

지부 조합원 수 제자리…나이 먹는 조합원들

그러나 경기지부 조합원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부가 작년 5월 발행한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사업장 변화와 노동조합 대응전략 보고서(아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부 조합원은 2007년 4천4백여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부는 2001년 노조창립 이후 10년 동안 신규로 2천1백 명을 조직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2천3백여 명을 잃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조직과 투쟁 사업을 벌이던 기존 조합원들은 그 동안 나이를 먹었다. 노조 지역지부 중 두 번째로 평균 연령대가 높다. 보고서는 향후 10년 안에 현재 조합원의 28%가 퇴직을 한다고 지적한다. 엄미야 부지부장은 “조합원들이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 위해 소속 사업장 문제로 집중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며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생긴 영향을 설명했다.

 

▲ 엄미야 부지부장은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다니기보다 조직 확대 사업의 중요성을 기존 간부와 조합원에게 교육하고 외부의 도움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형석

사업장을 놓고 보면 지부의 주력 사업장을 제외하고 가입과 탈퇴가 빈번했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35개 사업장을 조직했지만 이 중 4개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해산하거나 심각한 타격을 받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신규조직을 확보하는 만큼 이탈한 조직이 생긴 셈. 엄미야 부지부장은 원인을 사업주 간의 노무관리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시화, 반월공단이 있는 안산지역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노무담당자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노동조합을 깨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듯하다. 용역투입은 에스제이엠 투쟁에서 멈췄지만 복수노조, 손배가압류, 직장폐쇄 등 유용한 노조파괴 기술을 개발하면 금방 다른 사업장과 신규조직으로 전파된다.”

자본은 이 같은 노조탄압 전술을 구사하며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크면 신자유주의 경영 수법을 적극 도입했다. 보고서는 지부 소속 1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계열사 수 변화를 조사했다. 이 결과 2002년 41개에 불과하던 계열사 수가 2012년 현재 123개로 폭증한 것을 확인했다.

금속노조 지회가 있는 사업장의 규모는 유지하거나 축소하되 무노조 신규 계열사를 늘리고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막대한 이득을 뽑아내는 방식이다. 노조에게는 회사의 재정난 핑계를 댈 수 있고 파업을 벌이더라도 효과를 미미하게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는 교묘히 탈세하며 소유권 승계를 벌인다. 소유권을 물려받은 2세 경영진이 큰 마음먹고 금속노조 지회 사업장에서 물량과 재정을 계열사로 돌려 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지부ㆍ지회 교섭위원, ‘화요실천’사업 전개

엄미야 부지부장은 이 같은 자본 움직임에 맞선 노조 전략을 조직 확대 사업에서 찾았다. “아직은 고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 살아있다. 경기지부는 결정한 사업은 ‘전체가 함께 한다’는 전통이 있다. 목적의식을 갖고 사업을 벌여야 한다. 8기 지부 선거 과정에서 전조직 공단 조직사업과 자회사 조직사업을 공약으로 걸었다.”

공단 조직사업과 관련 경기지부는 2012년부터 기존 지부 조직과 지역 단체를 지부 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특히 사업장 간부들을 조직 확대 사업에 참여시키면서 자체적인 조직역량도 키울 수 있는 ‘조직문화 혁신사업’에 중점을 뒀다.

임단투 시기가 아니면 딱히 임무가 없는 교섭위원들을 매주 화요일마다 조직 확대 사업 등 다양한 실천 활동에 참여케 했다. 이른바 ‘화요실천’ 사업이다. 이런 캠페인식 사업은 본격 공단 조직화로 부족한 면이 있다. 경기지부는 이후 사업 방향을 잡기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동진 경기지부 조직부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이미 결정했지만 계획만으로 조직력을 가동할 수 없다”며 “조직 내 동의를 구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에 동의를 구해 적극적인 참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부에서 논의과정이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 박동진 조직부장은 "여전히 지역에서 조직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에 대한 노조의 정책적, 전략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노조에 대한 아쉬움도 보였다. 박동진 부장이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김형석

엄미야 부지부장은 “경기지역 여건을 볼 때 공단을 통으로 조직하는 공단 지역조직화 전략을 불가능하다고 본다. 경기지부는 활동가 투입, 상담 등 고전적인 조직방식이 아직 유효한 곳이다”라며 “안산지역에서 전기전자 업종 조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조직사업에 대해 엄 부지부장은 “이 사업의 경우 방향은 있지만 방향을 실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자회사지만 자생적인 의지가 있는 조합원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연고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노조, 미조직 큰 의제 세워 뚝심있게 사업해야

엄 부지부장은 “8월 까지 공단 조직사업과 자회사 조직사업에 관한 논의를 정리하고 임단투 이후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목표를 잡아 2015년 본격적인 2라운드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동진 조직부장은 노조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노조 차원의 큰 의제를 세워 뚝심 있게 투쟁하고 성과를 내면 조직 확대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여전히 지역에서 조직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에 대한 노조의 정책적, 전략적 지원이 부족하다. 미조직 담당 간부를 수시로 바꾸지 말고 오랫동안 지역지부와 호흡을 맞춰 이런 전략을 수행해줬으면 한다.”

엄미야 부지부장은 “노조가 올해 임단투에서 통상임금 의제를 임금삭감에 내몰린 미조직 중소사업장 관점까지 확대해 접근했어야 한다”며 “한 지부가 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엄미야 부지부장은 조직 확대 사업 방식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까지 말한다.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다니기보다 조직 확대 사업의 중요성을 기존 간부와 조합원에게 교육하고 외부의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힘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지부는 지역 조건, 조직 역량 등에서 여전히 ‘가진 것이 많은’ 지부다. 이러한 역량을 집중할 전략 선택과 지원 체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의 역할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조직 확대 사업에 대한 노조 차원의 정리가 필요하다. 15만에서 20만 금속노조로 크기 위해서 기존 조직 노동자 강화와 조직 확대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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