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의 뇌구조는 정말 궁금하다.

출생의 비밀과 복수와 불치병이 시간과 장소, 인물만 달리한 채 무한 반복되는 드라마를 쓰는 작가나 연예인 뒷 꽁무니를 하루 종일 쫓아다니며 시시껄렁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그렇고 국정원 직원들의 뇌도 궁금하다.

배울 만큼 배워서 아마도 처음엔 사명감도 좀 있었을 자신들의 직업을 갖고 하는 일이라는 게 수준 이하의 댓글을 쓰는 거라니. 하지만 요즘 가장 궁금한 건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사람의 뇌다. 연설문을 대통령이 직접 쓰지는 않을 테고 나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글을 쓸 텐데, 그는 어떤 사람일까?

‘통일대박’이라는 표현도 그 진정성이나 의미는 둘째 치더라도 대통령이 쓰기에 참 적절한 표현일까 싶었는데, 이번엔 ‘암세포’다. ‘쳐부술 원수’라는 말도 했다. 적개심도 이런 적개심이 없다.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를 암적 존재라고도 하고, 어떤 근본적인 생태학자는 인간이 바로 지구의 암세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말하는 암세포는 그런 해악을 끼치는 존재도 아니고, 뭔가를 성찰하기 위한 발언도 아니다.

환경, 복지, 평등 등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반영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생태계를 그나마 최소한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를 두고 한 말이었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다 이 규제 때문이란다. 언론은 알아서 규제 때문에 공장을 못 늘리고, 규제 때문에 아예 외국으로 회사를 옮긴다는 기사를 마구 쏟아낸다.

규제를 없애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역대 모든 정부들이 그 같은 발언을 했다. 그래서 그린벨트가 해제되었고 국립공원 안에도, 백두대간에도 어느 정도의 개발이 가능해졌다. 특히나 이명박 정부 때엔 임기 내내 규제완화가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인 듯 했다.

모든 정부가 그렇게 규제를 없애겠다고 난리쳤는데도, 아직도 완화해야 할, 풀어줘야 할 규제가 남아있을까?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남아있는 규제라면 이미 그 의미와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된 게 아닌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순진한 발상이었다. 모든 법안이 규제와 관련된 법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환경 법안을 두고 환경부가 다 고쳐보겠다고 나왔다.

각종 개발계획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는 바로 간소화 하겠다고 한다. 주민들의 의견수렴도 생략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고 평가대상은 축소했다. 평가기간도 일 년에서 6개월 미만으로 축소한다고 한다. 평가기간이 왜 일 년일까?

이는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개발 사업으로 인한 영향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보호동식물의 서식여부를 밝히는 생태계조사를 할 때도 계절마다 발견할 수 있는 생물종이 달라 반드시 사계절에 걸쳐 조사해야하기 때문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 너무나 잘 아는 환경부 공무원들이 나서서 6개월 미만 조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대통령에게 암적 존재로 찍힐 것이 두려운 나머지 잠시 정신 줄을 놓았나 싶을 정도다.

개발업자가 평가비용을 부담하는 현행의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서가 작성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멀쩡히 있는 멸종위기종을 없다고 해도, 환경부는 협의를 잠시 미루고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하는 정도다. 그래서 환경영향평가로 개발 사업이 중단 된 사례는 거의 없다.

2008년에서 2012년 5년 간 환경영향평가 협의 1282건 중 반려된 것은 단 6건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또한 환경영향평가를 무력화한다 해서 무슨 대단한 경제창출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국가나 업자들의 마구잡이식 개발속도가 더 빨라지긴 할 텐데 그만큼 주민들의 삶터도 더 빨리 망가지고, 사회적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고, 생태계 훼손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이후 더욱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뻔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지난 정부 때, 환경영향평가도, 문화재 보호 법안도, 국가 예산 관련 법안도 모두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밀어 부친 4대강 사업이 지금 어떤 꼴인지만 보자. 그래도 규제를 암세포라고 할 건가?

정명희 / <녹색연합> 정책팀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