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반찬이 변변치 않을 때 가장 좋은 건 김가루에 말린 야채나 해물을 섞어 밥에 뿌려먹는 일명 ‘후리카케’다. 보통은 생협에서 파는 걸 사먹는데, 얼마 전 여행길에 급하게 이걸 사려고 보니 가게에 대기업에서 파는 제품 한가지 밖에 없었다.

원산지를 확인하니 아뿔싸, 시금치와 몇 가지 채소들이 일본에서 온 것들이다. 차라리 맨밥을 먹이지 이걸 먹일 순 없다 싶어 내려놓고 말았다. 이 이야길 SNS에 올렸다. 모 기업에서 파는 후리카케에 일본산 시금치가 섞여 있으니 주의하라고…….

나처럼 일본산이면 일단 의심부터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몸조심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관련 각종 정보와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른 괴담”이라고 단정하고 “악의로 괴담을 조작, 유포하는 행위를 추적해 처벌함으로써 괴담을 근절하도록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졸지에 나는 괴담 유포자가 되었다.

괴담 운운하니 몇 해 전 광우병 논란이 떠오른다. 미국산 소고기를 어떻게든 수입하려 했던 집단들은 광우병 의심 소조차 먹어도 안전하다고, 수입해도 된다고 떠들어댔다. 바로 그 집단이 이번엔 방사능으로 오염된 일본의 땅과 바다에서 온 먹을거리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괴담유포자라며 처벌하겠다고 한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일본 방사능 관련 글엔 분명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 조작한 사진이나 도표가 있을 수 있고, 과장해서 쓴 글들이 있고, 소문이 부풀려지듯이 사실이더라도 부풀려진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가운데서 사실과 아닌 것을 검증하고 취사선택하기 마련이다.

일본 총리도 아닌 한국 총리가 먼저 나서서 괴담 운운하며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불량식품을 사회 4대 악으로 규정한 정부에서 불량식품일 가능성이 정말 높은 방사능오염 식품을 의심스러워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말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하루 300톤 이상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7월 한때엔 2011년 원전 사고 직후 때와 비슷한 수치의 방사성 증기가 대기 중에 유출되기도 했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현재 진행 중이고 방사능오염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대기로, 바다로 계속 유출되고 있는 방사능은 결국 음식을 통해 우리의 몸속까지 들어와 일본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방사능 피폭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수입된 수산물 중 131건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었지만 기준치 이내로 측정되어 모두 수입식품 검사를 통과해 유통시켰다고 밝혔다. 방사능에 관한한 기준치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상 정부라면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겁박할 게 아니라 불안의 근원이 되는 일본산 농수산물을 수입하는 것부터 중지해야 할 때다.

정명희 / <녹색연합> 정책팀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