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기업의 구조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늘 관심의 대상이다. 대한민국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수직계열화를 통한 몸집 키우기, 즉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구조를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소유자’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총자산 34조원의 KT라는 기업은 그 활동 하나하나가 재벌기업들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다.

사실 재벌구조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민주적인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야 거창하게 재벌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기업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라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재벌보다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KT는 정권교체와 더불어 낙마한 이석채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출신의 황창규씨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황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조조정. KT는 단일기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8,320명의 직원을 특별명예퇴직이라는 형태로 구조조정 했다.

2003년 5,505명, 2009년 5,992명에 이어 사상 최대의 인력 퇴출 기록을 또 갈아 치웠다. 전 직원 네 명 중 한 명을 정리한 구고조정 직후인 지난 6월부터 KT는 ‘굿 초이스’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하고 TV광고를 만들어 공격적으로 집행하기 시작했다.


#1 자막 : 좋은 선택이 세상을 바꾼다.
6000번이나 실패했는데 포기할까?
다시 해 볼까?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6,000번의 실패 끝에
혁신적인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
나레이션 : 에디슨의 선택이 세상을 밝히다.
좋은 선택을 하라.
Good Choice! 

#2 자막 : 인생은 매일 매일 선택의 연속이다.
짜장면? 짬뽕?
말 걸어볼까? 말까?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더 기다릴까? 가버릴까?
나레이션 : 좋은 선택을 하라.
어린이 나레이션 : Good choice!

로뎅 편 TV광고의 카피는 이렇다. “인생은 매일매일 선택의 연속이다. 짜장면, 짬뽕?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좋은 선택을 하라. 굿 초이스!” 한마디로 왜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KT가 좋은 선택이니 좋은 선택해서 많이 이용해 달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모든 것은 선택의 연속이다. 기업경영 혁신을 위해 시작부터 8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명예퇴직 혹은 구조조정이라는 그렇듯 한 이름으로 목을 날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다. KT노조가 10년째 노사상생을 주장하며 사측의 대규모 인력 퇴출과 보복성 인사에 암묵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KT노동조합의 선택이다. 그런 노조를 따라 ‘투쟁밖에 모른다’며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도 KT노조원들의 선택이었다. 그런 선택들이 과연 ‘굿 초이스’였을까?

이석채 전 회장의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통신업과 전혀 무관했던 KT렌탈(KT렌트카)과 KT캐피탈(BC카드)을 사업의 다각화라는 명분으로 인수한 것도 선택이었다. 황창규 신임 회장은 다시 본업인 통신사업에 집중하겠다며 매각하겠다는 것도 선택이다. 인수하는 것이 ‘굿 초이스’였을까? 아니면 매각하는 것이 ‘굿 초이스’일까. 아니면 인수도 매각도 하지 않는 게 ‘굿 초이스’일까.

시계를 거꾸로 돌려 지난 10년간 KT 구성원들이 투쟁만 하는 강성 노조를 선택했다면? 2009년 투쟁만 하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2003년과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을 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처럼 단결해서 투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그랬어도 2014년 8천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었을까?

사실 KT의 ‘굿 초이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CFT라고 하는 신설부서로 발령 내 계속해서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KT는 노동자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여러분들에게 부탁드린다, 좋은 선택을 하시라.

김범우 /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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