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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팔아 일확천금 노리는 파리 목숨 아니다”[현장] 실종자 수습, 진상규명, 안전 사회 건설 담은 세월호 특별법 요구하는 희생자 가족들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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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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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아주세요 0416’

7월11일 인천에서 만난 안산 단원고 2학년5반 학생 가족들이 입은 옷에 이 문구가 적혀있었다. 등에는 옷을 만들 당시 찾지 못한 실종자 28명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1백일이 다 돼가지만 등에 11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인천 곳곳을 돌며 선전전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1천만인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한국지엠과 현대제철 인천공장을 방문해 조합원들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 노조 한국지엠지부와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는 미리 조합원들에게 받은 서명용지를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 7월11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5반 이진환군의 아버지 이정호씨 등 유가족들이 현대제철 인천공장 식당 앞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인천=강정주

가족들은 역 주변과 시민들이 많은 곳을 찾아 서명을 받았다. 희생 학생 한 아버지는 “아들이 수학여행 떠나기 전 옷을 사달라고 해서 부평역 지하상가에 같이 왔었다. 그 옷을 입고 수학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옷을 샀던 부평역에서 아들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피켓을 들고 섰다.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아들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습니다.” 단원고 2학년 5반 이진환군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정호씨는 “처음 서명을 받으러 나오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니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 내 아들의 죽음의 진상에 대해 아무도 속시원히 말해주지 않았다”고 거리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했습니다.”

이 씨는 “아들은 겁이 많았다. 배 안에서 얼마나 무서워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너무 억울하게 죽었지않느냐. 다른 것 바라지 않는다.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주고 싶은 것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힘들 때마다 아들을 생각한다고 했다. 세 시간 넘도록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하는 이 씨는 아들 얼굴이 박힌 피켓을 꼭 쥐면서 말했다. “아들 사진 모아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 피켓을 쥐면 힘이 납니다.”

   

▲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았다. 7월11일 부평역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명을 받고 있다. 인천=강정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정부와 정치인, 언론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KBS에도 가보고 청와대 앞에 가서 잠도 자봤다. 벽이 너무 높더라”라며 한숨을 쉬며 “KBS를 찾아갔던 것은 막말을 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고 처음부터 거짓 보도를 하면서 가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였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처음 사고가 난 뒤에 물심양면 모든 것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킨 것은 하나도 없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 씨는 “장관들은 자기 살겠다고 거짓말만 한다. 어렵게 국정조사를 시작했지만 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어라,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국조특위 위원을 하고 있다”며 “내가 살던 나라가 이런 곳이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다. 15살 딸이 있다. 딸에게 미안했다. 이런 나라에 살게 해서”라고 말했다. “가끔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사람들 수 백 명이 죽었다. 부모들이 나서지 않아도 정부가 알아서 해야하는 것 아니냐.”

이 씨는 “전국 다니면서 서명 받았다. 같이 슬퍼하고 무엇이든 하나라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고맙다”며 “간혹 ‘언제까지 할거냐, 그만할 때 되지 않았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성했다. 나도 예전에는 내 일이 아니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모른 척 했다.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될 줄 알았다. 이제는 이 사회를 꼭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7월11일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이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인천=강정주

이날 저녁 부평역 광장에 인천 시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 무대에 오른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가족이 원하는 것은 조속한 실종자 수습, 진상 규명,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요구하는 특별법이다”라며 “여야 국회의원들은 ‘의사자 선정, 보상’ 얘기를 하며 어느 순간 우리를 자식을 팔아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가족은 “우리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 지금 이 사회의 주권이 국민들에게 있지 않다고 분노하는 모든 이들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12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또 다시 국회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360만 명의 국민들의 서명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입법청원을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유가족들을 배제한 채 TFT를 구성,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수사기구 구성, 충분한 수사 기간 보장 등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이를 위한 유가족이 참여한 협의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24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백 일이다. 이를 열흘 앞둔 14일, 15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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