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사업장 53곳에 복수노조가 있습니다. 이 중 10여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소수노조 사업장입니다. 2011년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제도 시행 이후 복수노조 설립을 통한 민주노조 탄압이 전국 곳곳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복수노조시대 금속노동자 분투기]는 금속노조 깃발을 지키고, 다시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싸우는 복수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노조 대전충북지부 보쉬전장지회와 콘티넨탈지회. 두 사업장은 세종시 부강공단  이웃이다. 두 곳 모두 구 만도 계열사다.

지난 2012년 이들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생겼다. 노조파괴 수순은 비슷했다. 교섭 해태→ 지회 파업 유도→불법파업 매도→지회 간부 징계, 해고→복수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두 지회는 현재 소수노조다.

두 지회는 같이 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다. 전체 조합원이 모여 공동 교육을 진행했다. 공단 입구, 각 사업장 앞에서 공동 출근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ㄴ7기 때는 지부 주관으로 월 1회 사업장 앞 공동 문화제도 열었다. 지역 노조파괴 사업장 공동선전물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지금은 공동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지 못한다. 각 지회 조합원들이 자주 얼굴 대면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서로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왜 그런 사업을 고민하게 됐냐는 질문에 이 지회장은 “살아야 하니까요”라고 짧은 대답을 내놨다.

 

▲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은 “지회 조합원이 소수인 상황에서 지회장이 됐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 지회장이 생각한 활동의 기본은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전조합원을 대상으로 매주 간담회를 진행한다. 강정주

소수노조가 된 뒤 현장은 180도 달라졌다. 3년째 회사는 지회 조합원에게만 임금 인상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박윤종 콘티넨탈지회장은 “2년 동안 임금 인상과 일시금 등을 합치면 조합원 한 명당 3천만원 정도 못 받은 셈”이라며 “조합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임금 차별이다”라고 설명했다. 외주 생산이 늘어나고 현장 노동강도는 증가했다. 출입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등 관리자들의 현장 통제가 심해졌다.

단결의 필요성, 온 몸으로 느꼈다

박윤종 지회장은 “단일노조였을 때 당연했던 것이 이제 그렇지 않다”며 “현장순회나 선전물 하나 돌리려면 관리자들과 싸워야 한다. 조합원들이 관리자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지회가 예전처럼 대응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고 현장 변화를 전했다. 단체협약 해지, 전임자 축소, 일상 노사협의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다.

박 지회장은 “각 사업장에서 하던 회식, 소모임, 선전물 발행을 같이 하면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허전함, 빈 부분을 채워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이화운 지회장은 “복수노조가 생기기 전에 두 사업장이 서로 비교하고 견제하면서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웃으며 “소수노조가 되고나서 더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단결, 연대’라는 말이 노조가 깨지고 나니 그냥 구호가 아니라 절실하게 와 닿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복수노조 설립 뒤 이전 노조 활동을 돌아봤다. 이 지회장은 “어용노조 설립을 주도한 사람들은 ‘지회 파벌싸움 때문에 노조가 망가지고 있다’고 선전했다”며 “하나의 노조였지만 내부에서 갈등도 많았다”고 진단했다. 이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잠재적 고용불안이 컸다. 물량과 고용이라는 회사의 논리를 막지 못했다”며 “현장을 이렇게 만들어 온 간부, 활동가들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

박윤종 지회장은 “‘우리는 관련 없는 싸움에 동원됐다. 우리는 우리 내부 문제에 사활을 걸겠다’는 것이 어용노조의 주장이었다. 조합원들은 노조, 지부 집회에 나가면서 동원된다는 생각을 했다.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를 공유하지 않고 데리고 나가는데만 급급해서 생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화운 지회장은 “금속노조의 한다면 한다는 정신으로 결정하면 진행했다. 그것이 어느새 ‘지침이니까 한다’는 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 박윤종 콘티넨탈지회장은 “자본이 마음 먹고 노조를 깨면 우리가 아무리 양보하고 피해도 소용없다. 싸워야 한다. 우리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다. 지금 현장에서 싸울 수 있고 파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고 강조했다. 강정주

이 지회장은 “지회 조합원이 소수인 상황에서 지회장이 됐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 지회장이 생각한 활동의 기본은 조합원들을 만나는 것이다. ‘매일 현장을 돌자’고 생각하고 기본 활동을 복원하려 했다. 전 조합원과 매주 간담회를 한다. “지부 운영위원회 얘기, 지역 투쟁 상황, 지회에서 결정할 것들을 같이 논의한다. 모든 정보를 조합원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콘티넨탈지회도 매주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다. 박 지회장은 “단일 지회 때는 시간 할애가 되니 일과시간에 간담회나 지회 일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금은 조합원들이 자기 점심시간 쪼개서 간담회에 온다”며 “오히려 단일노조일 때 활동하지 않던 조합원들이 남아서 간부를 하고 노조를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지회장은 “단일노조일 때 시간 할애 안 되면 활동에 참여 안 하는 간부도 있었다. 지금은 퇴근 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스스로 활동한다”고 덧붙인다.

이 지회장은 3년 넘게 진행되는 차별과 탄압, 간부들의 피로도,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현장의 안정화라고 말한다. 이 지회장은 “어용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이 ‘우리 노조’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불만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노조라고 인식하고 현장이 지금 이 상태로 고착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우리가 먼저 움직여서 현장을 흔들고 바꿔야 한다. 당장 큰 지진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미세한 진동을 계속 줘야 한다”는 것이 이 지회장의 생각이다.

무너지지 않으면 답은 있다

박윤종 지회장은 “복수노조, 노조파괴 사업장을 보면서 다른 지회 간부들이 오히려 ‘우리는 저렇게 당하지 않아야하니 더 양보하고 투쟁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박 지회장은 “자본이 마음 먹고 노조를 깨면 우리가 아무리 양보하고 피해도 소용없다. 싸워야 한다. 싸워보지 않고 당한 뒤 ‘그때 싸워볼걸’하는 후회를 한다”며 “우리는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다. 지금 현장에서 싸울 수 있고 파업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고 강조했다.

“처음 복수노조가 생기고 조합원 다수가 어용노조로 넘어갔을 때 절망적이었다. 3년 동안 정신없이 버티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노조 활동의 기본을 버리지 않고 우리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답은 분명히 있다.” 보쉬전장, 콘티넨탈 노동자들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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