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인 마리오 토소 주교가 방한해 6월2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카톨릭 신자들의 사회, 정치적 임무에 대해 연설했다.

마리오 토소 주교는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이라는 심포지움에서 ‘복음의 기쁨 :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라는 제목으로 기조 강연을 했다. 토소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를 전하며 가난한 이들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 연대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 6월2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인 마리오 토소 주교가 카톨릭 신자들의 사회, 정치적 임무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김형석

토소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대실현을 위해 제시한 △초국가 기구들의 개혁과 경제제도와 국제금융 개혁 △포용 경제 실현 △고강도 민주주의 실현 등의 실천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토소 주교는 ‘포용 경제’와 ‘고강도 민주주의’에 대해 시간을 들여 설명하며 “모든 경제활동은 수많은 단계에서 정의와 무상성의 원칙이 깃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움 참석자 질문이 이어졌다. 한 성직자가 “한국 교회는 대표적인 사회문제인 쌍용자동차 등 노동자 해고 문제, 밀양 송전탑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 문제 등에서 앞장서 투쟁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상황에 대해 교황님은 얼마나 아시고 어떤 대답을 하시겠는가”라고 물었다.

▲ 6월23일 심포지움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참석해 피켓을 들고 삼성전자서비스 문제 해결을 호소하고 있다. 김형석

토소 주교는 “교황청의 정보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뛰어나다”고 농담하며 “교황청은 한국교회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동자 생존권 문제, 환경문제 등에 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토소 주교는 쌍용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노동자 권리에 교황청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회사 합병 이유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기술을 빼가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해고자 발생한다면 카톨릭 교회는 당혹감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 6월23일 심포지움에 참석한 삼성전자서비스 한 조합원이 삼성의 노동탄압과 인권탄압에 대한 교황청의 의견을 묻는 질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김형석

토소 주교는 “예를 들어 한국, 중국, 인도 기업 등이 서로 합병할 경우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를 충분히 지켜야 한다”며 “권리를 침해당한 노동자는 저항할 권리가 있고 카톨릭 교회는 노동자 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 사회교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서도 “송전탑으로 전달하는 전기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인지, 소수 부자를 위한 것인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라며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에너지와 정의와 평화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6월23일 명동성당 심포지움을 마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마리오 토소 사무총장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의 피켓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김형석

이날 심포지움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강당 안에서 피켓을 들고 삼성전자서비스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조합원들은 마리오 토소 주교의 강연을 들으며 삼성의 노동탄압에 관해 질문지 작성을 하기도 했다. 동래분회 한 조합원은 “주교님이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밝힌 피켓에 대해 질문해주시길 기대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쌍용차나 밀양 송전탑 문제를 거론하며 노동자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마리오 토소 주교는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의 초청으로 22일 방한했다. 토소 주교는 이번 방문이 프란치스코 교황 내한에 앞서 천주교의 정치적, 사회적 책무를 다룬 교황의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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