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13일 본관 앞 농성 26일차. 아침식사를 마치고 장난삼아 동전 몇 개 비닐로 싸서 시작한 제기차기 판이 커졌다. 생소하고 불편하게 시작한 노숙농성이 짬 나면 제기차기 승부를 즐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조합원들은 노숙이 질리지 않냐는 질문에 픽 웃으며 답한다. “까딱 없심더.” 김형석

▲ 노숙농성에 완전히 적응한 삼성전자서비스 조합원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준비한 버너에 참치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커피를 끓여 마시기도 한다. 강남 한복판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본관을 배경으로 커피물을 끓이는 조합원 표정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일삼아 졸졸 따라다니며 훼방을 놓는 경찰과 낯선 서울생활 적응이 이제는 재미있기까지 하단다. 김형석

▲ 못 보던 여성 조합원인가 했지만 웬걸, 서울로 떠난 남자친구와 함께 하겠다고 상경투쟁(?)을 벌이는 조합원의 여자친구다. 투정은커녕 노숙마저 함께 하며 든든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이들의 투쟁이 실패할 리 없다. 김형석

▲ 비닐에 싸인 식판, 새까맣게 탄 종아리, 내려간 양말 위로 드러나는 하얀 발목, 투박한 등산화. 수원 영통 삼성디지털시티 앞에서 한낮 뙤약볕과 새벽 찬바람에 그을린 농성도 한 달이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 ‘직원’들은 그렇게 투쟁하는 ‘노동자’가 됐다. 김형석

▲ 6월13일 조합원들이 시내 집회로 떠난 사이 삼성 용역경비들이 우리들 보금자리를 넘봤다. 남아있는 조합원들이 경비를 몰아내고는 거친 항의투쟁을 벌였다. 분이 안 풀린 한 조합원이 삼성전자 본관에 대고 열변을 토했다. 역시. 진정한 선동은 잘 쓴 글이나 매끄러운 말이 아닌 진심에서 나온다. 김형석

▲ 삼성전자 본관 앞 농성을 시작할 때 삼성은 코웃음 쳤다. 6백이 넘는 인원이 농성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나 싶었을 거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 신입 조합원들은 지치기는커녕 싸우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싸워 나날이 강해졌다. 심지어 조직확대까지 벌였다. 저런 표정과 율동을 아무데서나 볼 수 없는 이유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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