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에 14개 지역지부와 13개 지역지회가 있습니다. 이들은 금속노조 지역 노동자 조직사업의 첨병이기도 합니다. [조직사업 최전선]은 금속노조 14개 지역지부의 노동자 조직사업을 소개하고 문제점과 어려움을 찾아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연재기사입니다. 지역과 현장의 최전방에서 금속산별노조의 미래를 개척하는 이들의 고민과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서울지부(지부장 서다윗)는 조직체계에서 사업내용까지 지역 노동자 조직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지부다.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등 기업단위 지회 두 군데를 제외하면 서울지부 전 조합원은 지역지회 세 곳 소속이다. 이들 지역지회는 노동자 조직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삼아 지역일반노조 역할을 수행하며 각자 독자적인 역량을 구축했다.

구로공단(구로디지털단지)이 거점인 남부지역지회(지회장 구자현)는 급격히 변모하는 구로공단 환경에 맞춘 ‘전략조직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한 구로지역에서 어렵사리 노조 조직을 세우더라도 사업주들은 하루아침에 폐업하거나 야반도주했다. 이에 반해 노동자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징검다리 뛰듯 사업장을 전전했다. 악덕 사업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면 기존과 다른 노조 울타리가 필요했다.

지회는 서울남부 조직사업을 위해 2011년 2월 민주노총, 정당사회단체, 법률가 등과 함께 ‘노동자의 미래-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단(아래 사업단)’을 꾸렸다. 이들은 서두르지 않고 면밀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폭넓은 지역의제를 통한 지역요구를 만들고 낮은 수준의 대중행동에서 시작해 지역조직화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꾸준히 토대를 닦는 사업을 벌였다. 3년간 화수분에 물을 주는 듯 했지만 사업단이 지난 5월27일 발표한 ‘서울남부 전략조직화사업 3년 평가와 전망’에 따르면 적지 않은 성과도 거뒀다.

 

▲ ‘노동자의 미래’ 월례 강좌가 열린 강당에 사업단 홍보판이 놓여 있다. 사업단은 소식지 <남부바지락>발간, 월례 교양강좌 개설, 거리 법률상담 등 다양한 상담과 캠페인 사업을 벌이며 지역 노동자 1천5백여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일상적인 홍보를 한다. 김형석

박준도 사업단 정책기획팀장은 “‘무료노동 이제 그만’과 같이 지역 노동자 요구와 바로 맞닿는 캠페인을 벌이며 인지도를 획기적으로 72.8%까지 끌어 올렸다”라며 “덕분에 지역 제조업 노동자 10%는 노동법 준수와 관련해 사장과 관리자 태도가 변화했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 공단 사용자단체, 구청, 고용노동청 등과 근로기준법 준수 협약을 맺는 성과도 거뒀다. 이는 자연스럽게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어찌 보면 지극히 초보적인 성과지만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략조직화사업의 최종 목표인 집단 노조가입과 지역투쟁, 지역교섭으로 나가기 위한 기반을 닦은 셈이다.

경기북부지역지회(지회장 신동진)는 광활한 서울 북부 외곽을 관장한다. 2002년 출범해 현재 450명이 넘는 조합원을 확보했다. 서울 동부나 남부처럼 공단이 형성돼 있지 않고 광활한 지역에 듬성듬성 있는 제조 사업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조건과 관련한 상담과 조직사업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에 대한 인지도가 워낙 낮아 상담은 주로 민주노총 지구협을 거쳐 받는다.

김도현 경기북부지역지회 사무장은 “노조가입에 대항해 직장폐쇄나 용역투입을 선택하는 사업주는 드물다”라며 “지불능력 문제와 사업주 간 노조혐오 분위기가 강하지 않아 지회는 무리한 투쟁전술보다 교섭을 중심으로 유연한 운영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김도현 사무장은 경기북부지역 상황을 “노조가입에 대항해 직장폐쇄나 용역투입을 선택하는 사업주는 드물다”며 “지불능력의 문제와 사업주 간 노조혐오 분위기가 강하지 않아 지회는 무리한 투쟁전술보다 교섭을 중심으로 유연한 운영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석

수도권 동부를 담당하는 서울동부지역지회(지회장 정인철)는 조합원 수가 2백명이 채 안 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정책협약을 맺어 지역 비정규센터 위탁관리를 맡았다. 영세한 지회지만 안정적인 시설과 전담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가며 조직사업을 벌일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을 마련했다.

서울지역은 대규모 공단이나 대공장이 부재하고 자본이동이 잦은 영세한 사업장 중심이다. 지역지회를 통한 조직사업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산별노조 원리에 충실한 조직체계이기도 하지만 지부의 기둥이 돼 주는 중견 사업장이 태부족한 상태에서 효과적인 발전전략일 수 있다.

문제는 지역지회에 대한 노조의 전망 부재다. 산별 조직체계 자체가 미완인 상태에서 지역지회가 온전히 유지ㆍ발전할 수 있는 산별 운영체계 도입은 아직 미래의 과제다. 심지어 지회 전임자의 처우 문제도 심각하다. 노조가 지역지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영세한 지역지회 전임자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기란 아직 요원하다.

경기북부지역지회 김도현 사무장은 “우리 지회 전임자는 150만원의 활동비를 받고 있지만 서울 남부나 동부지회는 그 임금조차 상근자들끼리 나눠 쓰고 있다”라며 “퇴직금이나 건강검진도 받지 못하며 조합 활동에 전념하는 활동가가 이후 재생산 될지 의문”이라며 걱정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지회가 지역 교섭을 벌이고 싶어도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가 없다는 것. 지역단위의 산별교섭 틀이 마련되지 않아 조직형식은 지역지회지만 내용으로는 기업별 교섭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산별중앙교섭이 닥친 문제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역단위 조직사업과 교섭에 큰 장애일 수밖에 없다. 헌법상에 보장된 ‘노동조합에 가입해 교섭과 투쟁을 벌일 노동자 권리’가 기업노조 중심의 법제도 틀에 갇혀 산별체계와 충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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