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1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LPG선 작업 중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배 안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두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부상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화재 사고는 회사가 기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 용접이나 절단 등 화기작업에 의한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인화성 물질 방지 조치를 하고 소화기 등을 두어 화재 발생 시 즉각 불을 끄도록 해야 한다. 

▲ 4월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장하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현대중공업의 연이은 중대재해와 하청노동자 사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쌍용 노조 부위원장이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주

이날 관리자들은 소화장비 없이 작업 진행을 지시했고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것은 작은 물 호스 하나가 전부였다. 사고로 부상을 당한 노동자 중 한 명은 이날 현대중공업에 첫 출근했다. 배 구조도 모르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노동자를 위험 작업에 투입한 것. 회사의 안전 미조치와 무리한 작업 강행으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LNG선, LPG선 작업 중 화재 사고가 다섯 차례나 벌어졌다. 올해 3월6일부터 4월21일 화재사고까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에서 총 다섯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여섯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모두 하청노동자다.

다섯 건의 사고 모두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는데 추락방지망이 없었다. 노동자가 바다로 추락했는데 한 시간이 넘도록 구조하지 않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원청업체의 이윤을 위한 다다계 하도급, 무리한 공기 단축 등이 만든 인재다.

▲ 4월23일 기자회견에서 하창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이“이번 죽음이 끝이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폭탄이 안겨 있다”고 하청노동자들의 위험한 작업 실태를 알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주

기본 안전수칙 무시 하청노동자 사망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월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중대재해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대책 수립과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중대재해 발생에 사과하고 다단계 착취계약 금지, 적정단가 보장 등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소 특별안전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하창민 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원청은 조선소 안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상당히 진행했다. 이번 사고 역시 다단계 물량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극도의 위험에 처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화재사고 당시 부상 당한 노동자는 승선 인원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노동자였다”며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하 지회장은 “이번 죽음이 끝이 아니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죽음의 폭탄이 안겨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4월23일 기자회견에서 신동준 현대중공업노조 부위원장이 중대재해로 인한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에 현대중공업 원청의 책임을 묻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정주

하 지회장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과 여가, 복지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것을 보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 정몽준 의원 아들 말처럼 하청노동자들은 시민도 아닌 미개인으로 보이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하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다치고 죽는 일은 끝나지 않는다”며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 7만 하청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정몽준 의원은 최대주주이자 정치인으로서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짓밟고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 행위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동준 현대중공업노조 부위원장은 “현장 관리 부실로 노동자들이 죽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현대중공업은 자기와 관계없다고 발뺌 하고 있다”며 “하청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고 죽어서도 사과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세계 1위 조선소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현대중공업의 태도를 규탄했다.

▲ 4월23일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대중공업의 연이은 중대재해를 규탄하고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강정주

서쌍용 노조 부위원장은 “정몽준 의원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했는데도 단 한 번 사과하지 않았다”고 정몽준 의원에게 책임을 물었다. 서 부위원장은 “매년 되풀이하는 자본의 안전불감증이 하청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기업살인법(산재사망 처벌 강화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하나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실질 소유주인 정몽준 의원은 당장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이 문제를 외면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있느냐”며 “OECD 산재 1위 국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산재왕국 노동 현실을 바꾸도록 책임있게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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