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7일 KEC가 정리해고를 철회했다.

회사는 이날 노동자 148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했었다. 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와 경북 지역 노동자들, 투쟁사업장 조합원들은 이날 KEC 구미공장 정문 앞에서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동병상련 봄소풍’을 진행하며 KEC 정리해고 철회를 축하하고 정리해고제 철폐를 위한 싸움을 결의했다.

▲ 4월17일 KEC가 148명 노동자 정리해고를 예정했던 날, 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와 경북지역 노동자들이 모여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동병상련 봄소풍' 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구미=성민규

김성훈 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장은 “KEC 공장의 정리해고가 박살났다. 하지만 우리의 정리해고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더이상 이 땅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정리해고제 폐지하는 날까지 KEC지회는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9시20분 경 회사는 ‘[알림] 회사는 14년 4월17일부 경영상해고를 취소하며 정상적인 업무 복귀를 명합니다’라는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보냈다.

김 지회장은 “2012년에 회사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관리자들 연봉을 올리겠다고 했다. 이번 정리해고 역시 노동자들의 임금을 약탈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규탄했다. 김 지회장은 “회사는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쫓아냈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다시 건강한 노조를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실천했다. 모든 조합원이 주체가 돼서 투쟁했다”며 “지난 4개월 동안 기업노조 조합원들에게 같은 내용을 선전했고 그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배우고 실천했다”며 그동안의 투쟁 과정을 설명했다.

“이제 1단계 끝이다. 이제 2단계 싸움에 돌입한다. KEC지회 조합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노조와 조합원이다. 웃음 잃지 않고 당당히 투쟁하겠다.” KEC지회 조합원들은 준비한 율동 공연을 선보였다. 지회는 회사의 정리해고 철회 통보에도 이날 하루 파업을 벌이고 봄소풍 행사에 앞서 공장 안에서 약식 집회를 진행했다.

▲ 4월17일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동병상련 봄소풍' 참가 노동자들은 조를 나눠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힘찬 투쟁'이라고 적힌 현수막에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완성한 참가자들이 무대 앞에 나와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구미=성민규

12시, 공장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정리해고 대상자였던 지회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종희 대의원은 “2012년과 올해 정리해고 당했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얘기하는데 회사는 2년마다 해고를 하고 문자 한 통으로 취소하겠다고 했다. 정말 화가난다”고 회사의 행태에 분노를 토했다. 이 대의원은 “조합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해서 파업을 진행했다. KEC 조합원들의 밝고 당당한 투쟁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2010년 투쟁으로 징계해고를 당하고 현장에 복귀한 이춘우 조합원은 이번 정리해고 명단에 올랐다. 이 조합원은 “그동안 회사가 있어서 내가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집보다 회사를 생각하며 일했다. 싸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싸우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4년을 싸웠다”며 “정년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희망퇴직으로 나가면 좋아할 사람은 회사 뿐이다. 정리해고제 완전히 박살낼 때까지 싸우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준일 구미지부장은 “어제 KEC지회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당당히 투쟁을 준비하는 동지들 보며 반드시 이길거라고 확신했다”고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김 지부장은 “오늘 정리해고는 철회했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는 자리다. 구미지부도 하나의 지부로 단결해 싸우는 첫 발을 이 자리에서 시작하자”며 “KEC지회가 지난 4년의 장기투쟁을 끝내고 당당히 생활할 수 있도록 오늘의 힘을 가지고 투쟁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 4월17일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동병상련 봄소풍' 참가자들이 문화제 도중 비가 내렸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결의하며 문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구미=성민규

김달식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한다고 1백 명이 넘는 노동자를 내쫓고, 다시 하루 아침에 문자 한통으로 정리해고를 취소하는 악랄한 자본”이라고 규탄하며 “KEC와 코오롱 등 경북 지역부터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돌려보내고 정리해고를 철폐하는 싸움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 전국의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도 참석해 5월10일 2차 희망버스에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행사에 모인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힘찬 투쟁’이라고 적힌 현수막에 조별로 단체 걸개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공장 앞에서 문화제를 이어갔다.

앞서 회사는 지난달 17일 노동자 148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노조 KEC지회 조합원 90명과 기업노조 조합원 58명이 정리해고를 통보받았다. 지회는 회사가 임금삭감을 위해 정리해고를 이용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부분파업 등 투쟁을 벌여왔다. 기업노조도 이번 달 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결과 95.6% 찬성으로 가결됐고 간부 파업, 조합원 부분 파업 등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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