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한 노조파괴 사건의 유력한 증거자료가 새로 나왔다.

금속노조와 장하나 새정치연합 의원은 4월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사업장 사업주에게 받은 입금내역을 제시하고 검찰의 재수사와 노조파괴 관련자 기소를 촉구했다.

▲ 4월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금속노조와 장하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사업장 사업주에게 받은 입금내역을 제시하고 검찰의 재수사와 노조파괴 관련자 기소를 촉구하고 있다. 김형석

금속노조 법률원이 창조컨설팅과 계열사의 2010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한 결과, 금속노조 소속 12개 사업장이 60억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입금한 돈까지 합하면 82억원에 이른다.

금속노조 법률원에 따르면 창조컨설팅은 친사용자 성향의 기업노조가 설립되거나 금속노조 탈퇴 총회가 실시되는 등 ‘노조파괴’의 중요 고비를 넘긴 뒤 반드시 성공보수로 추정되는 거액을 받았다. 입금내역에 등장하는 주요 회사명은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보쉬전장,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 만도, 에스제이엠, 한진중공업, 대림자동차, 풍산 등 금속노조 소속 노조파괴 피해 사업장이다.

조이현주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행정법원은 강제수사 없이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사실관계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지만 검찰은 사업주의 변명을 근거삼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조 변호사는 “검찰은 노조파괴 의혹이 입금내역으로 다시 한 번 입증된 이상 항고 조사를 통해 재수사에 나서라”며 “노동 3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가 공권력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 4월15일 조이현주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검찰은 노조파괴 의혹이 입금내역으로 다시 한 번 입증된 이상 항고 조사를 통해 재수사에 나서라"며 "노동3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국가 공권력의 직무유기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형석

대표적인 예로 창조컨설팅의 자회사로 알려진 휴먼밸류컨설팅은 2011년 5월 직장폐쇄를 감행한 유성기업으로부터 매달 5천5백만원을 받았다. 파업 조합원 복귀율이 50%를 넘어서고 기업노조가 설립된 같은 해 8월 1억원을 받고 집중적으로 조합원 탈퇴가 일어난 9월~11월 매달 1억원씩 받았다.

2010년 4월 창조컨설팅은 발레오만도와 계약을 맺고 5천5백만원을 받았다. 이후 5월 금속노조 탈퇴총회 가결, 6월 기업노조 설립, 7월 금속노조 지회 임원 해고가 일어났고 매월 2천7백5십만원을 받았다.

노무법인이 받는 통상적인 법률자문비는 이 같은 보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노무법인이 한 사업장과 법률자문계약을 맺고 받는 비용은 보통 월 10만원에서 1백만원 수준이다. 노동자가 만 명 단위인 사업장도 월 2백만원을 넘지 않는다.

창조컨설팅의 ‘입금내역’은 전 대표인 심종두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노무사 자격등록 취소처분 취소 소송’ 재판자료의 일부다. 심종두가 이 자료를 제출한 2013년 6월은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노조파괴 사업주에 대한 보강수사를 반복하던 시기다.

장하나 의원은 “검찰이나 노동부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면 부실수사 아니겠는가”라며 “검찰은 고의로 은폐할 의도가 아니라면 노조파괴 사업주에 대한 조속한 재수사와 사업주 기소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4월15일 이화운 보쉬전장지회장이 "통상적인 노무컨설팅 비용으로 8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검찰은 축소수사가 아니라면 재수사에 나서고 이마저 안 된다면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형석

이화운 보쉬전장지회 지회장은 “우리가 행정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는 검찰과 노동부에 제출한 자료와 동일하다”라며 “법원은 노조파괴를 인정해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불기소처분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통상 노무컨설팅 비용으로 8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검찰은 축소수사가 아니라면 재수사에 나서고 이마저 안 된다면 특검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노조는 2014년 임단협 투쟁 기간 정리해고ㆍ노조파괴 문제를 부각할 계획이다. 노조는 5월7일부터 3일간 정리해고ㆍ노조파괴 사업장 전국 순회투쟁을 벌이고 5월말 전국 동시다발 집중집회를 개최한다. 6월 중순 조합차원의 집중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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