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노동 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노동3권에 대한 침해행위이고 사용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한 노조법은 사용자에 대한 의무규정이나 처벌규정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의무와 처벌규정으로 가득 차 있다.

파업하면 업무방해죄

한국의 노조법은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해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형사 처벌 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 정부는 파업하면 일단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하지 않고 일단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죄로 법규를 적용해 체포하고 구속하는 방식으로 노동조합의 파업을 무력화했다.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을 하는 사례는 전 세계에 없는 일이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업무방해죄 성립에 대한 판단기준을 변경하면서 ‘파업’을 형사 처벌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기준은 정치적인 입김에 의해 너무도 쉽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최근 업무방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무시하면서 파업권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말 있었던 철도노조 파업이다. 철도노조는 근로조건을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라는 민영화 조치를 막기 위해 파업을 결정, 실행하는 모든 절차를 거쳤다.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배치했고, 파업 전 여러 차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파업을 예고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는 사건이다.

정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배자 검거 목적 민주노총 침탈, 집행부 구속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사법부의 독립, 검찰의 독립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형사처벌이라는 본보기를 통해 파업하는 중, 파업 이후 조합원들을 위축시키고, 노조의 단결을 막고,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노동조합에게 조합원을 부인하라고 하는 시정명령

최근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 자체를 제한하기 위해 형사처벌을 악용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예전에 복수노조 금지규정으로 노조 설립을 막았다. 이제 산별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거나 산별노조의 노동조합성을 문제 삼으면서 노동조합의 설립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 정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배자 검거 목적 민주노총 침탈, 집행부 구속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사법부의 독립, 검찰의 독립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철도공사는 형사처벌이라는 본보기를 통해 파업하는 중, 파업 이후 조합원들을 위축시키고, 노조의 단결을 막고,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하게 만들고 싶을 것이다. <자료사진>

정부는 2010년 건설노조에 특수고용 노동자인 레미콘 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노동조합에게 자신의 조합원을 부정하고 규약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면서 산별노조의 당위성을 흔들었다. 사용자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핑계로 건설노조의 교섭요구를 회피했다.

당시 정부는 규약시정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법 시행령에 따른 ‘노동조합 아님 통보’를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더욱 공격적으로 초기업노조가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규약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자 ‘노동조합 아님’을 통보해 조합활동을 전면 부인하는 탄압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전교조에 해직교사가 가입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통째로 부인하고 법외노조라며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사무실을 빼앗으려 하는 등 노골적인 탄압을 자행하려 했다.

현재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으로 일단 본안 소송의 1심 판결 때까지 정부의 탄압시도는 중단된 상태다. 노조설립 신고제에 비춰볼 때 국가가 적극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한다는 발상은 국제사회의 기준으로 보나, 상식으로 보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하나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통보는 단지 노조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행정관청의 노조해산권을 없애기 위해 1987년 국회가 노조법상 해산명령규정을 삭제하였음에도 법률의 위임 근거 없이 시행령으로 노동조합 아님 통보에 대한 규정을 도입한 것에 불과하여 노동부의 시정명령 자체는 법률 근거가 없는 위법무효한 행위다.

노동조합 아님 통보 이후 노조명칭 사용을 이유로 형사처벌

박근혜 정부가 노조법상 시행령인 ‘노조 아님 통보’를 이용한 노조 탄압에 시동을 걸면서 대부분 노동조합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남의 일로 외면할 수 없다. 초기업단위 산별노조에 특수고용노동자나 해고자 한 명 없는 노조는 없다. 물론 ‘초기업단위 노조는 해고자나 구직자들을 가입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지만 여전히 노조법에 노동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노동조합 성립을 부인할 수 있는 요건으로 열거하고 있다. 비정상을 정상인 것처럼 말하는 현 정부에서 전교조와 같은 사태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최근 법원은 이미 설립한 노동조합에 대해 ‘노조 아님 통보’ 받은 뒤 노조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범죄로 성립하지 않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삼성일반노동조합은 2003년 2월 ‘인천지역 삼성일반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인천광역시장으로부터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뒤 ‘삼성일반노동조합’으로 설립신고사항 변경신고증을 교부받아 조합활동을 했다.

인천시청은 갑자기 ‘해고자는 노조의 조직대상이 될 수 없고 인천지역을 넘어 조직 가입범위를 넓힐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규약 시정을 요구했다. 노조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법 시행령 제9조에 의해 노조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했다. 검찰은 삼성일반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집회 개최 시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노조위원장을 노조법 위반으로 형사 기소했다.

법원은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할 경우 노조법 제7조 3항 위반으로 처벌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즉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는 노조법상 설립을 하지 아니한 채 혹은 설립이 되기 전에 노동조합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만으로 제한되는 것이지, 적법하게 설립한 노동조합을 사후 하위법령인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노동조합 아님 통보를 받는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노동조합을 적법하게 설립한 이후 노조법상 설립신고 반려사유가 발생하거나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아도 노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형사ㆍ행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 조항을 노조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노조법 시행령 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은 경우까지 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이 아닌 경우에 포함시킬 경우, 노동조합이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춘 근로자들의 조직으로 존속하도록 보호․육성하고자 하는 노동정책적 입법목적 등 목적론적 해석상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확장해석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헌법상 노동3권의 주체에 대한 형사처벌이라는 모순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은 권리다. 범죄이거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형사상 규율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인 시선에 갇혀있다. 노동조합법은 헌법상 노동3권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국가 법률이다.

어처구니없게 한국의 노동조합법은 노동3권을 실현하려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형사처벌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노동조합의 간부나 조합원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정부가 노동조합 활동을 형사처벌로 다스리며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노동조합 활동을 규제하는 현실에서 헌법상 노동3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주영 노조 법률원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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