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노동관계법은 파업․태업 등 단체행동권의 일환으로 행하는 쟁의행위에 대해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정당한’ 쟁의행위에 국한해 민사면책의 대상이 된다고 함과 동시에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는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함으로써 정상적인 파업권 행사마저 대부분 불법파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있는지와 상관없이 손해배상, 가압류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 회사는 파업으로 잠시 생산이 지연됐으나 생산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거나 주문량이 적어 추가생산의 필요성이 없다면 손해가 없다. 회사가 추가생산의 필요성이 있어 초과근로를 통해 지연된 생산물량을 보충했다면 물량을 추가로 보충하기 위해 지급한 인건비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일 뿐이다. 초과근로를 해서 물량을 보충하건, 파업을 하지 않고 정상근무를 해서 생산을 하건 회사가 동일하게 지출하는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고정비는 하등 손해범위에 포함할 여지가 없다. 한 자동차공장 생산라인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멈춰있다. <자료사진>

“1공장 11라인을 48분간 정지시켜 총 42대 5억 6천만원의 생산손실을 발생시켰고, 4공장 41라인을 26분간 정지시켜 총 13대 3억 2천만원의 생산손실을 발생시켰고, 3공장 32라인을 점거하는 등으로 63분간 정지시켜 총 36대 5억 6천만원의 생산손실을 발생시켰다.” 어느 자동차회사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의 주장내용이다.

회사의 산정방식은 파업한 시간동안 생산되지 못한 차량 대수에다 각 차량의 판매가격을 곱한 것이다. 한 개 라인이 한 시간 정도 정지된 것에 대한 손해가 5억 6천만원이므로 만약 1개 생산라인이 하루 24시간 파업을 하였다면 산술적으로 따져도 130억원 이상이 나온다. 단 하루 1개 라인을 세운 경우 1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니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과연 회사가 실제로 그러한 손해를 입은 것일까.

회사가 손해로 주장하는 것은 근로자들이 완성된 자동차를 손괴하여 못쓰게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파업으로 라인이 잠시 정지되어 생산이 잠시 지연된 것 뿐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사건 쟁의행위로 인하여 자동차의 생산이 잠시 지연된 것일 뿐, 그 이후 초과근로 와 휴일근로 등을 통해 필요한 생산물량에 대한 작업이 이루어져 회사에서 필요한 생산물량이 모두 확보된다. 파업으로 1시간 가량 자동차 생산이 지연됐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회사가 납품 지연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납품 지연이 있었다고 해도 이로 인해 회사가 고객에게 배상책임을 진 사실이 없다면 회사에 손해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생산 지연으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는 없는 것이다.

또한 부분적인 파업으로 생산이 잠시 지연된 물품은 영원히 생산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생산물량을 완수하기 위해 정규근로 이외 초과근로, 휴일근로 등에 대해 매 시기마다 합의해 필요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라인정지 시간이 불과 48분(1공장), 26분(4공장), 63분(3공장)에 불과한 경우 약간의 초과근로만으로 충분히 필요한 생산량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실제 손해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얼마 전 법원은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회사의 전년도 고정비에 파업시간을 대입하는 방식으로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그러나 고정비 전체를 파업손해로 추정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파업 종료 후 회사는 자동차 공급물량에 비추어 초과근로가 필요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그 결과 초과근로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 이 자체로 생산지연에 따른 손실은 없는 것이다. 자동차 공급물량이 이미 충분히 확보되어 있거나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파업으로 인한 생산지연에도 불구하고 공급이 밀린 생산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자 회사가 자동차 공급물량을 확인하고 파업시간에 해당하는 초과근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노동조합과 초과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합의를 통해 부족한 생산물량을 보충한다. 이 경우 파업으로 인해 부족한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한 손해란 초과근로에 따라 지급한 인건비 정도일 수 있다. 다만, 회사가 파업참여자에게 무노동 무임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으므로 미지급한 인건비 액수, 쟁의행위 불참 근로자에게 휴업수당 등으로 인건비의 일부만 지급한 경우 감액된 액수만큼 손해액 산정 시 공제해야 한다. 이 이외에 회사는 고정비 요소로서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은 원래 지출하는 비용을 그대로 지출한 것이므로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전혀 고려할 수 없다.

결국 회사는 파업으로 잠시 생산이 지연됐으나 생산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거나 주문량이 적어 추가생산의 필요성이 없다면 손해가 없다. 회사가 추가생산의 필요성이 있어 초과근로를 통해 지연된 생산물량을 보충했다면 물량을 추가로 보충하기 위해 지급한 인건비만큼 손해가 발생한 것일 뿐이다. 초과근로를 해서 물량을 보충하건, 파업을 하지 않고 정상근무를 해서 생산을 하건 회사가 동일하게 지출하는 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고정비는 하등 손해범위에 포함할 여지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사용자들은 어김없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으로 응수하고 법원은 손해발생여부나 인과관계에 대한 엄격한 심사 없이 대체로 사용자들의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와 사용자 관계는 일회적이지 않고 쟁의행위가 끝난 이후에도 노동력의 제공과 임금지급의 관계가 지속된다.

쟁의행위기간 일시적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지연된 생산물량을 보전하는 것도 역시 노동자들이다. 파업을 했으면 당연히 손해가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선입관이다. 오히려 쟁의행위만을 따로 떼어내서 손해발생을 인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이중의 부당이득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송영섭 노조 법률원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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