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과 관련한 임금, 퇴직금 청구의 소, 두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 9월5일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민주노총 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등 여러 변호사단체와 공동변호인단에 참가하여 위 변론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통상임금의 개념, 기준, 범위, 징표, 기존 판례에 대한 검토 등 통상임금에 관한 모든 쟁점을 다뤘다. 노동자들의 대리인단과 회사를 대리하는 김앤장 소속 대리인들 간의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

사용자들은 이 재판을 앞두고 38조원의 추가 비용 부담, 투자심리 위축, 중소기업의 줄도산 등 연일 호들갑을 떨고 생떼를 부리기 바빴다. 38조원. 그들이 8백32조원이나 되는 돈(2012년 3분기 기준 1,644개 상장회사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죽겠다고 아우성치며, 지급할 수 없다고 생떼를 부리는 돈이다.

▲ 이번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은 장물을 내놓을 수 없다며 생떼를 부리는 도둑과 ‘저녁이 있는 삶’과 ‘건강’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마저도 빼앗길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대리전이다. <자료사진>

나는 그들에게 ‘생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위 38조원은 그들이 노동자들로부터 ‘저녁이 있는 삶’,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건강한 삶’을 빼앗고도 지불하지 않은 대가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노동자들로부터 도둑질한 장물을 내놓지 못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며 장물을 내 놓으면 경제가 망한다고 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38조원이 왜 장물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6조의 1차적인 목적은 사용자에게 가중된 금전적 부담을 가함으로써 사전에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여 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로시간 제한제도가 준수되도록 하려는데 있다. 2차적 목적은 사용자가 연장 근로 등을 시킨 경우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그의 생활상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해주려는 데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용자는 상시적인 잔업과 특근 체제를 확립하였고, 여가와 건강을 포기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잔업과 특근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이다. 사용자들이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입법목적대로 노동자들이 ‘저녁이 있는 삶’ 등을 포기한 것에 상응하는 가중된 금전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잔업 등을 시키는 다른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일까?

사용자에게 특별한 목적 같은 것은 없다. 사용자가 상시적인 잔업과 특근 등을 강요하는 것은 단지 잔업과 특근 등에 지불해야 하는 임금이 법정 근로시간 근로에 지불해야 하는 임금보다 적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는 잔업과 특근 등에 대하여 노동자들에게 여가와 건강을 포기한 것에 상응하는 가중된 임금은커녕 법정 근로시간 근로에 대한 임금 보다 더 적은 임금을 지급해도 되기 때문이다.

2012년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노동자는 매달 167.2시간의 법정근로시간 노동으로 약 300만원(정액급여+특별급여)을 받고, 12.8시간의 초과근로시간 노동으로 약 18만원(초과급여)을 받았다.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법정근로시간의 시급은 1만 8천원이고, 초과근로시간의 시급은 1만 4천원이다. 초과근로시간의 시급이 법정근로시간의 시급보다 1.5배 많은 게 아니라 오히려 0.8배밖에 되지 않는다. 왜 이러한 일이 생길까?

어떤 노동자가 매월 다음과 같이 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노동자는 매월 사용자가 정한 통상임금 170만 원에 그 밖의 임금 130만 원을 더한 300만 원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예측가능하게 일상적으로 지급받고 있다.

법정근로시간(일과시간)에 받는 시간당 노동가치는 12,500원(= 300만 원 / 월 소정근로시간 240시간)이 된다. 반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사측이 주장하는 통상임금 17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노동가치는 7,083원(= 170만 원 / 월 소정근로시간 240시간)에 불과하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더라도 시간당 노동가치는 10,624원에 불과하여 법정근로시간의 시간당 노동 가치에 미달한다.

이처럼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초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 기타 수당 등을 제외하면, 법정근로시간 근로에 지급되는 임금보다 위 가산임금이 적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즉, 사용자는 통상임금에서 정기 상여금 등을 제외함으로써 ‘저녁이 있는 삶’과 ‘건강’ 등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근로한 노동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며,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존재(存在) 자체를 부정했다. 그렇기에 나는 사용자들이 주장하는 38조원을 노동자들에게서 ‘저녁이 있는 삶’과 ‘건강’을 빼앗고 도둑질해간 장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번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은 장물을 내놓을 수 없다며 생떼를 부리는 도둑과 ‘저녁이 있는 삶’과 ‘건강’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마저도 빼앗길 수 없다는 노동자들의 대리전이다.

대법관들은 이 재판이 국가가 사용자의 도둑질을 도울 것인지 아니면 이에 제동을 걸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대가를 되찾아 줄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김유정 노조 법률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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