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활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알렸나요?”
“삼성이라는 그렇게 큰 회사가 직업병 문제가 심각하고 나쁜 회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우리 처럼 작은 회사는 현장문제를 어떻게 알려나가야 할까요?”
“한국 노동운동의 전투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금속노조는 조직력과 투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사업을 합니까?”
“금속노조는 어떻게 그런 노동안전보건 활동의 조건들을 확보할 수 있었나요?”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장을 멈추고 투쟁하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 사업장에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해보고 싶습니다.”

쉴 새 없이 질문과 고민들이 쏟아졌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노동운동과 현장의 노동안전보건 활동과 건강권 투쟁에 대한 고민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월 8~9일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바탐 지역에서 진행한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워크샾의 모습이다.

▲ 2월9일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워크샵을 마친 인도네시아, 한국 노동자들 전체가 단체사진을 촬영하며 "노동자 건강권 쟁취 단결 투쟁"을 외치고 있다. 바탐=윤종선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이하 FSPMI)은 1999년 2월 창립한 인도네시아 금속산업 중앙 노동조합조직(연맹)으로 전기전자, 자동차·기계금속·부품, 철강·건설, 조선·해양업, 금속 일반 등 금속 5대 업종을 포괄하는 전국 조직이다. 700여개 단위사업장 22만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FSPMI는 국제통합제조산별노련(IndustriALL Global Union)에 가맹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 베카시 지역에서 발생한 삼성의 노조파괴 책동에 맞서 노조와 공동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노조는 8기 1년차 노동안전보건 국제연대ㆍ교류사업으로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인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함께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FSPMI BATAM(바탐지역본부)와 LION(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운동단체)이 이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2일간의 워크샾, 노동조합 간부와 노동안전보건활동가와 회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 2월9일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들이 노동안전보건 현황과 대책에 대한 회의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바탐=윤종선
2월8일과 9일, 프로젝트 주요 프로그램인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워크샾’을 FSPMI(바탐) 3층 교육장에서 진행했다. 노동안전보건 단체 상임활동가와 금속노조 간부 등 한국의 참가자들이 ‘반올림 소개, 활동과 투쟁의 역사,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와 금속노조 소개, 한국 노동안전보건운동의 역사,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활동과 건강권 쟁취 투쟁 사례’등을 발표했다.

워크샵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FSPMI 노동안전보건 활동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인도네시아의 노동운동과 FSPMI 노동조합 활동의 역사와 현재 조건은 한국의 상황과 많은 차이가 있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노동자 건강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공감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한국의 건강권 투쟁과 금속노조의 노동안전보건 활동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었다. FSPMI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들의 노동안전보건 활동에 대한 높은 관심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그 결과 FSPMI 노동안전보건 활동체계를 구성하는 등 소중한 결과를 남길 수 있었다.

▲ 2월8일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전자산업 노동안전보건 워크샵에서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인 조성옥 부위원장이 '한국의 노동운동의 역사와 금속노조 소개' 발표를 하고 있다. 바탐=윤종선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FSPMI 노동조합 간부, 활동가들과의 회의는 인도네시아 노동안전보건 현장 상황과 건강권 실태, 법과 제도적 조건, 활동 현황 등에 대해 깊이 있게 아는 기회가 됐다. 그들의 활동 조건에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월6일,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FSPMI(바탐) 소속 한 사업장을 연대 방문했다. 이 사업장은 해고 문제와 최저임금 인상 의제로 전조합원이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나 못된 짓을 하는 나쁜 기업이 있다.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해외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은 아랑곳 않은 채 오직 돈벌이에 혈안이 돼있었다.

파업 5일째 공장정문 봉쇄 투쟁 중인 조합원들은 예상치 않았던 우리의 연대 방문을 반기며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활짝 웃어 보였다. 이 노동자들과 함께 한 시간은 아쉽고 짧았지만 국경을 넘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탄압하는 자본에 맞서 국경을 넘는 노동자들의 연대와 공동행동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 2월6일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소속 사업장 가운데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여 지지연대의 시간을 갖고 있다. 바탐=윤종선

이번 한국-인도네시아 공동 노동안전보건 교육훈련 프로젝트는 노동안전보건 영역의 국제 연대와 교류 사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소중한 계기였다. 인도네시아의 FSPMI과 LION, 한국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반올림이 후속사업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국경을 넘어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사수하기 위한 한 걸음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의 노동운동의 역사와 현재 조건은 다르다. 건강권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들의 기본 노동권을 찾고 지키기 위해 국제 연대활동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행동을 모색해야 한다.

끝으로 짧은 기간 서로의 소중한 경험과 마음을 나누고 함께 했던 인도네시아 금속산업연맹(FSPMI) 소속 노동조합 간부들과 활동가들의 발전한 모습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오늘도 열악한 노동조합 활동 여건 속에서 노동자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려 본다. 금속노조의 건강권 투쟁과 노동안전보건 활동 강화를 위한 나와 우리의 역할과 책임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윤종선 /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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