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이명박 정부의 한 소식통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절차와 방식 등을 확정하는 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국방당국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오는 10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이전까지 합의한다는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주한미군이 해외 분쟁지역으로 차출될 때 한국 정부에 사전에 어떤 방식으로 통보하고 어떤 채널에서 협의를 진행할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교환되고 있다"면서 "차출되는 병력 수준과 이에 따른 보완전력 투입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미국이 평택 미군기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양국은 주한미군을 28,500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전제 조건 아래 전략적 유연성 적용 문제를 협의 중"이라며 "미 측은 2016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주한미군 재배치계획이 완료되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한미 당국은 용산 미군기지를 2015년까지, 의정부와 동두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 산재되어 있는 미 2사단을 2016년 상반기까지 각각 평택 미군기지로 이전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한미당국 간에 구체적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기어이 한반도를 전쟁의 볼모로 삼으려는 한미당국에 맞서 노동자 민중들이 적극적으로 항의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미 지난 2월 1일 미 국방부가 발표한 ‘2010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는 “주한미군은 ‘전진배치’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전진주둔’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완전히 시행되면 주한미군을 한국으로부터 전 세계의 우발사태(전쟁지역 : 필자 해석)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는 ‘군 병력의 풀(pool)'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는 평택 미군기지를 미국의 군사패권을 위한 침략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추진되면 한반도는 엄청난 재앙에 휩싸이게 된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듯이 평택 미군기지는 미국의 세계 패권과 대 중국 봉쇄를 위한 전초기지가 된다. 대북선제공격의 거점이자, 중국과 대만 사이에 양안분쟁이 발발하면 군사적 개입의 거점이 된다. 또한 이라크 아프간 등 주한미군의 해외출병 거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평택 미군기지는 상대 국가의 1차적 군사공격 대상이 되는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혹여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모든 경제활동 등이 중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전체가 전쟁의 참화에 빠져 어느 누구도 살아남는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지금 한미 당국에 의해서 온 국민의 생명권이 좌지우지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 때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라도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무조건 ‘돌격 앞으로’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죽음의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 냉전(Cold War)을 넘어 열전(Hot War)의 시대로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노동자 민중은 오늘의 참담한 현실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추진에 제동을 걸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환적 국면 건설에 일조할 것인지, 아니면 나 몰라라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생사의 고비를 넘게 될 것인지를.

김종일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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