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가 동이 났다. 공동상영 이틀 전, 700장 티켓이 ‘완판’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원이라도 더 붙여서 삼성전자서비스 투쟁기금이나 만들 걸”이라고 말하며 공동상영 준비 팀  모두 웃었다.

그저 우리 금속노조가 투쟁하고 있는 삼성노동자 얘기를 다룬 영화니 함께 보자고 시작한 일이었다. 안산에 있는 금속노조 사업장들이 모여서 보자고 진행한 일인데 평택 노동자가 보자고 했고, 경기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보자고 러브콜이 왔다. 좋았고 고마운 일이었다. 덜컥 안산과 평택 메가박스에 700석을 예약했다.

700석이 사흘 만에 ‘완판’된 사연

그런데 역시나 삼성이지. 단순하게 벌인 일이 그리 간단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안산 메가박스는 개봉 여부를 차일피일 미루며 확답을 주지 않았고, 평택 메가박스는 이미 발권했던 티켓을 환불하겠다며 반납을 종용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우리는 메가박스측에 “상영하지 않는 것이 극장의 입장인가”를 물었다. 메가박스는 묵묵부답. 아마 지난번 영화 <천안함프로젝트> 개봉을 두고 언론의 도마에 올랐던 것이 부담스러운 듯했다.

삼성도 무섭지만 여론도 무섭다. 이 영화는 결국 여론과 시민들의 힘으로 스크린에 올랐다. 우리 금속노조 경기지부가 공동상영을 추진한 두 주 동안 우리와 같은 사례가 전국에 무수히 일어났다. 이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노동자, 시민들의 관심과 분노가  개봉관을 하나씩 늘리기 시작했다. 추가 상영계획이 없었던 메가박스는 상영관과 상영횟수를 늘렸다. 이런 걸 두고 삼성의 ‘셀프디스’라고 해야 할까?

2월 8일 공동상영날,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황유미 노동자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제작진이 왔다. 아버지 역을 맡았던 박철민씨를 비롯해 배우들까지 영화관에 깜짝 방문해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황상기시는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 계신 분들과 시민 여러분들이 노조가 없는 공장, 열악한 내 옆의 사업장에 관심을 돌려주시고, 어려운 분들의 호소에 귀기울여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스스로 ‘삼성과 싸우고 있는 또라이’라고 소개한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삼성과 맞서는 투쟁에 지지’를 호소했다.

“노조가 없는 곳의 노동자들도 돌보아 달라”

영화 한 편으로 세상이, 삼성이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들은 백혈병을 비롯해 직업성 희귀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골리앗 삼성에 맞서 다윗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영화 속 ‘진성반도체’를 모든 관객이 ‘삼성반도체’라고 읽고, 처음 20여개에 불과했던 개봉관이 160여개 관으로 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시민들’이라는 또 다른 ‘외압’에 의해 상영관이 조금씩 늘어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번 기적을 만든 주인공이다. 지금 삼성의 노동자들이 영화 속이 아닌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영화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특별하고 절실한 이유다.

영화를 보고나서 눈물을 훔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길 것이고, 세상은 바뀔 것이다. 스크린 밖의 기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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