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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떠나지 않는 공장 만들 것”[현장]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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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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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에 성동조선해양지회를 찾았다. 이 곳 간부들은 새해를 분주하게 맞고 있다. “복지고 뭐고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시작하려니 정신이 없습니다.” 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는 2013년 7월21일 지회 깃발을 올렸다. 그리고 설립 151일 만인 지난 12월19일 첫 단체협약을 맺었다.

‘우리 미래는 우리가 결정한다.’ 지회 사무실 입구에 붙어있는 현수막 문구다. 원칙도 체계도 없는 막무가내식 경영과 현장 관리를 참을 수 없다는 울분, 더 이상 동료들을 공장에서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절박함으로 노조 깃발을 세운 성동조선 노동자들의 각오이기도 하다.

“다들 ‘노조가 있었으면 좋겠다. 현장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정동일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말한다. 어렵사리 회사의 눈을 피해 노조 가입을 준비했고, 소수의 인원이 모여 7월21일 드디어 지회를 설립했다. 정 지회장은 “노조 깃발을 꽂던 날,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당시 심정을 말한다.

7월21일, 감격의 날

7월22일 조선소 안에서 지회는 중식 보고대회를 열었다. 5백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모였다. 지회 설립을 알리고 노조 가입원서를 받은 지 일주일 만에 현장직 90%가 가입했다. 강기성 사무장은 “‘뭉쳐보자, 뭉쳐서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대단했다. 조합원들이 하나로 모이니 관망하던 회사도 지회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설명한다.

   

▲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동료애를 품고 서로 돕는 것, 이것이 단결의 시작이다. 성동조선을 동료애가 넘치는 사업장으로 만들고 싶다.” 정 지회장의 말처럼 지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고, 서로를 믿는 단결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조합원들이 지금껏 몰랐던 권리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요구하는 것도, 제기하는 문제도 많아졌다. 정 지회장은 이것조차 행복한 고민이라며 웃는다. 현장을 돌던 정동일 지회장(사진 왼쪽)지회장과 옥환철 노동안전1부장이 현장 노동자 사이에 '동료애'가 대단하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통영=김형석

지회 설립 후 7개월, 성동조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 설립 이후 10년 넘도록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논의기구가 없었다. 회사가 임의로 지정한 비공개 노사협의회만 있었을 뿐이다. 이런 성동조선에 지회가 생겼고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제 아프면 아프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찾았다. 나쁜 날씨 등으로 작업을 할 수 없을 경우, 예전에는 관리자들이 기약 없이 대기하라고 하거나, 작업을 못하고 퇴근하면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이제 달라졌다.

정 지회장은 무엇보다 현장 ‘동료애’가 생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업무 성격이 자기중심적이다 보니 지회 설립 이전에는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작업 후 청소하는 사람 없이 서로 미루다 작업하는 배 안이 쓰레기장처럼 됐다.” 정 지회장은 “이제 서로 ‘우리는 같은 조합원이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돕는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같이 웃으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동료애를 품고 서로 돕는 것, 이것이 단결의 시작이다. 성동조선을 동료애가 넘치는 사업장으로 만들고 싶다.” 정 지회장의 말처럼 지회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하나로 뜻을 모으고, 서로를 믿는 단결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조합원들이 지금껏 몰랐던 권리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요구하는 것도, 제기하는 문제도 많아졌다. 정 지회장은 이것조차 행복한 고민이라며 웃는다.

동료애 없던 현장이 바뀌다

2001년 문을 연 회사는 부지를 넓혀가며 급성장했다. 세계 5위 조선소로 명성을 떨쳤다. 2010년 4월 회사는 수출입은행을 주채권단으로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강 사무장은 “경영진의 문어발식 경영, 부실 경영으로 회사가 어려워졌다. 자율협약 당시 비공개로 운영되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자율협약을 맺으면서 고용이 극도로 불안해졌다”고 설명한다.

임금은 2008년부터 동결됐다. 2008년까지만 해도 성동조선해양은 1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했다. 3천 명이 넘던 정규직은 1천8백 명 수준으로 줄었다. 비정규직도 절반 이상 공장을 떠나야했다.

정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회사 살리겠다고 참고 견디는데 회사는 그런 우리에게 혜택은커녕 착취만 했다”고 행태를 지적한다. 성동조선 전 회장은 선가를 높게 조작해 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배를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인 상황. 회사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떠난다, 회사가 어렵다’는 협박으로 조합원들의 입을 막았다.

지회 간부들은 원칙과 체계 없는 회사의 막무가내식 경영의 문제도 지적했다. 강 사무장은 “회사를 2001년에 설립했는데 2008년에 임금테이블을 만들었다. 말도 안 되게 엉망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라고 실상을 전한다. 정 지회장은 “직급체계도 엉망이다. 능력이나 근속 등을 체계적으로 따지지 않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면 그만이다. 윗사람 맘에 들면 반장이 되고 승진했다”고 덧붙인다.

막무가내식 경영, 노동자들만 고통

이준형 부지회장은 “10년 동안 이런 식으로 노예 아닌 노예생활을 했다”며 “회사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휘둘리다보니 조합원들이 ‘이 곳이 내 소중한 일터다. 내 삶의 터전이다’라는 주인의식을 갖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참아왔던 조합원들의 울분이 터진 것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회사의 발표 때문이었다. 정 지회장은 “지난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회사가 사무직을 구조조정하고 현장직은 폴리텍 교육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교육을 보내면 저임금 때문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니 알아서 자기 발로 나가라는 뜻”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구조조정을 막아야 했다. 회사가 실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전에 지회를 설립하고 중단을 요구했다.

   

▲ 지회 설립 후 7개월, 성동조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회사 설립 이후 10년 넘도록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논의기구가 없었다. 회사가 임의로 지정한 비공개 노사협의회만 있었을 뿐이다. 이런 성동조선에 지회가 생겼고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제 아프면 아프다고 당당히 얘기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찾았다. 나쁜 날씨 등으로 작업을 할 수 없을 경우, 예전에는 관리자들이 기약 없이 대기하라고 하거나, 작업을 못하고 퇴근하면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이제 달라졌다. 한 노동자가 용접작업 전 용접기를 시험하고 있다. 통영=김형석

“이미 수 천 명이 공장을 떠났다. 열악한 상황 때문에 다른 현장 비정규직이 낫겠다면서 스스로 떠나는 정규직도 있었다. 회사를 살리겠다고 고생하던 동료들이 공장을 떠나는 것을 더 두고 볼 수 없었다. 한 명이라도 더 지켜야 한다는 심정으로 지회 설립을 서둘렀다.” 정동일 지회장은 절박했던 심정을 전한다.

“더 이상 동료를 떠나보낼 수 없다”

회사는 지회 설립 후 구조조정 계획을 중단했다.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 직급 변경 과정에 노동자들의 참여가 보장됐다. 정 지회장은 “윗사람에 잘 보이기만 하면 되니 관리자들이 현장 노동자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제 아부만 하면 되는 관리체계를 없애기로 노사가 합의했다”며 “앞으로 잘못된 인사고과 평가 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2014년 지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지회는 여전히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 변화를 2014년 가장 큰 과제로 뽑았다. 강 사무장은 “단결해야 한다는 것, 뭉쳐서 싸우면 이긴다는 생각은 생겼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조합원들 교육이 많이 부족하다. 산별노조, 금속노조, 노동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상경투쟁도 많고 경남 지역 투쟁도 많다. 이런 투쟁 대해 조합원들의 생각이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정 지회장은 “필요한 것을 해주는 자판기 노조가 아니라 민주노조가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이해할 수 있고 실천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다”라고 밝힌다.

정 지회장은 조합원 조직 확대 사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조합원은 930명이다. 지회는 올 해 1천5백 명 수준으로 조합원 확대를 목표로 삼았다. “사무직도 최대한 노조로 조직할 계획이다. 회사 전체 인원도 현재보다 두 배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입 사원들도 조직해 이후 2천 명까지 조직을 확대하겠다.” 성동조선 비정규직 문제, 나아가 안정공단의 비정규직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 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조합원 교육, 조직확대가 핵심과제

새해 소망을 물었다. 이준형 부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주말에 가족과 즐겁게 여행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은 다들 주말에 쉬지 못하고 잔업에 특근까지 해 너무 힘들다. 일하는 환경도 매우 열악하다. 이런 현장 바꿔 조합원들이 행복하게 사는 성동조선을 만들고 싶다.”

정동일 지회장의 소망도 다르지 않다. “밝은 사업장, 조합원들이 행복하고 동료애 넘치는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자 소망이다.” 정 지회장은 “동료들끼리 출근하면서 웃고, 일하면서도 서로 돕고, 퇴근 후에 웃으면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조합원 평균 연령 34세, 젊은 사업장이다. 정 지회장은 “지역에 가면 우리가 젊은 사업장이기도 하고 후배 사업장이기도 하니 선배노동자들의 맑은 정신 이어서 투쟁하겠다고 늘 얘기한다”며 “후배노동자들이 선배들의 맥을 이어가는 것, 이것이 우리 지회의 역할이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말의 해, 말처럼 힘차게 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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