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와 정치의 공통점은 어떤 ‘약속’을 판다는 점에 있다.

광고는 어떤 상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자에게 약속을 한다. “2배 더 빠른 LTE속도를 경험하게 될 거야” 라던가 “삼성 냉장고를 구입하면 전지현 처럼 살 수 있다” 혹은 “엘라스틴 샴푸를 쓰면 그녀처럼 비단결 같은 머릿결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던진다.

의학적인 지식이 하나도 없더라도 ‘우루사’를 먹으면 피로가 풀릴 수 있다는 대웅제약의 약속을 믿고 우루사를 만병통치약인양 먹어댄다. 그리고 왜 이리 피로가 안 풀릴까 의아해 하면서.

정치도 마찬가지다. ‘보통사람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노태우를 직선 대통령으로 뽑았고 ‘신한국이 창조될 것’이라는 약속을 믿고 김영삼에게 표를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박근혜의 약속을 믿고 그녀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번번이 후회하면서도 늘 속고 또 속는다.

이렇게 광고와 정치는 무엇인가를 ‘약속’하는 것을 숙명으로 삼고 있다 보니 보통 하는 말들이 정치에서는 “무엇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광고에서는 “무엇 무엇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 더 좋다”고 약속하는 플러스 즉, 더하기 약속인 경우가 대부분.

▲ 요즘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 무엇이 없다’라고 하는 마이너스 즉, 빼기 약속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식품 광고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합성첨가품을 넣지 않았습니다” 혹은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유해 물질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소위 유기농 스타일의 먹거리 광고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이라는 요구르트 광고를 보면 특허 받은 유산균이 10배 더 강화되어 더 효과적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아무래도 유산균이 더 많으면 장도 더 좋아지고 위도 더 튼튼해 질 것이라 믿는 소비자들에게 더 큰 효과를 약속하는 것.

또한 요즘 좀 피부관리 좀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K-Ⅱ의 남성용 피테라 에센스’의 광고를 봐도 비슷하다. 피부에 좋다는 피테라를 90% 이상 함유하고 있어서 효과가 끝내준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요즘의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 무엇이 없다’라고 하는 마이너스 즉, 빼기 약속이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식품 광고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합성첨가품을 넣지 않았습니다” 혹은 “MSG를 넣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유해 물질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소위 유기농 스타일의 먹거리 광고들.

여기까지는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교모하게 유해물질이 아닌데 마치 유해물질인 양 오도하면서 “넣지 않았습니다”라고 약속하는 광고들이 있다. 대표적인 광고가 국민 여동생 수지와 김태희가 나왔던 ‘광동제약의 비타500’과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수지가 나오는 광동제약의 비타500의 광고를 자세히 보자. “어머나 카페인 없어요”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프렌치카페 광고에서는 김태희가 “카제인 나트륨”을 넣지 않았다고 이야기 한다. 사실 일반인들은 카제인 나트륨이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넣지 않았다고 하니까 뭔가 몸에 좋지 않은 것이라는 선입관이 생겼다. 그 선입관을 만들어서 카제인 나트륨이 들어간 맥심 커피를 소위 ‘디스’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카제인이라는 것은 우유 속 단백질 성분을 일컫는 용어로 이미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여러 가지 우유관련 제품들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성분이다. 심지어 남양유업의 유아용 분유와 어린이용 유제품에 카제인이나 카제인 나트륨을 첨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광고상에서 카제인 나트륨이 나쁘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넣지 않았다”고 한 것뿐이니 참, 뭐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여하튼 괜히 속은 것 같아서 남양유업의 술수가 괘씸하다.

이제 광고는 ‘무엇 무엇이 들어 있다’는 플러스 약속 보다 ‘무엇 무엇을 넣지 않았다’는 마이너스 약속이 대세다. 이것은 “국민 행복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는 정치인의 플러스 약속에 속을 만큼 속아 버린 국민들이 “부패하지 않겠습니다”, “관료화하지 않겠습니다, “기본으로 돌아 가겠습니다”는 식의 작은 약속 혹은 마이너스 약속에 더 많이 호응하는 것으로 정치스타일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남발하는 거짓 약속에 모두들 지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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