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들이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상담을 오셨습니다. 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을 하고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학원장은 당황해서 실소가 자꾸 나온다며 어쨌든 다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합니다.

강사들은 3년 넘게 이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임금을 임금지급일에 전액을 제대로 받은 달은 손가락 열 개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백만원도 되지 않는 임금을 몇 번에 나누어 받고 퇴직한 이후에도 몇 달동안 임금은 물론 퇴직금도 지급하지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원장은 연방 실소를 날리며 “내가 서운하게 한 것이 있느냐? 인간적으로 잘해줬지 않느냐? 문자도 하며 서로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느냐? 학원이 어려워 임금을 주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갑자기 노동부에서 연락을 받으니 당황스럽다. 인간적으로 풀 수 있었던 거 아니냐? 다른 강사들도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냐? 내 체면이 있지 이 나이에 이렇게 불려 다니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알면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니겠냐?”

변명인지 비난인지 알 수 없는 말들을 장시간 쏟아냅니다. 정작 체불임금을 언제까지 어떻게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나이 어린 학원 강사는 그동안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퇴직하고도 지급받지 못한 임금 때문에 어떻게 지내왔는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합니다. 백만원도 되지 않는 임금으로 강사들은 시험기간 4달 동안은 주말에도 출근하여 종일 강의를 해야 했다고 합니다. 휴일근로수당도 없이 말입니다.

결핍은 분노를 낳습니다. 생계를 위협하고도 강사들의 분노를 실소로 받아 넘기는 원장의 그 뻔뻔한 실소가 싫습니다. 정말 싫습니다. 무엇이 창피한 일인지,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조금만 생각한다면 더 이상 실소를 머금은 얼굴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순자 / 호죽노동인권센타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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