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의 시발점이 될 수서발 KTX 분할, 주식회사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는 철도공사를 앞세워 12월 초중순 철도공사이사회를 개최하고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강행하려고 한다. 정부가 철도민영화 방침을 재고하거나 수서KTX주식회사 설립을 연기하지 않는 한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후보시절 “국민적 동의나 합의 없는 철도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70%에 달하는 국민이, 60%가 넘는 국회의원이 반대하고 있고 1백만 명이 넘는 철도민영화 반대 서명자가 있음에도 ‘정부가 하는 것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거짓말을 하며 철도를 갈갈이 찢는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

대운하가 아니라던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었고 이명박 정권의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처럼 철도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의 거짓말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프랑스 방문 당시 현지 기업인들에게 “철도와 도시철도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발언 뒤 11일 만에 속전속결로 재가를 끝내고도 이런 사실을 언론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한 개정의정서는 일반철도 뿐만 아니라 도시철도(지하철) 운영, 지하철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의 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정부조달사업에 WTO 가입 국가가 국내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철도시장에 외국 자본이 참여하는 길을 터주는 중대한 내용이며 철도민영화를 위한 터 닦기를 마친 셈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수서발 KTX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들고, 2014년에는 화물을 분리해 화물자회사를 설립하고, 2015년에는 차량정비 기능을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2015년 말 이후 개통되는 일반 노선 4개도 민영화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2017년에는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자회사까지 분할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새로 건설하는 노선과 지역노선,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민영화하겠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정부의 철도산업개편방향이 민영화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 11월30일 서울역에서 공공운수연맹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들은 ‘2013임투승리·철도민영화저지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결의대회’를 열고 박근혜정부의 철도분할민영화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투쟁을 선언했다. 김명환 중앙쟁대위원장은 “철도노동자는 분할을 결정하게 될 12월10일 이사회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12월9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투쟁명령 1호를 발령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제공

정부는 박근혜 정권의 임기에 맞춰 철도민영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 첫 단추로 수서발 KTX 분리와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다. 수서발 KTX를 분리 민영화하면 이후 철도의 다른 부문도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철도노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막을 것이다.

철도민영화의 본질은 공공부문에 대한 신자유주의 공격이다. 1997년 국가부도사태 위기를 맞은 한국정부는 산업, 금융, 노동, 공공 4대부문에 대한 개방약속을 통해 IMF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구사일생으로 회생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개방약속의 일환으로 철도민영화가 포함된다.

철도산업발전방안과 관련해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후보의 공약은 국가기관인 철도를 공사화하는 것이었다. 이 약속은 방침화 되어 인수위시절과 정권 초기 각부 업무보고에서도 철도공사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IMF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철도산업발전방안은 공사화에서 민영화로 급속히 선회하고 만다.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정부와 철도노동자들과의 투쟁은 이때부터 본격화 됐다.

김대중 정권에서 진행하려 했던 철도민영화는 60년 어용노조를 무너뜨리고 민주노조를 쟁취한 철도노동자들의 2002년 2월 25일 총파업을 통해 저지됐다. 이후 철도노동자들은 노무현 정권 시기 철도분할과 공사화를 둘러싸고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2003년 6월 28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도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저항하는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끊임없이 벌어졌고 마침내 철도민영화를 저지했다. 그러나 보수정권이 정권연장에 성공해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자 정부는 또다시 철도를 민영화하기 위한 음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의 공격으로 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이 개방됐고 알짜배기 기업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기업이 아니라 해외 초국적 자본의 손아귀에 넘어간 지 오래다. 그러나 철도노동자들의 10여년이 넘는 끈질기고 완강한 투쟁으로 공공부문의 하나인 한국철도는 신자유주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박근혜정권의 철도민영화 음모에 맞서 철도노조는 이미 6월말 민영화반대를 위한 조합원총회를 개최해 89.2%에 달하는 앞도적인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지난 11월22일 임금과 현안 협의에 관한 조합원총회를 통해 80%에 달하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철도노조는 12월 초 국토교통부의 압박에 못이긴 철도공사가 이사회를 개최해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현재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철도민영화를 전면 중단하고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철도산업의 발전방향에 관해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철도노동자들만 벌이는 투쟁은 아니다. 70%에 달하는 압도적인 국민들의 철도민영화 반대여론이 있고, 철도노조 뿐만 아니라 전국 27개 지역에서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KTX민영화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가 철도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다. 철도민영화 뿐 아니라 가스, 발전, 의료 등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영화반대공동행동’도 철도노조와 함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야4당에 철도민영화반대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ITF(국제운수노련), ILO(국제노동기구)가 철도노조의 투쟁에 적극 연대하고 있다.

철도노동자들의 강고한 파업투쟁과 진보시민사회단체의 연대, 공세적인 정치전선 구축과 국제적 연대가 있기에 철도민영화저지투쟁은 결코 질 수 없는 투쟁이다. 철도노동자들이 앞장서 달리는 신자유주의 저지투쟁에 금속노조 동지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

김명환 / 공공운수연맹 전국철도노동조합 중앙쟁의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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