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일하면 죽는다. 참을 만큼 참았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월9일부터 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4조3교대’로 교대제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것.

지난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사는 ‘4조3교대 시행을 위한 근로개선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합의했다. 올해 4월부터 교섭을 진행하며 사측에 교대제 개선을 위한 시행 방안을 요구했지만 17차례 교섭까지 어떤 안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노사 양측이 외부기관에 자문보고서를 받기로 했고, 8월8일 지회가 외부 노무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회사 측에 제출했다. 회사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단축과 4조3교대로 전환 요구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기 어려워 내는 절박한 외침이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명절을 제외하고  24시간 작업을 멈추지 않는 곳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무 형태는 3조3교대다. 각 조가 8시간씩 3개 조로 24시간 생산을 해야 한다. 결국 노동자들은 일주일 7일, 1년 365일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이 노동자들에게 ‘휴일’이 없다.

▲ 8월12일 광주전남지부 현대하이스코 순천 비정규직지회 한승철 지회장과 최현태 사무장이 공장 정문 앞에서 교대제 전환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순천= 강정주

365일 휴일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년 간 2,920시간에 달한다.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노동시간인 2,090시간에 비해 약 1천 시간 가까이 많다. 구희수 지회 교선부장은 “이 곳 비정규직은 대부분 2,900시간 이상 일한다. 3천 시간이 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한다. 상상하기 힘든 살인 노동시간이다. 야간노동도 한 달에 80시간 이상 하다보니 몸이 버텨낼 수 없다.

이 곳 노동자들은 ‘쉬는 날이 없는 것’을 3조3교대 근무의 가장 큰 폐해로 꼽았다. 한승철 지회장은 “쉴 수 있는 날이 없으니 한 달에 네 번 특별휴가제가 있다”며 “하지만 이 휴가를 쓰려고 해도 누군가 대신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눈치 보여 쉽게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명이 휴가를 쓰면 앞, 뒤 조 근무자가 4시간씩 더 일해서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자연히 노동시간이 늘어나 이 또한 장시간 노동의 한 원인이 된다.

1인 근무를 하는 작업의 경우 필히 대근자가 있어야 쉴 수 있다. 노동자들끼리 품앗이 형태로 휴일을 조정하는데, 이 때문에 서로 다툼이 있기도 하다. 조합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로 ‘쉬는 것’을 뽑는단다. 야간 노동과 교대 근무, 휴일 없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사회생활은 물론 가정생활도 쉽지 않다. 아이들 눈 뜬 모습을 보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지회장은 “현대하이스코 순천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자기 휴일이 있음에도 쉴 수 없고, 계획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살인 장시간 노동, 건강악화 수면장애 심각

지회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권 문제를 지적했다. 구희수 교선부장은 “피로가 누적되니 늘 피곤에 찌든 상태다. 졸다가 사고 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강악화와 수면장애도 심각하다. 5일마다 근무조가 바뀌는데 이것 자체에 적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교대조가 변경돼 한창 생활하던 때에 잠을 자야하니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조합원이 많다.

▲ 광주전남지부 현대하이스코 순천 비정규직지회는 8월9일부터 순천공장 정문 앞에서 4조3교대제 쟁취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8월12일 한승철 지회장과 최현태 사무장이 천막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순천= 강정주

구 교선부장은 “야간조 끝나고 다음날 15시에 출근하려면 8시간 밖에 쉴 시간이 없다”며 “그마저도 작업 정리하고 퇴근하면 실제 수면시간은 4시간 밖에 안된다”고 상황을 전했다. 구 교선부장은 “교대제를 변경하면 근무조가 바뀔 때마다 하루, 이틀 정도 휴식 시간이 생기고 야간 노동도 줄어들게 된다”며 “최소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주5일제, 주40시간 노동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4조3교대제 시행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 지회장은 “교대제 전환은 우리에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참을만큼 참았다. 근무환경 개선, 복지도 전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만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한 지회장은 “노동자들의 생명, 건강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 3조3교대제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구”

지회는 포스코, 금호타이어, 여수산업단지 등 이 곳과 비슷한 형태의 교대제 근무형태를 운영했던 곳도 4조3교대로 전환을 완료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추세하고 설명했다. 아니 다른 곳은 둘째 치고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안 정규직 노동자들은 2002년부터 11년째 4조3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4조3교대제도 완전한 형태는 아니다. 하이스코지회는 5조3교대제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공장에서 더 열악하게 일하는 비정규직은 그마저도 차별받고 있다.” 한 지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어떠한 방향도 제시하지 않는 회사의 행태를 비판했다.

구 교선부장은 “하이스코 지난해 매출이 9조원이다. 1999년 처음 공장 가동할 때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에서 일해왔다”며 “회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구 교선부장은 “4조3교대제 전환은 권한을 갖고 있는 원청이 책임있게 나서야 하는 문제”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도 하청업체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원청인 현대하이스코의 책임을 제기했다.

“십 수년을 참아왔지만 개선 되지 않은 채 지금껏 일했다. 지난해 근로개선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4조3교대로 전환을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합의다. 지회는 성실히 논의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줬다. 이제 회사가 살인 장시간 노동을 끝장내기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 최현태 지회 사무장은 회사의 태도 변화를 다시금 촉구했다. 한 지회장도 “노동자들이 이 더위에 투쟁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현실을 알리겠다”며 “반드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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